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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륙한 가덕신공항, 기후위기에 착륙하다

등록 2021-03-05 11:37수정 2021-12-30 15:07

[조천호의 파란하늘]
항공 CO₂ 배출 2.5%지만 지구가열은 5∼6%
배기가스 수증기·질소산화물도 온난화 요인
비행기 여행 일부에 편중돼 불평등 문제 야기
기후변화 평가 없이 신규공항 건설 안될 일
항공의 이산화탄소 배출량 비중은 크지 않지만 실제 기후변화에 끼치는 영향은 훨씬 크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항공의 이산화탄소 배출량 비중은 크지 않지만 실제 기후변화에 끼치는 영향은 훨씬 크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항공은 화석연료 산업이지만 전체 이산화탄소 배출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그리 크지 않다. 그렇다고 앞으로도 소홀히 다룰 수 있는 수준은 아니다. 항공은 이산화탄소를 제외한 다른 요인들이 지구가열을 더 일으키고, 또 가장 빠르게 증가하는 이산화탄소 배출원이기 때문이다.

비행 고도가 높아질수록 이산화탄소 외 대표적인 두 가지 요인이 가열을 증가시킨다. 제트 엔진 배기가스의 수증기는 응결되어 얼음으로 이루어진 비행운을 만든다. 이것이 온난화 담요 구실을 하여 기온을 올린다. 배기가스에 포함된 질소산화물은 온실가스인 오존을 생성시켜 기온을 상승시킨다. 지구가열 효과는 이산화탄소보다 비행운이 약 1.5배이고 질소산화물이 0.5배 정도다. 이는 비행 최대고도에서 지구가열이 이산화탄소만 배출할 때보다 3배 더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장거리일수록 비행 고도가 높아지므로 지구가열이 이산화탄소만 영향을 미칠 때보다 500㎞ 비행의 경우 1.27배에서 1000㎞ 이상 비행의 경우 2.5배로 커진다. 그렇다고 단거리 비행에서 지구가열이 적다는 것은 아니다. 800㎞ 약간 넘는 비행에서 이착륙할 때 전체 이산화탄소 배출량 가운데 약 25%가 발생한다. 단거리 비행일수록 단위 거리당 더 많은 연료를 사용한다. 항공 부문은 전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2.5%를 차지하지만, 전체 지구가열의 5~6%를 일으킨다.

비행 연비가 크게 향상되고 있어도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증가하고 있다. 비행 수요가 급격히 증가하기 때문이다. 전 세계 연간 총 항공 승객수는 1960년에 1억명에서 2017년에 40억명으로 증가했다. 항공 부문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1950년 이후 거의 7배, 1960년 이후 3배, 1980년대 중반 이후 2배 늘었다. 우리나라에서도 항공 부문 온실가스 배출량은 2003년에 비해 2017년에 2배 가까이 증가했다. 2018년 전 세계 상업용 비행기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여객 수송이 81%이고 화물이 나머지 19%를 차지했다. 여행과 화물의 예상 증가를 고려하면 2050년에 항공 부문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3배 증가할 것으로 전망한다.

다른 산업부문에서는 재생에너지 전환이 빠르게 일어나고 있다. 반면 항공 부문은 앞으로도 화석연료에서 벗어나기가 어려워 전체 이산화탄소 배출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질 것이다. 대형 전기 여객기가 상용화되려면 배터리 기술과 용량의 한계로 앞으로 수십 년 동안 개발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국제민간항공기구에서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2050년 기온 상승을 1.5도로 제한하는 경우, 배출 가능한 이산화탄소량 중 25%를 항공 부문에서 사용할 것으로 전망하였다. 2015년 파리기후변화협정에서는 국가별 배출량 집계에서 국제 항공을 제외하였지만, 앞으로 항공 부문은 기후위기 대응의 타깃이 될 가능성이 크다. 한편 기후위기와 환경 파괴로 감염병이 발생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새로운 감염병이 발생한다면 코로나19 상황처럼 항공 수요가 크게 줄어들게 된다. 이처럼 항공 수요는 늘어도 줄어도 어려움에 처하게 된다.

비행기 여행에는 불평등 문제도 있다. 항공 왕복 승객 1명당 런던에서 뉴욕은 1.6톤 그리고 런던에서 홍콩은 2.97톤에 상당하는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 대서양을 건너는 왕복 비행 배출량은 선진국 사람들이 1년 동안 자가용을 몰 때 배출하는 이산화탄소량의 67% 정도다. 이것은 이코노미 클래스를 기준으로 한 것이고 비즈니스 클래스의 경우 약 3배, 일등석의 경우 4배 더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 세계 인구의 약 80%는 1년에 한 번도 비행기 여행을 하지 않는다. 미국에서도 1년 동안 약 절반의 사람들은 비행기를 타지 않으며 12~15%만이 항공을 자주 이용한다. 이는 비행기 여행이 필요가 아니라 과잉으로 일어날 수 있음을 의미하므로 누적되는 거리에 따라 가중되는 세금을 부과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항공이 기후변화에 영향을 미칠 뿐만이 아니라 기후변화도 항공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지금까지 공항을 건설할 때 기후변화는 고려하지 않았다. 앞으로 해안가 저지대 공항은 높아지는 해수면과 거세지는 폭풍 해일로 인해 점점 더 취약해질 수 있다. 기온이 상승하면 공기 밀도가 감소하므로 이륙하는 데 더 많은 연료를 사용하거나 이륙 중량을 줄여야 한다. 활주로는 더 높게 더 길게 건설해야 한다.

지구가열 1.5도를 막기 위해 전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2030년까지 2010년 수준보다 절반 이상 줄어야 하고 2050년까지는 탄소 중립을 달성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10여년 전부터 기후위기 대응을 외쳐댔지만, 실제 행동은 그 반대였다. 2007년 이후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회원국 평균은 8% 감소한 데 반해 우리나라는 25% 가까이 증가했다. 일인당 1년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전세계 평균이 1.2톤인데 반하여 2018년 우리나라는 12.9톤이며 이는 OECD 평균 대비 약 40% 높은 수준이다.

2020년 말 우리 정부도 탄소중립을 선언했다. 그렇다 해도 탄소를 줄이기에는 기후위기가 아직 멀기만 한가 보다. 우리나라는 2030년 배출 목표로 2017년 대비 24.4% 감축하겠다고 했지만, 이는 2010년 대비 불과 0.5%밖에 줄이지 않는 양이다. 이런 계획으로 어떻게 탄소중립을 하겠다는 건지 도무지 알 도리가 없다.

여기에 더해 정부와 의회는 탄소 배출을 늘리는 새 공항을 제대로 평가조차도 안 해보고 짓겠다고 한다. 기후위기가 일어나고 인구가 급격하게 줄고 새로운 감염병의 발생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데도 말이다. 새 공항은 이미 온갖 장밋빛 전망으로 지어놓고 제대로 활용하지 않는 공항들에 더해지는 짐이 될 가능성이 크다. 전환 시대에 과거 한때 성공 방식인 자연을 때려 부수고 건설하는 틀에서 전혀 벗어나지 못하는 우리나라 정책결정자들의 뻔한 상상력이 절망적이다.

앞으로 다가올 기후위기를 무시하는 우리 사회가 위험하다. 위험은 기후위기 그 자체보다 위기를 위기로 인식하지 못하는 정치 지도자들에 의해 일어나게 될 것이다.

경희사이버대학 기후변화 특임교수 cch0704@gmail.com

[참고문헌]

BBC, Climate change: Should you fly, drive or take the train?, 24 August 2019

David Suzuki Foundation, Air travel and climate change

The New York Times, In a Warming World, Keeping the Planes Running, Sept. 30, 2017

Lee, D. S., Fahey, D. W., Skowron, A., Allen, M. R., Burkhardt, U., Chen, Q., … & Gettelman, A., 2020, The contribution of global aviation to anthropogenic climate forcing for 2000 to 2018, Atmospheric Environment, 117834.

Our World in Data, Climate change and flying: what share of global CO2 emissions come from aviation?, October 22, 2020

Wynes, Seth, and Kimberly A Nicholas, 2017, The Climate Mitigation Gap: Education and Government Recommendations Miss the Most Effective Individual Actions, Environmental Research Letters 12(7). DOI: 10.1088/1748-9326/aa7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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