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바이러스의 두 변이체가 결합해 새로운 변이체를 만드는 재조합 변이가 나타났다는 학계 보고가 나왔다.
영국 과학전문지 ‘뉴사이언티스트’는 16일(현지시각) 영국에서 발견된 B117 변이와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발원한 B1429변이가 재조합한 하이브리드 바이러스가 캘리포니아의 바이러스 샘플에서 발견됐다고 보도했다.
변이는 일반적으로 한 번에 하나씩 일어나지만, 재조합은 한 번에 여러 변이가 일어날 수 있어, 재조합 사례가 사실로 확인될 경우 팬데믹 상황에 대한 우려가 커질 것으로 보인다. 영국 B117 변이는 전염력이 높고, 캘리포니아 B1429 변이는 일정한 정도의 항체 내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뉴사이언티스트’에 따르면 이 재조합 바이러스는 뉴멕시코주 로스알라모스국립연구소의 베티 코버(Bette Korber) 박사가 발견했다. 그는 지난 2일 뉴욕 과학원이 주최한 한 회의에서 미국 바이러스 게놈 데이터베이스에서 “아주 분명한” 재조합 증거를 보았다고 말했다.
그동안 바이러스 재조합은 예상돼 왔던 일이지만, 지난해 12월과 1월 두 연구진은 바이러스 재조합 증거를 찾지 못했다고 보고한 바 있다. 코버 박사의 주장이 사실로 확인되면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첫 재조합 사례가 된다.
재조합은 새롭고 더 위험한 변종의 출현으로 이어질 수 있지만, 이 첫번째 재조합 사건이 얼마나 많은 위협을 가할 수 있는지는 아직 명확하지 않다. 코버 박사는 자신이 살펴본 수천개 중 단 하나에서만 재조합 게놈을 확인했으며 바이러스가 사람간 전염력이 있는지 아니면 일회성인지는 확실하지 않다고 말했다.
재조합은 코로나바이러스에서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는 현상이다. 게놈을 복제하는 효소가 복제중인 RNA 가닥에서 떨어져 나가기 일쑤고, 그 뒤 중단된 부분에서 재결합하는 경향이 있다. 만약 숙주 세포에 두 개의 서로 다른 코로나바이러스 게놈이 있을 경우, 효소가 이 바이러스 게놈에서 저 바이러스 게놈으로 이동하면서 재조합 바이러스를 만들어낼 수 있다. 최근 코로나19 바이러스에서 여러 변이들이 출현함으로써 한 사람이 두가지 변이에 감염될 수 있는 가능성이 커지면서 이런 재조합 여건이 성숙해진 상황이다.
코버 박사는 뉴욕 회의에서 “이런 재조합은 더 높은 전염력과 더 높은 내성을 결합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고 ‘뉴사이언티스트’는 전했다.
펜실베이니아대템플의 세르게이 폰드(Sergei Pond) 교수는 ‘뉴사이언티스트’ 인터뷰에서 “우리는 이런 일(재조합)이 상당한 속도로 일어나는 시점에 다다르고 있는지도 모른다”라고 말했다. 그는 “아직 광범위한 재조합의 증거는 없지만 모든 코로나바이러스는 재조합한다”며 “따라서 재조합은 ‘만약’이 아니라 ‘시기’의 문제”라고 덧붙였다.
곽노필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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