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배달시킨 파스타가 일회용 플라스틱 용기에 담겨있다.
한국은 배달음식 천국으로 불린다. 배달앱만 열면 한·중·일·양식, 못 시킬 음식이 없다. 코로나19로 비대면 소비까지 늘면서 배달은 한국인의 일상에 깊이 스며들었다.
한바탕 음식을 해치운 뒤 남은 일회용기를 보면 뒷맛이 쓰다. 지난해 음식배달은 2019년에 견줘 무려 78% 증가했다. 이에 따라 발생한 폐플라스틱은 19%, 스티로폼 등 발포수지류는 14% 늘었다.
최근 일회용기 대신 재사용이 가능한 다회용기 배달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지난달 경기도 공공배달앱 ‘배달특급’은 환경부, 화성시, 한국외식업중앙회, 녹색연합과 업무협약을 맺고 경기 일부 지역에서 다회용기 배달을 시작했다. 비영리 민간연구소 기후변화행동연구소와 함께 기존 일회용기를 쓸 때와 다회용기를 사용할 때 탄소발자국(직·간접적 온실가스 배출 총량)을 확인해봤다.
한 번만 사용할 때 탄소발자국은 다회용기가 더 커
지난 6일 점심을 해결할 겸 배달앱을 켰다. 아시안/양식 항목을 둘러보다 높은 별점과 후기가 줄줄이 달린 한 파스타 집에서 새우 오일 파스타를 주문했다. 30분도 안 돼 음식이 도착했다. 폴리프로필렌(PP) 소재 플라스틱 용기와 피클 통, 랩, 숟가락, 포크, 비닐봉지가 딸려왔다.
배달된 일회용 파스타 그릇과 배달특급에서 실제 쓰는 다회용 그릇 탄소배출량을 각각 확인했다. 각 그릇 무게와 소재를 확인하고 환경부 공인 소재별 탄소배출계수를 적용해 탄소배출량을 계산했다. 일회용 그릇과 다회용 그릇의 용량은 650~670ml로 비슷했다.
한 번 사용을 기준으로 할 때 탄소배출량(파스타 그릇+뚜껑)은 다회용기가 일회용기의 6배나 됐다. 일회용기 탄소배출량은 소재 자체 배출량 39.7gCO2e(이산화탄소 상당량), 버릴 때 나오는 7.5gCO2e를 더해 47.2gCO2e이다. 다회용기는 소재 자체 배출량 239.1gCO2e, 재사용을 위한 용기 세척 시 나오는 0.6gCO2e, 폐기 때 41.9gCO2e을 합해 281.6gCO2e이다.
이유는 다회용기가 더 견고하고 손이 많이 가서다. 일회용 그릇과 뚜껑은 폴리프로필렌(PP), 다회용 그릇과 뚜껑은 각각 폴리프로필렌, 저밀도폴리에틸렌(LDPE)으로 만든다. 무게는 각각 27g, 151g으로 다회용기가 무겁고 두껍다. 탄소배출량은 소재별 탄소배출계수에 중량을 곱해 산정하기 때문에 다회용기 탄소배출량이 많을 수밖에 없다.
경기도 공공 배달앱 배달특급에서 사용하는 다회용 플라스틱 용기(왼쪽)와 일반 일회용 플라스틱 용기. 탄소배출량 측정을 위해 무게를 확인했다.
용기를 여러번 쓰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일회용기를 쓰는 식당은 주문 때마다 새 제품을 쓰고 버린다. 하루 1차례 음식 배달시킨다고 가정하면 일회용기 사용에 따른 일주일 간 탄소배출량은 330.4gCO2e이 된다. 반면 일주일 간 매일 다회용기 배달 주문을 하면 탄소배출량은 세척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량을 더해도 285.2CO2e에 그친다. 거의 변화가 없는 셈이다.
사용횟수가 늘 수록 누적 탄소배출량 격차는 눈에 띄게 커진다. 180차례 배달할 경우 일회용기 누적 탄소배출량(8494gCO2e)은 다회용기(383gCO2e)의 22배, 365차례 배달 때는 35배(1만7224gCO2e 대 487gCO2e)에 이른다.
‘배달특급’은 다회용기 하나를 1~2년 재사용할 계획이다. 세척 과정에 솔을 사용하면 세균 번식을 막는 용기 표면 코팅막이 벗겨질 수 있다. ‘배달특급’ 쪽은 “세척할 때 물리력이 가해질 경우 코팅막 손상 우려가 있다. 이를 최소화 할 수 있도록 고온·고압수 세척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달 서비스 시작 이후 파손된 용기는 아직 없다”고 했다.
이윤희 기후변화행동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일회용 배달 서비스는 쓰레기 자체도 많이 나오지만 새로운 용기를 만들면서 배출되는 탄소량도 그만큼 많다. 다회용기는 오래 쓸수록 그 효과가 뚜렷하다”고 설명했다.
갈 길 먼 다회용 배달 “배달앱 3사도 참여해야”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이 2019년 12월 펴낸 ‘순환경제로의 전환을 위한 플라스틱 관리 전략 연구’ 보고서를 보면, 가장 심각하게 여기는 일회용 플라스틱 품목을 묻는 설문조사에서 ‘배달 용기’라고 답한 이들이 28.8%로 가장 많았다.
하지만 다회용기 보편화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일부 공공 배달앱 외에 전국 배달시장을 사실상 독과점하는 배달의민족, 요기요, 쿠팡이츠 등 주요 배달업체 참여는 전무한 상황이다. 허승은 녹색연합 녹색사회팀장은 “주요 배달앱 3사가 시장 점유율 90%가량을 차지하는 만큼 배달 쓰레기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가져야 한다. 민간 배달앱도 매일 배출되는 쓰레기를 바라만 볼 게 아니라 더 선도적으로 움직여야 한다”고 했다. 녹색연합은 지난 6월부터 배달의민족·요기요·쿠팡이츠 등에 다회용 배달을 요구하는 내용의 시민 서명을 받고 있다.
김민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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