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 기후위기대응·에너지전환지방정부협의회, 지속가능발전지방정부협의회 등 11개 단체는 지난해 6월5일 서울 국회의원회관에서 ‘대한민국 기초지방정부 기후위기 비상선언’을 선포했다. 기후위기 대응・에너지전환 지방정부협의회 사무국 제공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세계 도시들의 재생에너지 방향 전환 속도가 빨라진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도시들도 기후위기 선언에서 앞서나가고 있다. 하지만 탄소중립 목표 설정 등 실천 측면에서는 미흡한 것으로 지적됐다.
재생에너지 분야 국제 비영리단체인 ‘국제재생에너지정책네트워크’(REN21)는 18일 ‘세계 도시 재생에너지 현황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는 세계 인구 10억명이 거주하는 1300여 개 도시가 재생에너지 목표를 설정하거나 정책을 수립하고 있다고 집계했다. 현재 세계 인구 절반 이상이 도시에 거주하며 이들이 소비하는 에너지는 전체의 75%를 차지하고 있다.
이산화탄소 배출량 감소 목표를 마련한 도시는 1만500여 곳에 이른다. 지난해까지 800여 곳이 탄소중립(탄소순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것·넷제로)을 선언했다. 2019년에는 탄소중립을 선언한 도시가 100여 곳에 그친 데 견주면 괄목할 만한 진전이다. 라나 아디브 국제재생에너지정책네트워크 사무총장은 “독일 함부르크, 미국 샌프란시스코, 중국 상하이의 사례에서 보듯 재생에너지 목표를 높이 설정할수록 도시 안 재생에너지 사용을 확대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도입하는 경향을 보인다”며 “이 가운데서도 가스, 석유, 석탄 등 화석연료 사용을 전면 중단하는 목표 날짜를 설정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세계 43개 도시가 난방과 수송 두 부문 모두 또는 한 부문의 화석연료 사용을 제한하는 정책을 펼쳤다. 이는 2019년에 비슷한 목표를 도입한 도시에 비해 5배 늘어난 수치다.
‘세계 도시 재생에너지 현황 보고서’ 주요 수치들. REN21 제공
보고서는 “아시아에서 기후위기 선언을 한 지방자치단체 278곳 가운데 228곳(80%)이 대한민국 도시인만큼 한국이 기후위기 선언을 선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전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 기후위기대응·에너지전환지방정부협의회, 지속가능발전지방정부협의회 등 11개 단체가 지난해 6월 정부에 2050 탄소중립을 선언할 것을 촉구한 사실을 높이 평가했다.
하지만 재생에너지 목표를 설정하거나 정책을 수립한 한국 도시는 당진, 인천, 세종, 서울, 수원 등 5곳뿐이다. 더욱이 탄소중립을 목표로 설정한 곳은 당진과 서울 두 도시뿐이어서 세계 전체(800여 도시)에 견줘 매우 적은 편이라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보고서는 또 한국은 지역난방 산출량으로는 세계 10위권에 속하지만 여전히 화석연료가 주공급원으로 이용되고 있는 점도 개선할 점으로 꼽았다. 한국의 재생에너지 이용 비율은 4%로, 세계 평균 8%의 절반 수준이다.
보고서는 토지 면적의 한계에도 신재생에너지 확대 계획을 수립하고 실천해가는 서울시의 재생에너지 정책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2017년 착수한 ‘태양의 도시 서울’ 사업은 2022년까지 100만 가구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해 원전 1기에 해당하는 1기가와트 전력을 생산하겠다는 목표를 현재 초과달성해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국제재생에너지정책네트워크는 “한국은 지방자치단체에서 정부를 향해 기후행동 강화, 원전의존도 축소, 대기질 개선 등의 문제해결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져 전기자동차와 신재생에너지 수요가 확대됐다”고 평가하면서 “지난해 7월 발표된 한국형 그린뉴딜은 에너지 전환 가속화에 중요한 진전으로 이를 위해 정부와 지자체의 협업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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