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오후 기후위기 대응을 촉구하는 청년단체들을 중심으로 모인 ‘2040기후중립청년제안’이 시민사회·단체의 연명을 받은 ‘대한민국 2040년 기후중립 시나리오’를 에너지전환포럼 공간 1.5에서 발표했다. 2040기후중립청년제안 제공
김민 기후변화청년모임 빅웨이브 대표. 김 대표 제공
김민 기후변화청년모임 빅웨이브 대표
청년은 어떤 사람인가라는 질문에 보통 나이를 떠올린다 . 청년기본법 상에서는 만 19~34 세 사이의 사람을 말하지만 , 나이는 최소한의 규정일 뿐 청년의 모습을 쉽게 정의하기란 당사자인 나조차도 여간 쉽지 않다 . 다만 어린 나이가 청년의 필요충분조건이 아님은 분명하다 . 그래서 그런지 청 ( 소 ) 년 활동가를 종종 ‘ 한국의 툰베리 ’ 로 묘사하는 사회의 시선이 우려스럽다 . 기후위기도 막기 어려운 세상 속에서 .
대통령 소속 ‘2050 탄소중립위원회’의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 초안 발표 전후로 현재의 정책 결정 과정에 위기감을 느낀 청년 활동가들이 하나둘 모이기 시작했다 . 2050 년의 미래를 기성세대가 아닌 우리 손으로 직접 만들어야 한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 자발적으로 참여한 청년 활동가들은 한 달도 채 안 되는 짧은 기간임에도 불구하고 자체적인 시나리오 작업에 몰입했고 , 지난달 23 일 탄소중립위원회에 ‘2040 기후중립 시나리오 ’ 라는 이름으로 공식 제출했다 .
발표 이후 위원회 내부와 이를 보도한 언론에서는 청년들이 자발적으로 시나리오를 작성했다는 점 , 그리고 시나리오에서 탄소중립 시점을 10 년 앞당겼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 그러나 이 시나리오의 가장 중요한 메시지는 1.5 도 목표에 따른 잔여 온실가스 배출 허용 총량 , 즉 탄소예산 (Carbon-budget) 에 기반한 감축경로 설정이다 . 전 지구적 1.5 도 목표 달성을 위해 우리나라가 가진 탄소예산을 계산하고 , 이를 바탕으로 2030 년 온실가스 감축목표 (NDC) 까지 제시한 데 의의가 있다 . 아마도 과학에 기반한 우리나라 최초의 넷제로 시나리오가 아닐까 .
정부 부처 공무원들 , 대기업 관계자들 , 그리고 수많은 학계 전문가들의 기술적 검토와 평가를 거쳐 작성한 시나리오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완성도가 부족한 것은 사실이다 . 그러나 우리나라의 현재 감축목표가 파리협정에서 권고하는 1.5 도 목표를 달성하는 데 있어 얼마만큼의 간극이 있는지 확인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 2040 기후중립 시나리오는 우리나라가 반드시 목표로 삼아야 하는 지향점 , 즉 기후위기 대응의 마지노선을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
이 시나리오에서는 2030년 NDC 로 2018 년 대비 60% 감축을 제시한다 . 1.5 도 탄소예산을 최소한으로 만족하는 수치다 . 지난 17 일 기후변화에 관한 유엔 기본협약( UNFCCC) 에서 발표한 NDC 보고서에 따르면 , 최근 상향된 NDC 까지 포함해도 2030 년까지 1.5 도 탄소예산의 89% 를 소진할 것이라 말한다 . ‘ 실현 가능한 ’ NDC 상향 계획을 제시하더라도 1.5 도 목표 달성에 기여하지 못한다면 과연 무슨 의미일까 .
2030 NDC 와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가 확정되는 10 월 말까지 불과 한 달 , 최종전 (endgame) 이 시작되었다 . 청년이 제안하는 2040 기후중립 시나리오는 완벽한 해답이 아니라 , 우리 사회에 던지는 질문이다 . 청년들은 정부 , 산업계 등 주요 이해당사자에게 실효성 있는 대책을 요구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 책임 있는 행동을 통해 자신들의 미래를 주체적으로 만들어 나가고 있다 . 기후위기에 진심인 청년들은 화려하고 멋있는 수식어보다 , 1.5 도를 지킬 수 있는 목표와 지속적인 이행을 약속하길 원한다 . 이제 우리들에게 정부와 기업은 어떤 비전과 목표로 답할 것인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