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 아파트 베란다에 태양광 모듈을 설치하는 모습. 연합뉴스
아파트 베란다, 빌라 지붕 등에 설치된 ‘자가용 태양광 패널’은 전력거래소 통계에 잡히지 않는다. 지난달 폭염으로 인한 전력수요 피크 시간대에 자가용 태양광 발전이 전체 전력수요의 11%에 달하는 전력을 공급한 것으로 추계됐다.
산업통상자원부는 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열어 “전력시장 외 태양광 발전량을 추계한 결과 7월 중 기온이 높은 실제 피크 시간(오후 2~3시) 태양광 발전 비중이 총 수요의 11.1%를 기록한 것으로 추산됐다”고 밝혔다. 7월 피크 시간대(주말 제외) 평균 전력수요는 9만1164메가와트(MW)였는데, 이 가운데 태양광 발전량이 1만118메가와트를 충당했다는 것이다.
7월 기준 태양광 설비 총량은 총 20.3기가와트(GW. 1GW=1000MW)다. ①대규모 발전 사업자가 전력거래소를 통해 판매하는 5.1기가와트, ②1메가와트 이하 소규모 발전 생산자가 전력거래소를 거치지 않고 한국전력에 직접 판매하는 11.5기가와트, 여기에 ③베란다 등에 설치된 자가용 태양광 발전 3.7기가와트(추계치)를 합한 수치다. 그동안 전력거래소가 공개해온 전력수급 통계에는 ②번과 ③번 발전량(15.2기가와트)이 빠져 있었다. 15.2기가와트는 최신 원전인 신고리4호기 발전량(1.4기가와트)의 11배 가까운 발전량이다. 계절별로 다르지만 평균적으로 태양광 설비 용량의 약 35%가 실제 발전량인 점을 고려하면 약 5기가와트 정도가 실제 발전량으로 추정되는데, 이 역시 신고리 4호기 발전량의 3.5배에 이른다.
지난달 27일 문재인 대통령은 가정용 태양광 등 숨은 재생에너지 발전량을 집계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앞서 <조선일보>는 탈원전 정책에 반대하는 국민의힘 쪽 자료를 바탕으로 태양광·풍력 발전 비중이 전력수요 피크 시간대인 오후 4~5시에 1.7%에 불과해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보도했다. <중앙일보>도 지난 2월 같은 취지의 기사를 썼다. 전력통계에 잡히지 않은 태양광 발전량이 여름철 전력소비가 집중되는 오후 2~3시 전력수요의 상당부분을 상쇄함에 따라 여름철 전력 피크 시간이 오후 2~3시에서 오후 4~5시로 이동한 것처럼 보이는 것뿐이라는 전력전문가 지적을 의도적으로 무시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잇따랐다. 태양광 발전 증가에 따른 피크 시간대 이동은 미국 등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증가한 나라들에서 몇 년 전부터 나타난 현상이기도 하다.
앞으로 산업부는 자가용 태양광 발전을 포함한 전체 태양광 발전량 통계를 매일 산출해 공개하기로 했다. 일별 통계는 전력정보 앱을 통해 시간별 추계 통계를 다음날 공개하고, 월별 통계는 전력통계월보에 공개한다.
태양광 발전은 날씨 영향을 많이 받는다. 7월 한 달 피크 시간대 태양광 발전량 비중(11.1%)은 흐리고 비가 왔던 7월5~7일에는 절반 이하인 5.3%로 떨어졌다. 산업부는 날씨에 따른 태양광 발전 변동성을 보완하기 위해 에너지 저장장치(ESS) 확대 등을 통해 전력수급의 안정성을 확보해 나간다는 계획도 밝혔다.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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