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원자력의학원에 설치된 이동형 음압병동(엠시엠) 전경. 카이스트 제공
완구 레고처럼 모듈형으로 만들어 이동과 보관을 편리하게 할 수 있는 음압병동이 세계 최초로 국내에서 개발됐다.
한국과학기술원(카이스트)은 7일 “남택진 산업디자인학과 교수 연구팀이 고급 의료 설비를 갖춘 음압 격리 시설로 신속하게 변형하거나 개조해 사용할 수 있는 중증환자용 ‘이동형 음압병동’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지난해 12월28일 서울 노원구 한국원자력의학원에 4개의 중환자 병상을 갖춘 병동을 설치해 오는 15일까지 일정으로 시범 운용하고 있다. 연구팀이
개발한 음압병동(모바일 클리닉 모듈·MCM)은 면적 450㎡(136평)에 가로 15m, 세로 30m 크기로, 음압시설을 갖춘 중환자 돌봄용 전실과 4개의 음압병실, 간호사용 공간과 탈의실, 의료장비 보관실 및 의료진용 공간으로 구성돼 있다.
엠시엠 음압병동은 부품을 조합해 신속하게 음압병상이나 선별진료소 등으로 변형·개조해 사용할 수 있다. 연구팀은 “엠시엠 음압병동이 본격 상용화하면 코로나19 중환자용 음압병상 부족을 해소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병실 모듈을 제작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14일,
옮기고 설치하는 데는 5일 정도 걸릴 것으로 연구팀은 보고 있다. 연구팀은 “특히 전실과 병실로 구성된 엠시엠의 기본 구성은 모듈들이 준비된 상태라면 단 15분 만에 조립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또 기존 조립식 병동으로 증축할 경우와 비교해 비용을 80% 정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연구팀이 엠시엠 음압병동이 지닌 장점은 무엇보다도 사용하지 않을 때 무게와 부피를 70% 이상 줄인 상태로 군수품처럼 보관했다가 긴급하게 사용할 수 있는 것이라고 소개했다. 모듈화한 패키지는 항공 운송도 가능해 병동 전체를 수출하거나 제3세계에 지원할 수 있다.
엠시엠 음압병동 설계를 구상하고 카이스트 연구팀과 함께 이동형 감염병원 표준 운영 절차를 개발한 조민수 한국원자력의학원 비상진료부장은 “환자와 의료진이 안전한 환경에서 코로나19 중증환자 치료를 할 수 있도록 설계·제작했다”며 “의료진 교육훈련센터로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남택진 교수는 “세계 최초로 개발한 엠시엠 음압병동의 하드웨어와 운용 노하우를 향후 케이-방역의 핵심 부품으로 추진하고 수출까지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근영 기자
kyl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