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미래&과학 과학

‘기후변화+코로나19’ 세계 기아 인구, 1억3천만명 늘어

등록 2021-01-24 15:27수정 2021-12-31 14:12

[이근영의 기상천외한 기후이야기]
지난해 8억1천만명…세계 인구 10%가량
어린이는 21%…1억4천만명 ‘발육 부진’
식량 폐기물이 온실가스 배출 6% 차지
나이지리아 보호구역에서 한 소년이 자기집 소에서 직접 우유를 짜 먹고 있다. 독일 세계기아구조(DW), AFP 제공.
나이지리아 보호구역에서 한 소년이 자기집 소에서 직접 우유를 짜 먹고 있다. 독일 세계기아구조(DW), AFP 제공.

기후변화로 역대 ‘가장 따뜻한 해’로 기록된 지난해엔 코로나19 대유행으로 경제적 침체를 겪는 등 악재가 겹치면서 기아 상태에 놓인 세계 인구가 1억3천만명이 증가한 것으로 분석됐다.

유엔식량농업기구(UNFAO)는 24일 최신판 ‘세계 식량 위기와 영양 불균형 현황 2020 보고서’에서 “세계 기아 인구가 2019년 6억9천만명에서 2020년에는 1억3천만여명이 증가해 8억1천만명에 이른 것으로 추계된다”고 밝혔다. 식량농업기구는 코로나19 영향을 고려하지 않은 상태에서 2030년 기아 인구가 전체 인구 10명 가운데 1명 꼴인 8억4천만명으로 증가할 것으로 추산한 바 있는데, 이번 보고서는 지난해에 이미 2030년 추정치에 근접했음을 보여준다.

기아 인구는 2014년 이후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2019년에는 2018년에 비해 기아 인구가 1천만명 늘어났다. 최근 5년 동안 6천만명이 증가한 것에 견주면 지난해에는 5년 증가폭의 두 배 이상 급증한 셈이다.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동남아시아·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가장 심각

기아 현상이 가장 심각한 곳은 동남아시아와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이다. 이들 지역은 기후변화로 인한 홍수와 가뭄 피해에 더해 지역분쟁까지 겹쳐 상황이 더욱 나빠지고 있다. 지난주 독일 베를린에서 개최된 국제식량농업포럼(
GFFA)에서는 기후변화와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심화되는 식량 공급의 세계적 불균형에 대한 논의가 집중됐다. 국제식량농업포럼은 각국 시민사회단체들이 모여 농업과 식량 정책을 논의하는 자리다. 클로디아 링글러 국제식량정책연구소(IFPRI) 부소장은 “고소득 국가에서는 식육제품의 과잉 소비가 발생하는 반면, 저소득 국가에서는 공급 부족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며 “발육부진이나 정신건강 등 영양실조와 관련한 병증들이 식물 단백질에 결여된 아미노산을 포함한 완전식품을 섭취하지 못한 데서 비롯한다”고 지적했다.

2019년 세계 5살 이하의 발육부진 어린이는 전체 어린이의 21.3%인 1억4400만명에 이른다. 이 가운데 40%는 아프리카, 54%는 아시아에 산다. 5살 이하 비만 비율도 계속 늘어 2012년 5.3%에서 2019년 5.6%(3830만명)로 증가했는데, 역설적이게도 24%가 아프리카, 45%가 아시아에 살고 있다.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코로나19 발생 ‘노점시장’ 폐쇄만이 해결책 아니야

저소득 국가의 식육제품 수요가 증가하면서 이들 생산물이 종종 농축산물 노점시장(웻마켓)에서 팔려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중국 우한에서 코로나19가 발생한 곳도 이 노점시장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 노점시장의 폐쇄로 당면 현안이 해결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정책 전문가들의 고민이 깊다. 디에테르 실링게르 국제가축연구소(ILRI) 부소장은 “개발도상국에서는 달걀과 우유, 고기와 생선의 80% 이상이 노점시장에서 팔리고 있다“며 “시장 자체를 없앨 수 없고 시장을 안전하게 만드는 조처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계 식량위기 고조를 둘러싼 역설은 인류가 현재 필요 이상의 매우 많은 식량을 생산하고 있다는 것이다. 주요 ‘범인’으로는 식량 폐기물이 꼽힌다. 식량 폐기물은 온실가스 주요 배출원으로, 기후변화를 가속화해 미래에는 오히려 식량생산을 제약하는 악순환이 일어난다. 아프리카연구대학연맹(ARUA) 산하 지속가능식량체계연구센터장인 린디웨 마젤르 시반다는 “‘식량의 망실과 폐기’를 하나의 국가라고 가정하면 탄소 배출 상위 세번째 국가가 될 것”이라며 “이른바 ‘농장 관문’ 폐기물량, 곧 출하되기 전에 버려지는 식량이 60%에 이른다”고 지적했다.

식량 폐기물에 따른 1인당 연간 이산화탄소 발생량. 유엔식량농업기구(UNFAO) 제공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협력·협조가 ‘2030 제로 헝거’-‘2050 넷 제로’ 달성 지름길”

식량 생산으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은 전체의 26%를 차지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영국 옥스퍼드대 연구팀은 지난 2018년 <사이언스>에 게재한
논문에서 식량으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량의 24%는 식량 공급과 소비 과정의 망실에서 발생한다고 집계했다. 15%는 저장과 가공, 운송 과정의 망실에서, 9%는 식료품점과 가정에서 생긴다. 결론적으로 전 지구 온실가스 배출에서 식량 폐기물이 차지하는 비중은 26%의 24%, 곧 6%에 이른다. 항공기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1.9%)의 3배가 넘는 양이다.

지속가능식량체계연구센터는 20개 주요 식량회사들과 냉장시설 개선 등을 통해 식량 손실과 폐기 물량을 50%까지 줄이는 사업을 펼치고 있다. 시반다 센터장은 “인도 농부들은 코로나19 봉쇄 기간에 직거래를 통해 폐기물을 줄일 수 있었다”며 “협력과 협조는 2030년 기아 퇴치(제로 헝거)와 2050년 탄소 중립(넷 제로)의 상호 목표를 달성하는 데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이근영 기자 kylee@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미래&과학 많이 보는 기사

공정경쟁 허울 안에서 무너지는 공교육 1.

공정경쟁 허울 안에서 무너지는 공교육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6억년 전에 계획이 있었네 2.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6억년 전에 계획이 있었네

85%가 겪는 ‘요요’ 왜…살 빼도 내 몸은 비만을 기억한다 3.

85%가 겪는 ‘요요’ 왜…살 빼도 내 몸은 비만을 기억한다

“기후위기에 원전? 비싸고 느린 ‘라라랜드’일 뿐” 4.

“기후위기에 원전? 비싸고 느린 ‘라라랜드’일 뿐”

찬란한 죽음 앞둔 적색초거성…최후의 가스 내뿜는 장면 ‘첫 촬영’ 5.

찬란한 죽음 앞둔 적색초거성…최후의 가스 내뿜는 장면 ‘첫 촬영’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