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기후행동과 시민단체 ‘정치하는 엄마들’ 회원들이 2020년 10월5일 오후 베트남 석탄발전 투자를 결정하기 위한 한국전력 이사회가 열리는 서울 서초구 한전아트센터 앞에서 사업 추진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이종근 선임기자 root2@hani.co.kr
한국전력공사가 호주 중서부 뉴사우스웨일스주 바이롱 밸리에 추진하려던 석탄 광산 개발 사업이 무산될 처지에 놓였다. 호주 연방대법원이 바이롱 밸리 광산 개발 허가와 관련해 한국전력이 낸 상고 신청에 대해 기각 결정을 내리면서다.
기후운동단체 기후솔루션은 10일 호주 대법원이 한전에서 제기한 ‘바이롱 석탄 사업 개발 불어’ 행정 무효소송 상고심을 기각했다고 전했다. 호주 대법원은 “한전의 상고 내용 가운데 대법원의 판단이 필요한 중요한 쟁점이 없으므로 별도의 대법원 상고를 허용하지 않는다”며 이같이 결정했다.
한전은 2010년 현지 법인을 세우며 바이롱 석탄 사업을 시작했으나 2019년 사업 허가 결정 기관인 호주 독립계획위원회가 이를 불허했다. 탄소 배출, 수질 문제를 일으키고 농업 생산성에 악영향을 주는 등 지속가능한 개발과 어긋난다는 이유다. 한전은 2019년 12월 호주토지환경법원에 소송을 제기했고 1심과 2심에서 기각 결정을 받았다. 한전이 이러한 판단에 불복해 지난해 10월 상고했지만 대법원 또한 같은 판단을 내린 것이다. 이로써 한전은 바이롱 석탄 광산 건으로 호주 당국으로부터 4번째 불허 판정을 받았다.
현지 환경단체는 환영 의사를 표했다. 바이롱계곡보호연합(BVPA·Bylong Valley Projection Alliance)의 필립 케네디 회장은 “한전이 과오를 인정하고 짐을 싸서 떠날 때”라며 “다른 계획을 내세워 더는 지연하지 말고 현지 주민들에게 바이롱 계곡을 매각해 넘겨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환경단체 락더게이트(Lock The Gate)의 대변인 닉 클라이드는 “전 세계가 탈탄소를 지향하는데 바이롱 계곡에 석탄 광산을 개발하는 일은 있을 수 없다”며 “한전은 이러한 사실을 오래 전에 깨달았어야 했다”고 말했다.
호주 대법원의 이러한 결정으로 바이롱 석탄 광산 개발 사업에 약 8000억원가량을 투자한 한전은 될 큰 재무적인 손실을 입을 것으로 전망된다. 오동재 기후솔루션 연구원은 “12년 간 이어진 한전의 바이롱 석탄 광산 사업의 실패는 기후위기로 인해 좌초자산 리스크가 현실화된 사례”라며 “이번 교훈에도 불구하고 공적 금융기관이 신규 화석연료 사업에 자금을 투입한다면 무책임하다는 비판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민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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