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4일 근무제로 전환하면 출퇴근 차량 운행 중단 등으로 영국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20% 줄어들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픽사베이 제공
주4일 근무제를 도입하면 코로나19 봉쇄로 생긴 온실가스 감축과 같은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주4일 근무제 도입을 주창하는 영국 환경단체 ‘플랫폼 런던’은 30일 발표한 ‘시간을 멈춰라-노동시간 단축의 환경 혜택’ 보고서에서 “영국이 주4일 근무제로 전환하면 2025년까지 온실가스 배출을 연간 1억2700만톤을 줄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는 영국 전체 온실가스 배출의 21.3%에 해당하고, 스위스의 한해 온실가스 배출량과 맞먹는 양이다. 또한 개인승용차 2700만대가 도로에서 사라지는 것과 같은 정도의 효과라고 보고서는 추정했다.
조 라일 플랫폼 런던 활동가는 언론 인터뷰에서 “많은 기업들이 노동시간 단축이 노동자들의 집중력을 높이고 원기 회복에 도움을 줘 생산력을 높인다는 사실을 깨달아가고 있다. 하지만 주4일 근무제가 주는 혜택은 이것말고도 다른 것이 있다. 바로 환경에 기여하는 일이다”라고 말했다.
주4일 근무제가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분야는 출퇴근 교통이다. 런던의 경우 자전거길이 잘 발달돼 있음에도 직장인 3분의 1이 승용차로 출퇴근하고 있다. 잉글랜드와 웨일스 지역의 노동자 2650만명 가운데 1670만명(63%)이 자동차를 출퇴근에 이용하고 있다. 영국 레딩대 연구를 보면, 주4일 근무제로 전환하면 출퇴근 자동차의 운행거리가 매주 9억㎞(5억5800만마일) 줄어들 것으로 추정됐다.
보고서는 또 전력 소비량이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재택 근무와 사무실 근무 혼합 형태는 전력 소비를 증가시킨다. 일부 직원들이 출근하는 사무실은 사무실대로 전등을 켜야 하고 재택근무자는 집에서 평소보다 더 많은 전기를 써야 한다. 반면 주4일 근무제를 도입하면 사무실은 하루를 추가로 완전히 닫을 수 있다. 지난해 영국의 한 민간기업은 주중과 주말의 전기 소비 양태를 분석해, 주말 휴일이 3일로 늘어나면 에너지 소비 절감으로 매주 11만7천톤의 온실가스가 추가로 줄어들 것으로 추산했다. 연간 1300만대의 자동차를 거리에서 줄이는 것과 같은 효과이다.
근무시간 축소가 온실가스 배출을 감소시킬 것이라는 생각이 새로운 것은 아니다. 미국 워싱턴의 경제정책연구소 연구팀은 2007년 <국제보건서비스저널>에 미국이 유럽 수준으로 노동시간을 줄이면 온실가스 배출을 크게 감축할 수 있다는 내용의 연구 논문을 게재했다. 연구팀은 반대로 유럽 사람들이 미국 사람들만큼 노동을 하면 에너지를 25% 더 사용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세계 노동자들이 미국식 노동시간제를 따르면 유럽식을 따랐을 때에 비해 2050년까지 15~30%의 에너지를 더 소비할 것이고, 이를 이산화탄소 배출로 환산하면 지구 평균기온을 1~2도 높일 수 있는 양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2015년 스웨덴에서 비슷한 연구가 있었다. 스웨덴 정치경제연구소 연구팀은 스웨덴 가정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노동시간이 1% 줄면 에너지 소비는 0.7%, 온실가스 배출은 0.8%가 줄어든다고 밝혔다.
긴 노동시간은 더 많은 소비와 연관되고, 이는 이산화탄소 배출 증가로 이어진다. 레딩대 연구에서 사람들은 추가 휴일이 주어지면 가족과 함께 지내거나 공원에 가고 봉사활동을 하며 심부름을 갈 때 차를 타는 대신 걸어가는 등 탄소를 덜 배출하는 활동에 시간을 보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4일 근무제에 대한 관심도는 높아지고 있다. 스페인은 전국적으로 시범에 들어갔으며, 스코틀랜드도 시범 도입을 자원한 수십개 회사들에 보조금을 주는 방식으로 실험을 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나 영국 소비재 기업 유니레버는 일부 매장에서 주4일 근무제를 도입했다. 주요 동인은 직원들의 복지 차원이지만, 일부 회사들은 환경 영향을 감소시킬 수 있는 방법이라는 것을 깨닫기 시작했다고 플랫폼 런던 보고서는 밝혔다.
이근영 기자
kyl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