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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에게 50억원 소송을 당하다

등록 2018-07-09 17:05수정 2018-07-09 17:11

[창간 30년, 한겨레 보도-14]
BBK 보도와 4대강 취재 뒷이야기

2007년 8월 20일, 대통령 당선이 유력했던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는 한겨레를 상대로 50억 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자신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이유였다.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2007년 6월 서울 여의도 용산빌딩에서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측이 제기한 BBK 관련 문제 등 의혹과 관련해 해명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전 시장은 단 1평의 땅도, 1주의 주식도 없다며 손가락 하나를 치켜들었다. 이종찬 기자 rhee@hani.co.kr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2007년 6월 서울 여의도 용산빌딩에서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측이 제기한 BBK 관련 문제 등 의혹과 관련해 해명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전 시장은 단 1평의 땅도, 1주의 주식도 없다며 손가락 하나를 치켜들었다. 이종찬 기자 rhee@hani.co.kr

한겨레는 그해 7월부터 이명박 후보와 관련한 의혹을 집중 보도하고 있었다. 7월 17일에 발행된 한겨레21 668호의 표지 제목은 ‘이명박의 거짓말’이었다.

1999년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설립된 투자자문회사 BBK가 이명박 소유라는 의혹을 깊숙이 파헤쳤다. 한겨레21 정치팀장이었던 김보협은 미국 로스엔젤레스 구치소에 수감 중이던 김경준 BBK 한국지사장을 두 차례 단독 인터뷰했다. 김경준은 “BBK와 다스(DAS) 등 3곳은 100% 이명박 회사”라고 말했다. 이명박은 이 인터뷰 기사를 문제 삼았다.

이어 한겨레와 한겨레21은 공동 특별취재팀을 꾸리고 BBK 의혹을 캐기 시작했다. 파면 팔수록 석연치 않았다. 취재 과정에서 단독으로 입수한 자료만 사과상자 3개 분량이었다. 한겨레21 이태희 기자가 다시 미국으로 건너가 김경준의 누나인 에리카 김을 단독 인터뷰해 이명박과 작성한 이면계약서를 공개하는 등의 보도를 이어갔다.

BBK 관련 보도를 했던 김보협, 류이근 기자가 말하는 뒷이야기. 한겨레 창간 30주년을 맞아 제작된 영상이다.

2007년 10월 13일 한겨레 1면에는 이명박 후보가 공식적으로는 “김경준이 빨리 한국으로 들어와 조사받아야 한다”고 하면서도 뒤로는 김경준의 귀국 연기 신청을 하는 등 이율배반적인 태도를 보인다는 사실을 고발하는 기사가 나갔다. 임석규, 이태희, 류이근, 김태규 등 한겨레와 한겨레21 취재팀이 힘을 모았다. 한겨레는 권력형 비리에 대해서만큼은 한 번 물면 절대로 놓지 않는다.

그러나 2008년 ‘BBK 관련 의혹’을 수사한 특별검사팀은 이명박에게 면죄부를 줬다. 김경준은 이면계약서를 위조해 BBK 실소유주가 이명박이라는 허위 사실을 퍼뜨린 혐의로 구속되었다.

2007년 8월, 이명박 당시 한나라당 대선 후보가 한겨레신문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소송에 대한 한겨레 기사.
2007년 8월, 이명박 당시 한나라당 대선 후보가 한겨레신문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소송에 대한 한겨레 기사.

2007년 8월, 이명박 당시 한나라당 대선 후보는 한겨레가 ‘BBK 실소유주는 이명박 후보’라는 김경준씨의 인터뷰 내용을 보도해 자신의 명예를 훼손했다면서 50억 원의 손해배상소송을 냈다. 그해 12월, 이명박은 대통령으로 당선되었다. 이 소송과 관련한 재판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2008년 국정원 연락관(직원)이 판사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재판 진행 상황을 물어본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판사는 “(대통령) 개인 사건에 국정원 직원이 전화를 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법정에서 경고했다.

2008년 7월 4일 치 한겨레에 실린 BBK 재판 사찰 관련 기사
2008년 7월 4일 치 한겨레에 실린 BBK 재판 사찰 관련 기사

2009년 2월 서울중앙지법은 한겨레가 30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2010년 5월 1일, 한겨레는 1면에 ‘알려드립니다’라는 제목 아래 다음과 같은 글을 실었다.

“BBK 실소유주가 이명박 당시 대통령 후보라는 보도와 관련해 결과적으로 원고(이명박 당시 대통령)에게 피해를 준 사실에 대해 대단히 안타깝게 생각한다.”

2010년 5월 1일 치 한겨레 1면에는 BBK 보도와 관련한 사과문이 실렸다.
2010년 5월 1일 치 한겨레 1면에는 BBK 보도와 관련한 사과문이 실렸다.

‘이명박의 거짓말’은 10년 뒤에야 비로소 세상에 밝혀졌다. 이명박 대통령은 뇌물 수수 혐의 등으로 2018년 3월 23일 구속되었다. BBK의 최대 투자 회사였던 다스가 이명박 소유라는 의혹도 하나둘 실체를 드러내고 있다. 거짓은 진실을 이기지 못했다.

110억 원대 뇌물수수와 350억 원대 다스 자금 횡령 등 혐의로 구속기소 된 이명박 전 대통령이 2018년 5월 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417호 대법정에서 열린 첫 정식재판에 출석했다. 사진공동취재단
110억 원대 뇌물수수와 350억 원대 다스 자금 횡령 등 혐의로 구속기소 된 이명박 전 대통령이 2018년 5월 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417호 대법정에서 열린 첫 정식재판에 출석했다. 사진공동취재단

이명박 대통령 재임기간 동안, 불법과 탈법으로 얼룩진 여론조작의 시대에도 한겨레는 제 역할을 다하려고 분투했다. 권력의 비리를 쫓아서 세상에 알리는 데 매달렸다.

2008년부터 2011년 8월 사이에 중앙정부, 지방행정기관 등 국가기관이 정정 보도나 반론 보도 신청을 가장 많이 했던 상대 언론사는 한겨레였다. 언론중재위원회에 접수된 조정신청 건수 총 79건 가운데 한겨레가 17건, 경향신문이 15건으로 각각 1위, 2위를 차지했다. 이명박 정부 들어 중앙 부처들의 조정신청이 크게 늘어났다. 특히 4대강 사업 주무 부서인 국토해양부(24건)와 환경부(22건)의 조정신청이 많았다. 하지만 재갈을 물린다고 물러날 한겨레가 아니었다.

계속되는 폭염으로 낙동강에 녹조가 발생한 2016년 어느날 낙동강 창녕 함안보의 수문 3개를 동시에 열고 있다. 창녕/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계속되는 폭염으로 낙동강에 녹조가 발생한 2016년 어느날 낙동강 창녕 함안보의 수문 3개를 동시에 열고 있다. 창녕/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이명박 정부 들어 시작된 4대강 사업에는 막대한 국가 예산이 투입되었다. 환경 문제가 결부되어 미래 세대에게 끼칠 영향도 컸다. 언론의 감시 역할이 그만큼 중요했다.

2009년 4월, 한겨레는 ‘4대강 취재 TF’팀을 꾸렸다. 전국을 누비는 지역기자들과 환경 담당 기자들로 거대 팀을 구성했다. 시민단체, 종교계와도 공동으로 기획취재를 시작했다. 환경과 토목 분야 전문가들을 서울 공덕동 한겨레 사옥으로 초청해 기자들이 특별 수업을 받았다. 전문가들과 함께 전국의 4대강 현장을 수차례 방문했다. 정부 환경영향평가 부실 의혹, 수해 예방 등 사업 목적의 부적합성, 사업 진행 과정에서의 법 위반 의혹, 보 설치로 예상되는 수질 오염 문제 등을 파헤쳐 수백 건의 기사로 보도했다.

2011년 5월 31일부터 연재된 한겨레 탐사보도 ‘4대강 사망자 19명 전수조사’ 기사
2011년 5월 31일부터 연재된 한겨레 탐사보도 ‘4대강 사망자 19명 전수조사’ 기사

‘4대강 거짓과 진실’(2010년 11월), ‘돌아오지 않는 강-4대강 사망자 19명 전수조사’(2011년 5월), ‘신음하는 4대강 복원이 답이다’(2013년 7월), ‘심층리포트-재앙이 된 4대강 사업’(2014년 7월), ‘4대강과 가뭄’(2015년 11월) 등의 기획보도가 대표적이다.

리영희 선생 1주기 추모식이 2011년 11월 3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조계사 한국불교역사문화관에서 열리고 있다. 김봉규 기자 bong9@hani.co.kr
리영희 선생 1주기 추모식이 2011년 11월 3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조계사 한국불교역사문화관에서 열리고 있다. 김봉규 기자 bong9@hani.co.kr

2010년 5월 14일, 한겨레 창간 22주년을 맞아 당시 병상에 누워있던 리영희 초대 논설고문은 다음과 같은 ‘창간기념일 축하 인사말’을 보내왔다.

“22년 전 수많은 국민들이 사느냐 죽느냐를 걱정하는 속에서 태어난 하나의 여린 목숨이 드디어 22년의 청년으로 자라서 오늘 생일을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모질고 험악했던 그 세월을 이겨내고 오늘에 이른, 그 허약했던 어린이의 자란 모습을 보면서 진정한 축하의 메시지를 보냅니다…이제 다시, 태어났던 20여 년 전의 상황과 같은 험난한 현실에 다다랐으니 한겨레신문이 다해야 할 책임은 더욱 막중해졌습니다. 여러분들은 신문이 탄생할 때와 같은 어려운 조건을 감내하고 헤쳐나가야 할 사명을 또다시 짊어지게 되었습니다.”

리영희 선생은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민주주의의 퇴행과 언론 장악을 누구보다 염려하며, 한겨레의 역사적 소명을 강조했다.

“한겨레는 태어날 때부터 독재정권과 싸워야 할 운명을 타고났다. 무지막지한 정권이 들어서 다른 신문이 다 호응할 때 한겨레만은 사회와 나라의 갈 길을 꾸준히 변함없이 지켜나가면서 빛을 내야 하는 운명적 존재다. 이제부터 더 할 일이 많다. 캄캄할수록 빛을 발하는 신문이 돼야 한다.”

리영희는 이명박 정부와의 싸움의 끝을 보지 못한 채, 2010년 12월 4일 눈을 감았다.

※ 한겨레 창간 30돌을 맞아, 한국사회를 바꾸는 데 기여한 특종이나 기획 기사의 뒷이야기를 <창간 30년, 한겨레 보도> 시리즈로 연재합니다. 이 글은 디지털 역사관인 '한겨레 아카이브'에 소개된 내용의 일부입니다. 한겨레의 살아 숨쉬는 역사가 궁금하시다면, 한겨레 아카이브 페이지(www.hani.co.kr/arti/archives)를 찾아주세요. 한겨레 30년사 편찬팀 achiv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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