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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과학 과학

마스크 속 습기 찜찜하지만…코로나19 증상 완화에 효과적

등록 2021-03-10 11:05수정 2021-03-10 20:25

면역 강화해주는 마스크 가습효과…두꺼운 면마스크 최고
호흡기 내 습도 높아지며 섬모 점착력 강화
바이러스 잡아 식도로 보낸 뒤 위산으로 파괴
마스크가 습도를 높여 면역을 강화해주는 효과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픽사베이
마스크가 습도를 높여 면역을 강화해주는 효과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픽사베이

코로나19를 계기로 마스크는 이제 생활 방역을 위한 필수품으로 자리잡았다.

마스크에는 바이러스에 감염된 다른 사람의 비말을 차단하는 것뿐 아니라 자신의 바이러스 비말이 다른 사람에게 전파되는 걸 막아주는 등 여러 효과가 있다. 그 중엔 마스크를 쓰면 코로나19에 감염되더라도 증상이 중증으로 발전하는 걸 억제해준다는 연구도 있다.

이런 연구들이 주로 제시하는 근거는 마스크가 바이러스 흡입량을 줄여준다는 점이다. 그러나 중증을 유발하는 가장 큰 관건은 바이러스 입자가 폐로 침투하느냐 여부다. 입자가 작을수록 몸 안 깊숙한 곳까지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마스크 자체가 아주 미세한 입자까지 차단할 수는 없다.

마스크가 호흡기 내의 습도를 높이는 것이 ‘마스크 착용-경미한 증상’의 핵심 연결고리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바이러스에 대한 직접 개입이 아닌 간접 개입에 의한 증상 완화 효과다. 미국 국립보건원(NIH) 당뇨·소화기·신장질환연구소(NDDK) 연구진은 국제학술지 ‘바이오피지컬 저널’(Biophysical Journal)에 발표한 논문을 통해, 마스크가 호흡기관의 습도를 높여 점액을 더욱 끈적하게 만들고 이것이 면역계의 활동을 강화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연구를 이끈 애드리안 백스 박사는 마스크 착용자의 코로나19의 증상 완화 현상은 바이러스 흡입량 감소보다는 이 가습 효과에 기인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기도 상피 세포의 섬모를 전자현미경으로 촬영한 사진. 위키미디어 코먼스
기도 상피 세포의 섬모를 전자현미경으로 촬영한 사진. 위키미디어 코먼스

마스크가 촉발하는 이 면역 강화 시스템의 핵심은 ‘섬모점액 청소’(MCC) 메카니즘이다. 섬모점액 청소는 외부에서 호흡기를 통해 들어오는 바이러스 병원체에 대한 우리 몸의 첫번째 방어체계다.

기도 표면에는 세포 1개당 약 200개의 비율로 섬모가 머리카락처럼 나 있다. 길이가 7마이크로미터(1마이크로미터=100만분의1미터)에 불과한 이 섬모들은 상시적으로 초당 10~20회의 속도로 나풀거리며 포획감을 낚아챌 준비를 하고 있다.

끈적끈적한 점액이 바이러스를 붙잡아놓으면 섬모가 이를 낚아채, 음식물 통로인 식도와 연결된 인후(목구멍) 쪽으로 밀어넣는다. 바이러스의 방향을 틀어버리는 것이다. 그러면 그 끝에서 기다리고 있던 강력한 위산이 바이러스가 도착하는 대로 파괴해 버린다. 이런 메카니즘이 얼마나 잘 작동하는지는 기도가 얼마나 촉촉한지에 달려 있다.

겨울엔 이 메카니즘이 작동하기가 어려워진다. 공기가 차가워지면서 공기중의 수분 함량, 즉 습도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습도가 낮으면 기도도 건조해진다. 인플루엔자 같은 상부 호흡기 바이러스가 겨울에 기승을 부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연구진은 그러나 마스크를 착용하면 호흡기 내부의 습도가 높아져 외부 조건과 상관없이 섬모점액 청소 메카니즘이 잘 작동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숨을 내쉴 때 나오는 수증기가 마스크 안쪽에서 응축되면, 그 다음 숨을 들이마실 때 외부의 공기가 마스크를 통과하면서 안쪽의 수분을 끌어모아 기도와 폐로 보내 습도를 높인다. 높은 습도는 또 바이러스와 싸우는 인터페론이라는 항바이러스 단백질의 생성을 촉진하는 기능도 한다.

마스크의 습도 효과 실험 결과와 실험에 사용한 마스크들.
마스크의 습도 효과 실험 결과와 실험에 사용한 마스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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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도 효과에선 두터운 면 마스크가 최고

마스크 유형과 기온에 따라 가습 효과는 얼마나 차이가 날까?

연구진은 네가지 유형의 마스크가 각각 37도, 22도, 8도의 온도에서 어느 정도 가습 효과를 내는지 실험했다. 실험에 사용한 마스크는 의료용 N95 마스크, 3겹 일회용 수술 마스크, 2겹 폴리에스테르혼방 마스크, 두터운 면 마스크였다.

연구진은 실험참가자들에게 센서를 장착한 밀폐 상자 안에서 호흡을 하게 한 뒤, 각 온도와 마스크별로 흡입 공기의 습도가 어떻게 변화하는지 측정했다. 그 결과 어떤 마스크든 일정 정도는 습도를 높여주는 걸 확인했다.

효과는 마스크별로 다양했다. 습도를 가장 높여준 것은 두터운 면 마스크였다. 두터운 면 마스크는 마스크 없이 호흡할 때보다 온도가 가장 높은 환경에서 흡입 공기의 상대 습도를 50% 이상 높여줬다. 온도가 가장 낮은 방에서는 이 숫자가 300%까지 치솟았다. 다른 마스크들의 상대 습도 증가율은 150~225%였다. 연구진은 마스크의 종류와 관계없이 가습 효과는 고온보다 저온에서 더 컸다고 밝혔다.

애드리안 백스 박사는 “높은 습도는 독감의 증상을 완화해주는 것으로 드러난 바 있다”며 “코로나19에도 비슷한 메카니즘이 적용될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습도가 높으면 미생물이 번식하기에도 좋은 만큼 한 개의 마스크를 오래 사용하는 건 금물이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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