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난화가 계속돼 특정 온도까지 상승하면 식물들의 광합성 능력보다 탄소 배출량이 커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2021년 1월17일 현재 세계 평균 이산화탄소 농도는 413.87ppm이다. ppm은 100만분의 1을 뜻한다. 대기 중 이산화탄소 분자가 100만분의 413.87만큼 들어 있다는 말이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협의체’(IPCC)가 발행한 1992년 부가보고서를 보면, 대기 중 이산화탄소 1ppm은 7.8기가톤(78억톤)의 이산화탄소와 동일하다. 413.87ppm은 약 3228.2기가톤(3조2282억톤)이다. 이산화탄소는 대부분 산소로 구성되고 탄소의 비중은 4분의 1 정도(27.3%) 된다. 이산화탄소 농도가 1ppm이면 대기 중 탄소는 2.12기가톤(흑연고체로 1㎦)이다. 대략의 계산으로 현재 대기에는 8774억톤의 탄소가 포함돼 있다는 얘기다.
인간이 배출하는 탄소의 30%는 식물이 광합성을 통해 흡수한다. 식물은 그와 동시에 호흡작용을 통해 다시 탄소를 대기 중에 배출한다. 미국과 뉴질랜드 공동연구팀은 최근 25년 동안 생태계와 대기 사이의 이산화탄소 이동을 관측한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온난화로 기온이 특정 수준까지 상승하면 광합성과 호흡작용 작동에 변화가 생겨 식물의 탄소저장 능력을 감소시킬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연구팀 논문은 과학저널 <사이언스 어드밴시스> 최근호에 실렸다.(DOI :
10.1126/sciadv.aay1052)
식물의 잎은 빛 에너지를 받아들여 물을 산소와 수소로 분해한다. 산소는 대기로 내보내고 남은 수소와 대기 중 이산화탄소로 탄수화물(포도당)을 만든다. 식물이 잎·줄기·뿌리 등 생장에 이 유기물을 사용하고 나면 다시 이산화탄소가 대기로 배출된다. 앞의 과정이 광합성이고, 뒷부분이 호흡작용이다.
연구팀은 생태계와 대기 사이의 이산화탄소 이동을 관측하는 국제적 연구조직인 플럭스넷(FLUXNET)의 1991∼2015년 자료를 토대로, 온도에 따른 식물생태계의 광합성과 호흡작용 변화를 분석했다. 연구팀은 식물군별로 광합성 효율의 변곡점에 이르는 온도가 있음을 발견했다.
식물은 광호흡 방식에 따라 C3, C4, CAM 등의 식물군으로 나뉜다. C3군에는 콩 같은 온대작물이, C4군에는 옥수수·사탕수수 같은 덮고 건조한 지역 작물이, CAM에는 선인장 같은 사막식물이 속한다. 연구팀 분석 결과 C3 식물군의 광합성 효율이 극대에 이르는 온도는 18도, C4 식물군은 28도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보다 기온이 더 높아지면 광합성 효율이 감소하기 시작한다. 반면 호흡률은 극대점 도달 없이 기온이 상승할수록 비례해서 계속 증가했다. 온난화로 기온이 올라가면 식물들의 탄소 흡수도 많아지다 변곡점을 지나고 나서는 오히려 줄어드는 반면 식물들의 탄소 배출은 계속 늘어난다는 분석이다.
연구를 이끈 캐서린 더피 미국 북애리조나대 교수는 “육지 생태계에서 광합성 변곡점을 넘은 온도를 한두 달 짧은 기간 동안 겪는 식물이 현재는 10% 이하이지만 파리기후협정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 육지 생물군계의 탄소 저장능력이 급격하게 변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영국과 스위스 공동연구팀은 지금 시기와 비슷한 온난화를 겪은 5600만년 전 해양은 기후변화 완충 구실을 잘한 반면, 현재의 해양은 온난화 적응 능력이 떨어진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연구팀 논문은 과학저널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 최근호에 실렸다. (DOI :
10.1038/s41467-020-20486-5)
연구팀은 5600만년 전 ‘팔레오세-에오세 최대온난기’(PETM) 지질 표본을 수집해 해양의 산소농도를 측정한 결과 해저 산소결핍(무산소)의 확산이 매우 제한적이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지구온난화는 해양 산소를 격감시키는데 이 시기에 지구 평균온도가 5도나 상승했음에도 전 지구 해저의 단 2% 정도만 산소결핍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논문 공저자인 매튜 클라크손 취리히 공대 교수는 “심각한 지구온난화에도 지구 생태계 스스로 해저의 산소결핍을 해결했다는 점을 발견한 것은 고무적이지만, 지금은 탄소배출 속도가 훨씬 빠르고 인간의 활동으로 비료와 오염 등에 의해 해양의 산소결핍이 촉진되고 있다는 점이 다르다”고 말했다. 논문 공저자인 영국 엑시터대 지구시스템연구소장인 팀 렌턴 교수도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과거 바다의 회복력이 큰 것으로 나타났지만 (이런 사실이) 오늘날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여 기후위기를 멈춰야 하는 긴급성을 줄여주는 것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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