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P26 글래스고 통신 13] 전세계 40여개국·5개 지역 등 “주요국 2030년대 석탄 감축 노력”에 한국 산업부 장관과 제주도 서명 중국, 인도, 호주, 일본 등 ‘친석탄국’ 빠져
현장 “한국, 탈석탄 시점 2039년” 기대 정부 “노력한다는 의미”라 일축
4일(현지시각) 오전 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서 석탄 감축을 위한 각 국 정부의 노력이 소개돼고 있다. 최우리 기자
4일 오전(현지시각) 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이 열리는 영국 글래스고 스코티시 이벤트 캠퍼스(SEC) 중앙 가장 큰 방(room)이 있다. 현장 경비가 가장 꼼꼼한 이 방이 정상과 고위급이 참여하는 발표가 이뤄지는 곳이다. 이날 이곳에서는 화석연료를 청정에너지로 전환하기로 동참하는 세계 국가들의 발표가 이어질 예정이었다. 입장이 늦어지면서 일본의 한 신문사 기자와 대화를 하게 됐다. 그는 “회사에서 인터뷰를 하지 못하게 한다”면서도 대화에 적극적이었다.
기시다 후미오 새 일본 총리가 “기후변화보다 안정적 연료 공급이 중요하다”며 화석연료가 필요하다는 식의 발언을 한 뒤라서일까. 세계 기후환경단체가 연대한 조직인 캔(CAN·Climate Action Network-International)이 2050년까지도 석탄화력발전을 유지하겠다고 밝힌 일본에 대한 비판과 조롱의 의미로 COP기간 동안 수여하는 ‘오늘의 화석상(Fossil of the Day)’을 받기도 한 일본에 대해 일본 기자의 평가는 매우 박했다.
그는 “일본은 석탄 의존도가 매우 높다”며 고개를 저었다. 일본은 2030년까지 석탄화력발전 비중을 19%로 유지하고자 한다.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에서 석탄 에너지 비중을 21%로 해 둔 한국과 유사한 상황이다. “한국과 일본 상황이 비슷하다”는 말에 그는 지난 4월 일본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인 46%로 설정한 근거로 "희미하게 떠올랐다"고 밝혀 논란이 된 일본 환경부 장관인 고이즈미 신지로를 두고 “(그는) 현실성이 떨어지는 시인, 예술가(artist)와 같다”라고 소리쳤다. 동시에 그는 “재생에너지를 하기에 일본의 환경은 현실적 제약이 많다. 바다는 깊고 산이 많은 것이 사실”이라고 털어놓았다. 화석연료로부터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이 말처럼 쉽지 않다는 것을 알기에 현재 상황이 답답하다는 취지의 대화는 한참동안 이어졌다.
4일(현지시각)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가 열리는 영국 글래스고 스코티시 이벤트 캠페스(SEC) 맞은 편에서 '노콜재팬'(No coal Japan, 일본 석탄 반대) 단체가 시위를 하고 있다. 몸에서 전기를 내는 '피카추'는 일본 애니메이션 캐릭터이다. 노콜재팬 제공
현장에서는 영국 보리슨 존슨을 시작으로 미국 조바이든 대통령, 독일 앙겔라 메르켈 총리, 프랑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 등 세계 정상이 영상메시지를 통해 에너지 전환을 강조했다. 이어 단상 위에 앉은 개발도상국 장관들 중심의 전환 계획 발표가 이어졌다. 모로코, 스리랑카, 그레나다(카리브해의 작은 영연방 국가), 몰디브의 환경·에너지 관련 장관들의 에너지전환 의지가 담긴 발표가 끝난 뒤 제니퍼 그랜홈 미국 에너지부 장관의 독려 발언이 이어졌다. 샤란버로 국제노동조합 총연맹 사무총장이 기후친화적인 일자리의 중요함을 강조하기도 했다.
이어 이날 유엔 쪽은 ‘세계 석탄을 청정한 에너지로 전환하는 성명서’(GLOBAL COAL TO CLEAN POWER TRANSITION STATEMENT)를 공개하며 보도자료를 내며 “세계 20대 석탄 발전 사용 국가 중 5개국을 포함해 적어도 23개국이 석탄 발전을 단계적으로 중단하기로 새로운 약속을 했다”고 소개했다. 전체 성명서에 서명한 국가는 40여개 국가로, 대표로 꼽힌 5개국에는 한국이 포함돼있었다. 한국이 해외 석탄사업에 진출해있는 인도네시아, 베트남을 포함해 폴란드, 이집트, 스페인, 네팔, 싱가포르, 칠레, 우크라이나 정부 등이 이름을 올렸다. 한국 대표로는 문승욱 산업부 장관이 서명했다. 지역으로는 미국 하와이, 오레곤주 등과 함께 한국의 제주도가 구만섭 도지사 권한대행 명의로 서명했다. 그러나 중국, 인도, 일본, 호주 등 주요 ‘친석탄’ 국가들은 이 서명에 동참하지 않았다. 폴란드와 한국, 스페인 정도가 주요 경제국으로 꼽을 수 있었다.
성명의 주요 내용은 “파리협정에 따른 우리 공동의 목표를 달성하는 데 필수적인 것처럼 석탄화력발전에서 벗어나 전환을 가속화하는 것”에 동참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주요 경제국(major economies)은 2030년대 및 나머지 전세계(globally)는 2040년대에 석탄 화력 발전에서 벗어나 파리 협정에 부합하는 전환을 달성하기 위해 10년 내에 기술과 정책을 신속하게 확장하기 위한 리더십을 발휘한다(2항)”는 내용이 포함됐다. 헝가리나 보스와나, 필리핀 등은 몇 개 조항만 승인(endorsing)했고, 인도네시아의 경우 3항을 제외한다고도 나와있다. 그러나 한국은 이에 대한 부연 설명이 없다.
주요 경제국으로 분류되는 한국이, 이 성명대로라면 2030년대 안에 석탄화력발전의 중단을 완료한다는 의미로 읽힐 수 있다. 이때문에 이날 오전 세계 기후환경단체 활동가들 사이에서는 “한국의 탈석탄 시점은 2039년”이라는 해석이 흘러나왔다. 이 경우 지난 1일 문재인 대통령이 COP26에서 기조연설을 통해 “2050년까지” 석탄화력발전을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는데, 이 사실이 맞다면 사흘 만에 정부 입장이 바뀐 것으로 보게 되는 ‘빅 뉴스’였다.
그러나 한국 정부는 탈석탄 시점을 명시한 성명에는 동의한 적 없다는 입장이다. 이날 <한겨레>가 외교부·환경부·산업통상자원부를 취재한 결과 “청정 전원으로의 전환 가속화를 지지하는 것이지 탈석탄 시점에 동의한 적 없다. (석탄 감축에) 노력한다는 뜻”(산업부), “(2039년까지의 탈석탄 관련) 성명은 들은 바 없다”(환경부), “산업부가 이를 지지할 리 없다”(외교부)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