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를 부르는 온실가스 배출은 남성과 여성 중 누가 더 많이 할까? 스웨덴에서 1인 가구인 남성과 여성을 비교한 결과 남성이 더 많이 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자동차 이용, 육식 생활 등이 이유였다.
<가디언>은 지난 21일 스웨덴의 조사업체 에코루프의 아니카 칼손 카냐마 연구원 등이 스웨덴의 독신인 남성과 여성, 2인 이상 가구의 개인의 소비 생활을 분석해 온실가스 배출량을 비교한 연구 결과를 소개했다. 이 연구는 이날 <산업생태학저널>에 발표됐다.
연구는 스웨덴의 1인 남성 가구 369명, 1인 여성 가구 251명, 평균 2.1명의 가구원을 둔 가정의 개인 2871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그 결과 1인 가구인 남성과 여성은 연간 평균 10톤과 8.5톤의 온실가스를 각각 배출했다. 공동 가구의 개인은 6.9톤을 배출했다. 가구원이 여러명인 경우 온실가스 배출량도 분산될 수밖에 없어 1인 가구보다는 배출량이 적게 나왔다는 게 연구진의 설명이다.
같은 1인 가구인데 성별에 따른 차이는 왜 발생했을까. 연구진은 이들에게 주요 소비 항목으로 11개 부문을 정하고 각각 3개에서 72개까지 세부 항목을 둔 뒤 소비 여부를 물었다. 옷과 신발, 술과 담배, 가구, 주택, 건강관리, 휴가 계획, 식당과 호텔, 교통 수단 등 자신의 소비생활에 맞는 선택을 하게 했다.
두드러진 차이는 자동차 생활, 담배, 휴일 생활 등에서 찾아볼 수 있었다. 우선 한 대의 자동차가 있다고 전제할 때 남성은 자동차를 몰고 출근했고 여성은 대중교통을 이용할 것이라는 이전 연구 결과와 일치하는 생활 형태를 보였다. 다만 택시나 영업용·작업용 차량의 연료 소비는 고려하지 않았다.
연구진은 “여성은 건강·의복 등에, 남성은 자동차·육식 위주의 외식·술과 담배에 지출을 이성보다 좀 더 많이 했다”며 “기후변화 대응 정책을 수립할 때 이러한 차이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남성과 여성 모두 배출량의 3분의 1이 휴일에 발생했다는 점도 연구진의 관심을 끌었다. 이를 근거로 연구진은 육류와 유제품 대신 식물성 식품을 먹는 식단으로 바꾸고, 휴일에 비행기나 내연기관차를 이용하기보다는 기차와 전기차를 탄다면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인다며 대안을 제시했다. 새 가구 대신 중고 가구를 구입하는 것도 좋은 대안이라고 지적했다. 연구진은 “식품, 휴일, 가구 등에 대한 지출을 바꾸면 온실 가스 배출량을 거의 40%까지 줄일 수 있다”고 결론지었다.
한편 이날 <가디언>은 최근 유럽연합의 그린딜이 성별에 따라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비판받고 있다고 전했다. 레오노레 게베슬러 오스트리아 기후장관은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기후위기의 영향은 남성과 여성에게 다른 영향을 준다”며 “에너지 빈곤의 영향을 받는 사람의 대다수는 여성이다. 모든 사람에게 적합한 솔루션과 변화 개발하려면 성별 차이를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16일 유럽환경국 등은 유럽 그린딜 정책이 성별 불평등을 확대하고 있다며 에코페미니즘적 시각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담은 보고서를 냈다.
한국의 여성환경연대도 지난해 총선 당시 각 정당에 ‘기후변화 대응 정책의 성별영향평가 실시’와 ‘여성 농업인의 기후위기 적응 능력 향상을 위한 대책 마련’ 등 젠더 관점에서 본 기후위기 대책을 마련할 것을 요구한 바 있다.
최우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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