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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환경

오징어, 북극해 중심에 출현...네가 왜 거기서 나와~

등록 2022-02-22 16:46수정 2022-02-22 20:10

[이근영의 기상천외한 기후이야기]
국제공동연구팀, 대서양 대구도 함께 발견해
예상보다 훨씬 북쪽에 어류 생존 가능 확인
한국 등 ‘북극 상업적 어업 제한’ 협약 협상
온난화로 미국 연안 오징어 39배까지 폭증
과학자들이 중앙북극해 수심 350∼400m에서 심해 카메라 촬영을 통해 오징어를 발견했다. 대서양 대구와 대서양 바늘치와 함께 발견된 대서양 갈고리흰오징어는 이전에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더 북쪽에서 살고 있었다. 스톡홀름대 제공
과학자들이 중앙북극해 수심 350∼400m에서 심해 카메라 촬영을 통해 오징어를 발견했다. 대서양 대구와 대서양 바늘치와 함께 발견된 대서양 갈고리흰오징어는 이전에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더 북쪽에서 살고 있었다. 스톡홀름대 제공

스웨덴·독일 등 국제공동연구팀은 2019∼2020년 중앙북극해 탐사 과정에 대구 3마리와 오징어 1마리를 발견했다. 대구와 오징어가 출현한 곳은 이들 어종이 살고 있을 것으로 기대한 곳보다 훨씬 더 북쪽이어서 관심을 끌었다. 북극 지역의 지구온난화 속도가 다른 어떤 지역보다 빠르고 몇십년 안에 쇄빙선 없이 북극해 운항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이어서 새로운 어장에 대한 기대감도 높다. 하지만 대구와 오징어의 출현이 상업적 어업이 가능할 정도의 어장 형성 가능성을 나타내지는 않는다고 연구팀은 진단했다.

스웨덴 스톡홀름대와 독일 알프레트베게너연구소, 유럽중앙북극해어업인벤토리(EFICA) 컨소시엄 등 공동연구팀은 22일 “쇄빙연구선 ’폴라스턴’을 타고 역대 최대 규모의 북극 국제공동연구 프로그램인 ‘모자이크탐사’의 일환으로 북극해 유라시안 분지 3170㎞를 탐사하는 과정에 대서양 대구 3마리와 대서양 갈고리흰오징어 1마리, 심해 발광어인 대서양 바늘치(랜턴피시) 1마리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연구팀 논문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 최근호에 실렸다.(DOI : 10.1126/sciadv.abj7536)

연구팀은 중앙북극해 유라시안 분지에서 3170㎞를 탐사했다. ‘사이언스 어드밴시스’ 제공
연구팀은 중앙북극해 유라시안 분지에서 3170㎞를 탐사했다. ‘사이언스 어드밴시스’ 제공

에피카 컨소시엄은 수중음파 탐사를 통해 북극해에서 주로 동물성 플랑크톤과 작은 어류들이 밀집된 ‘심해산란층’(DSL)의 생태계를 조사해오고 있다. 자료에 따르면 캐나다 서북쪽 바다인 아문센 분지의 수심 200∼600m 대서양 수층에서는 작은 물고기를 거의 볼 수 없었다. 북극해는 수직적으로는 대서양 혼합층, 차가운 염분층, 대서양 수층, 심해층으로 나뉜다. 이번 탐사에서 350∼400m 깊이에서 4마리의 큰 물고기가 잡혔다는 사실은 놀라운 일이라고 연구팀은 밝혔다. 더욱이 3마리는 이렇게 먼 북쪽에서 살고 있으리라고 생각지도 못한 육식종인 대서양 대구였다. 대구는 연안어종으로, 해안에서 500㎞ 이상 떨어진 곳에서 수심 4천㎞나 되는 심해에서 살지 않는다. 대구는 노르웨이 산란지에서 태어나 수온이 영하 1∼2도인 북극해에서 6년 동안 산 것으로 조사됐다. 대구는 영하인 북극 분지에서 멀리 떨어진 0∼2도의 따뜻한 대서양 물을 더 좋아한다. 오징어와 바늘치가 발견된 곳도 이전에 기대한 것보다 훨씬 북쪽이었다.

폴린 스노예스 레욘말름 교수(가운데) 등 연구팀이 중앙북극해 탐사중 대서양 대구를 포획해 살피고 있다. 스톡홀름대 제공
폴린 스노예스 레욘말름 교수(가운데) 등 연구팀이 중앙북극해 탐사중 대서양 대구를 포획해 살피고 있다. 스톡홀름대 제공

논문 제1저자이자 교신저자인 폴린 스노예스 레욘말름 스톡홀름대 해양생태학 교수는 “대서양 대구가 중앙북극해에 어장까지 형성하지는 않았더라도 북극에서 생존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 적은 수이지만 상당기간 건강하게 머물 수 있을 정도로 먹이를 충분히 찾을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로 중앙북극해의 먹이사슬에 새로운 영양 단계 곧 육식성 대구와 오징어가 추가됐다. 공동연구자인 하우케 플로레스 알프레트베게너연구소 연구원은 “대서양 수층에서 작거나 또는 약간 큰 물고기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은 물개와 바다코끼리, 북극곰이 왜 북극 극점 인근에서 발견되는지를 설명해준다”고 말했다.

하지만 계속 깜깜한 극야와 계속 밝은 극주가 반복되는 북극해의 심해산란층에서는 탄소 이동이 원활하지 않아 바다얼음(해빙)이 사라진다 해도 생산성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지는 않는다고 연구팀은 분석했다. 레욘말름 교수는 “중앙북극해는 영양 농도와 생물학적 생산성이 매우 낮을 것이다. 대서양 어류와 먹이가 더 많이 유입되더라도 큰 물고기 어장을 형성하기에는 중앙북극해 생태계 역량에 한계가 있다”고 했다.

그럼에도 지구온난화로 수십년 안에 여름철 북극 해빙이 사라지고 쇄빙선 없이 선박들이 자유롭게 운항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어서 전문가들의 우려가 앞선다. 레욘말름 교수는 “보통 새로운 자연자원에 접근할 수 있을 경우 과학적 연구와 관리 규제에 앞서 남획이 우선하는 경향을 보인다. 공해에서 국제적으로 공유되는 어족 자원은 특히 남획에 취약하다”고 지적했다.

다행히 지난해 6월25일 한국을 포함한 10개국(캐나다, 중국, 그린란드, 아이슬란드, 일본, 노르웨이, 러시아, 미국, 유럽연합)은 북극해로 유입되는 중앙북극해의 공해 어로활동을 규제하기 위한 협정을 논의했다. 10개국은 곧 중앙북극해에서 새로운 어종과 생태계 자료를 수집하기 위한 공동 과학연구 및 조사사업을 시작할 예정이다.

픽사베이.
픽사베이.

오징어 증가 원인은 해양 폭염 때문

한편 미국 국립해양대기청(노아)과 캘리포니아주립대 연구팀은 미국수산청(NMFS)의 자료를 바탕으로 분석한 결과 기후변화로 촉발된 해양 폭염의 증가로 오징어의 일종인 캘리포니아 화살꼴뚜기(학명 Doryteuthis opalescens) 개체수가 폭증했다고 밝혔다.

캘리포니아 화살꼴뚜기는 주로 멕시코 바하칼리포르니아주 인근의 따뜻한 바다에서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팀 논문은 과학저널 <머린 앤드 코스트럴 피셔리스> 최신호에 실렸다.(DOI : 10.1002/mcf2.10190)

오징어 개체수는 1998년과 2019년 사이에 태평양 연안을 따라 평균적으로 5배 증가했다. 특히 워싱턴주에서는 39배가, 오레곤주에서는 25배가 폭증했다.

연구팀은 미국수산청이 수집한 수산자원 조사자료를 바탕으로 중부 캘리포니아에서 북부 워싱턴주에 이르기까지 지역과 1998~2019년 사이에 오징어 밀도 변화를 보여주는 시공간 모델을 구축했다.

연구팀은 “분석 결과 오징어 분포의 변화는 여러 변수 가운데 오직 해양 폭염으로 특징지어지는 해양 온도의 편차와만 연관돼 있었다”고 밝혔다. 북쪽일수록 오징어 개체수가 급증하는 것으로 워싱턴주에서 여러 차례 기록된 해양 폭염과 직접 연관된 것으로 추정됐다.

개체수 변화가 영구적인 것인지 일시적인 것인지 확실하지 않다. 논문 공저자인 메리 헌시커 노아 연구원은 “미래 변화를 예측하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생태계 평가 모델이 필요하다. 모델을 개발하면 이런 변화가 생물종이나 포식자들, 그들에 의존하고 있는 연안 생태계에 무엇을 의미하는지 좀더 잘 예측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근영 기자 ky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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