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거래소 중앙전력관제센터. 재생에너지 사용 현황뿐 아니라 전국의 발전사업자들이 생산한 전력이 이곳에 정보가 집계되고, 시민들이 매일 이용하는 전력량도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전력거래소 건물 전체가 보안시설이기 때문에 사전에 승인받은 카메라가 아닌 노트북, 휴대전화 등 전자기기 반입을 하기 위해서는 봉인 처리를 해야 한다. 전력거래소 제공.
두개층 높이의 벽면을 가득 채운 것은 여러개의 선들로 이뤄진 복잡한 지도였다. 가로로 늘여둔 지도의 왼쪽이 수도권, 오른쪽은 제주, 위쪽은 동해안이었다. 동해안을 따라 지어진 석탄·원자력발전소를 중심으로 붉은 선이 굵게 좌우로, 위아래로 이어졌다. 최고전압인 76만5천볼트의 전압이 흐르는 765케이블이다. 그보다 낮은 전압의 푸른색, 하얀색 선들까지 더해진 벽면은 최고 난이도의 미로와도 같았다. 벽면을 가리켜 전국의 전력망을 설명하던 최홍석 전력거래소 수급운영팀장은 “수도권이 전체 전력 생산의 40%를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수도권에서 인구가 집중된 수도권으로 전력을 끌어다 쓰기 위해 촘촘히 세워진 첨탑과 송배전망을 그린 지도인 셈이다.
8일 산업통상자원부 출입기자단으로 전라남도 나주의 전력거래소 중앙전력관제센터를 참관해볼 수 있었다. 중앙전력관제센터는 전국의 전력 수급 현황을 모니터링하며 감독·관리하는 상황실이다. 여름 폭염, 겨울 한파 등 전력 수요가 늘어날 때나 발전소가 갑자기 고장 나서 전력 수급에 문제가 생겼을 때 등 전국의 전력 공급과 수요의 균형이 깨어질 때를 대비해 관리·대처하는 곳이기도 하다. 채영진 대외협력실장은 “사람 몸을 기준으로 두고 보면, 연료라는 음식으로 심장 역할을 하는 발전소가 전기라는 피를 만들고 이를 대동맥·모세혈관 같은 송배전망을 통해 몸 곳곳으로 보낸다. 전력거래소는 이 중 뇌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벽면 앞에는 마치 텔레비전 뉴스나 영화에 나오는 증권맨들처럼 책상 앞 여러개의 모니터에 둘러싸여 일하는 전력거래소 직원들이 업무 중이었다. 이들은 중앙에 있는 관제부장을 중심으로 전체 전력망을 관리하고, 계통망 해석리포트를 작성하는 일을 한다. 신재생에너지만 관제하는 관제사는 녹색띠가 둘러진 책상에 앉아있었다. 최 팀장은 “신재생전력만 관리하는 관제사를 둔 것은 최근 일”이라며 “전기는 달리는 자전거를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자전거가 넘어지듯 동력이 없으면 다 멈추기 때문에 부하(수요)와 공급을 맞춰줘야 한다”고 말했다. 수요와 공급의 균형이 맞을 때를 가리켜 주파수 60Hz로 표시하는데, 실제로 이 숫자는 전력거래소 직원들에게는 매우 중요한 의미로 보였다. 60Hz를 이메일 주소로 사용하는 직원도 있었다.
2016년 전력수급비상대책 급전훈련실. 연합뉴스
전력 공급과 수요의 균형을 지켜야 하기 때문에 벽면을 가득 채운 것은 각종 전력 수급 상황을 이해할 수 있는 정보였다. 여름과 겨울철 전력 수요가 문제 될 때마다 언론에서 지적하는 운영예비율 등 전력수급현황은 이날 ‘정상’을 가리키고 있었다. 풍력발전이 많아 전국을 대표하는 재생에너지 시험대이기도 한 제주 지역은 이날 22%의 전기를 재생에너지가 담당하고 있었다. 최 팀장은 “제주는 이미 3020 계획(2030년까지 20%의 전력을 재생에너지로 공급한다는 계획)을 완성했다”면서 “재생에너지 비중이 점점 커지면서 기상청과의 정보 공유가 중요해지기 때문에 이 부분도 신경 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날씨·기후에 따라 발전량이 달라지는 재생에너지의 간헐성 문제를 보완해주는 에너지원으로 주목받는 양수발전은 2034년까지 1.8GW를 더 건설할 계획이다.
한국에서는 발전사업자 등이 전력을 생산하면 전력거래소가 이를 구입한 뒤 소비자에게 한국전력공사가 이를 판매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석탄·원자력 등이 발전사업자의 대부분이었다면 최근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들이 다양하게 늘고 있는 것이 최근의 가장 큰 변화라고 전력거래소 쪽은 강조했다. 재생에너지 생산 전기가 거래시장으로 판매되는 양이 점차 늘고 있어 기존 전력시장 체제 개편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이날 상황실 벽면 위에 적힌 ‘365-1=0’이 전력거래소의 슬로건이라고 밝힌 정동희 전력거래소 이사장은 “이 슬로건은 전력거래소의 디엔에이(DNA)”라고 강조했다. 365일 중 하루라도 시민들에게 전기라는 상품을 제때 전달하지 못한다면 안된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한 말이었다. 전력거래소 쪽은, 전국에 있는 중앙 급전 발전기 418개뿐 아니라 9만3천개 이상의 발전기를 다 사람이 관리할 수 없어 EMS 시스템을 활용하는데 이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나주/최우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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