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0월28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국제사회와 함께 기후변화에 적극 대응해 2050년 탄소 중립을 목표로 나아가겠다”고 선언하자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일어서서 박수를 치고 있다.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중국과 미국이 공약대로 이번 세기 중엽까지 탄소중립을 실현하면 파리기후협약 목표에 근접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세계적인 연구 기관들이 참여하는 기후정책 평가 기구인 ‘클라이밋 액션 트래커’(CAT)는 1일 “중국과 다른 여러 국가들이 제시하는 새로운 기후공약과 미국 대통령 당선인인 조 바이든의 공약이 지켜지면 21세기 말 전지구 평균 기온이 산업화 이전 대비 2.1도 상승하는 데 그칠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이는 2015년 파리기후협약에서 제시한 21세기 말 2도 상승 억제에 거의 근접하는 것이다. 지난해 11월
유엔환경계획(UNEP)은 ‘온실가스 배출량 격차 보고서’에서 미국, 중국 등 온실가스 배출 상위 국가들의 배출 감소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2100년께 지구 온도는 3.2도 증가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클라이밋 액션 트래커는 지난 2009년 코펜하겐에서 열린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15)가 무위로 끝나면서 세기말까지 3.5도가 상승할 것으로 추정한 바 있다. 이후 2015년 파리기후협약이 체결되면서 여러 국가에서 화석연료 사용을 줄이는 변화가 시작됐다. 그럼에도 지난 9월 클라이밋 액션 트래커가 내놓은 세기말 상승 온도 추정치는 2.9도였다. 이는 파리기후협약에서 제시한 2.0도는 물론 재앙적인 온난화를 막기 위한 목표인 1.5도에는 턱없이 부족한 수치다.
클라이밋 액션 트래커가 이번에 2.1도라는 낙관적인 수치를 제시한 것은 우선 지난 9월 시진핑 중국 주석이 유엔에 2060년까지 탄소중립(넷제로)을 실현하겠다고 밝힌 데 근거하고 있다. 클라이밋 액션 트래커 전문가들은 중국의 탄소중립이 세기말 온난화를 0.2~0.3도 누그러뜨릴 것으로 추산했다. 일본과 한국도 중국 뒤를 이어 잇따라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하겠다고 선언했으며, 남아프리카와 캐나다도 대열에 동참했다.
특히 중요한 변수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등장이다. 바이든은 공약에서 미국의 탄소중립 시점을 2050년으로 못 박았다. 이는 2100년까지 지구 온도를 0.1도 낮추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유럽 기후분석 전문기관인 클라이밋 애널리틱스의 빌 헤어는 “이번 세기 중반까지 탄소중립을 선언한 선진국들이 세계 온실가스의 50% 이상을 배출하고 있다”며 “이 대열에 다른 국가들까지 동참한다면 세기말 온도 상승 곡선을 2.9도에서 2.0도에 근접하게 바꿀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클라이밋 액션 트래커 분석 연구에 참여했다.
하지만 2030년 목표도 제대로 달성될지 모르는 마당에 클라이밋 액션 트래커의 분석이 너무 낭만적이라는 지적도 있다. 독일 베를린에 있는 ‘새기후 연구소’(NewClimate Institute)의 니콜라스 외네는 “많은 나라가 아직 장기 목표에 맞춰 중단기 정책을 조정하지 못하고 있다”며 “장기 목표를 세우기는 쉽지만 중단기 정책을 실현하는 것은 시민과 유권자들이 직접 영향을 받는 일이어서 녹록지 않다”고 <비비시>(BBC)에 말했다.
파리기후협약에 서명한 국가들은 올해 말까지 새로운 2030년 감축목표(NDC)를 제출해야 한다. 영국과 유럽연합 등은 제때 제출할 것으로 보이지만, 일부 국가들은 주저하고 있으며 많은 개발도상국은 여전히 석탄에 투자하려 하고 있다. 빌 헤어는 “사우디아라비아, 브라질, 오스트레일리아, 러시아 등은 여전히 ‘악역’으로 남아 있으며, 아시아에서도 석탄발전이 건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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