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1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사우스레이크타호 인근 89번 고속도로에서 한 소방관이 ‘칼도르' 산불 진화에 나서고 있다. 캘리포니아주 전역에서 산불이 계속 확산하자 미국 산림청은 위기 상황을 고려해 오는 17일까지 주 내 전체 국유림을 임시 폐쇄하기로 했다. 연합뉴스
각종 이상기후를 야기하는 기후위기 문제가 인간의 과도한 온실가스 배출에 의한 현상이라는 것을 더이상 과학적으로 의심하기는 어렵다. 문제는 이러한 이상기후가 서로 영향을 주고 받으며 더 강력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전세계적으로 발생한 10가지 기후 재난을 살펴본 유엔은 “서로 다른 위치에서 발생한 재해이지만 상호 연결돼있었다”며 “극단적 이상기후가 인간의 영향으로 서로가 서로를 악화시키고 있다”고 분석했다.
유엔 학술단체인 유엔대학 환경과 인간안보연구소(UNU-EHS)는 8일(현지시각) 최근 2~3년 동안 전세계적으로 일어난 각종 이상기후·재난이 서로 연결돼있고 점점 복잡해지고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
‘상호연결된 재해위험 2020/2021’을 발표했다.
보고서는 △방글라데시와 인도의 사이클론 발생(2020년 5월)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질산암모늄 폭발 사고(2020년 8월) △베트남 중부 홍수(2020년 10월) △텍사스 한파 (2021년 2월)등 최근 발생한 재해와 사건, 2~3년 동안 꾸준히 진행된 △중국 민물고기 패들피쉬 멸종 △아마존 산불 △북극 고온 △코로나19 감염병 △사막 메뚜기 발생 △호주 산호초 표백현상 등 최근 전지구적으로 일어난 재난 기록에 대해 “(이 현상들을) 단편적으로 이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 연구소의 선임 과학자 잭 오코너는 “우리가 하고 싶은 일은 재해를 고립된 하나의 사건이 아닌 (거대한 재앙의) 빙산의 일각으로 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2월 케냐의 한 농민이 메뚜기떼를 쫓고 있다. 연합뉴스/EPA
보고서의 수석 저자인 지타 세베스바리 박사는 구체적으로 텍사스의 한파와 북극의 열파를 들었다. 북극의 기온이 높아지면서 북극은 더워졌고, 그 여파로 북극 위를 회전하는 차가운 공기는 남쪽인 북미로 내려왔다. 올해 초 전력망이 얼어붙어 약 400만명에게 전기가 공급되지 않았고 210명이 사망했다. 그는 “사람들이 뉴스에서 재난을 볼 때 그들은 종종 멀리 떨어져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수천㎞ 떨어진 곳에서 발생하는 재해도 서로 관련이 있고 먼 곳에 사는 사람들에게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보고서는 상호 연결돼있는 재해 위험의 근본 원인을 3가지로 요약했다. △인간이 유발한 온실가스 배출 △재해 위험 관리 부족 △환경 비용에 대한 경제성 평가 부족이었다. 북극 고온 현상의 여파로 일어난 텍사스 한파 당시 미국의 재난 대응 시스템이 무너진 이유이기도 했다는 것이다. 또 이상기후와 관련 없어 보이는 지난해 8월 레바논 베이루트 폭발사고에 대해서도 “유해물질인 질산암모늄이 항구에 가득 저장되어있었던 이유는 수수료나 보안 기준이 낮은 국가에 선박을 등록할 수 있는 등 환경 규제 완화 문제와 관련있다”고 설명한다.
최우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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