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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환경

인수위에 삼중수소 ‘바나나·멸치론 주장’ 교수도…거침없는 원전 행보

등록 2022-03-21 15:44수정 2022-03-22 02:33

전문·실무위원에 에너지전문가 5명 충원
민간위원 3명 모두 원전 확대 강조 전문가
“월성 삼중수소 피폭, 멸치 수준” 정용훈 교수도
에너지전환포럼 “탈탄소 챙길 전문가 없어”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와 안철수 인수위원장,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 인수위원들이 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금융감독원 연수원에 마련된 인수위원회에서 제20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현판식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와 안철수 인수위원장,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 인수위원들이 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금융감독원 연수원에 마련된 인수위원회에서 제20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현판식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당선자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의 에너지 분야 민간 전문·실무위원 세 자리 가운데 두 자리가 원자력공학자로 채워졌다. 나머지 1명도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에너지 믹스(발전원 구성비)에서 재생에너지를 줄이고 원전을 크게 늘려야 한다는 주장을 펴온 경제학자다. 윤석열 정부 5년간의 에너지 정책이 원전 중심으로 짜일 것임을 시사하는 인선으로 보여 주목된다.

인수위는 지난주 인수위원 중에 전 세계적 과제인 기후위기 대응과 탄소중립을 챙길 전문가가 없다는 지적 이후인 지난 20일 구성한 전문위원과 실무위원 160명 가운데 5명을 에너지 분야에서 충원했다. 이들 가운데 민간 전문가는 전문위원으로 참여한 정용훈 카이스트 교수(원자력 및 양자공학)와 박주헌 동덕여대 교수(경제학), 실무위원으로 참여한 김지희 한국원자력연구원 선임연구원 등 3명이다. 나머지 2명은 산업통상자원부 현직 공무원이다.

안철수 인수위원장 쪽 추천으로 인수위에 합류한 것으로 알려진 정용훈 카이스트 교수는 활발한 언론 기고 등을 통해 원전의 안전성을 옹호하는데 앞장서 온 원자력공학자다. 정 교수는 특히 지난해 초 월성원전 1호기의 방사성 물질 관리 부실을 둘러싸고 논란이 벌어졌을 때 ‘바나나·멸치론’을 펴 주목을 끌었다.

당시 <한겨레> 등은 월성원전의 정해진 방사성 물질 배출경로가 아닌 곳에서 고농도 삼중수소가 검출됐다는 내용의 한국수력원자력 내부 보고서를 입수해 보도했다. 이에 따라 불거진 방사성 물질 부실 관리 논란은 곧 ‘바나나·멸치 안전성 논쟁’으로 넘어갔다. 정 교수가 페이스북에 “월성 주변 지역 주민의 삼중수소로 인한 1년간 피폭량은 바나나 3~6개, 멸치 1g 내외”라고 올린 것이 계기가 됐다. 일상생활 속의 자연 방사성 물질 노출 문제를 끌어와 원전에서 만들어지는 방사성 물질에 대한 안전관리 문제 위에 덮어버린 셈이다.

박주헌 동덕여대 교수는 이번 대선 기간 윤 당선자 캠프 원자력·에너지정책분과에 위원으로 참여한 것이 인수위 참여로 이어졌다. 그는 에너지경제연구원 원장과 한국자원경제학회 회장을 지낸 경제학자로 원자력 전문가는 아니다. 하지만 원자력계와 마찬가지로 ‘탈원전’을 비판하며 원자력 이용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왔다.

박 교수는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의 의뢰로 작성해 지난해 11월 공개한 ‘탄소중립 새로운 에너지 정책 방향' 보고서에서 2050년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전원 믹스에서 재생에너지 비중을 축소하고 원전 비중을 확대할 것을 제안했다. 그는 “2050년 탄소중립뿐 아니라 중단기적으로도 원전의 계속 운전이 현실적으로 필요하다”며 “기존 원전의 운영 허가 기간을 연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수위 실무위원에 발탁된 김지희 한국원자력연구원 선임연구원도 현직이 말해주듯 원자력이 전문 분야다. 30대 중반의 여성 연구자로 원자력연구원 혁신원자력시스템연구소에서 소형모듈원자로(SMR) 개발에 참여해 왔다. 이번 대선에서 윤 당선자 직속 위원회인 ‘내일을 위한 청년위원회’ 소속으로 윤 당선자의 텔레비전 찬조 연설자로 나서기도 했다.

홍종호 에너지전환포럼 공동대표(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앞으로 5년은 우리나라가 지속적으로 발전할지 여기서 정점을 찍고 더 발전하지 못할지 가르는 너무나 중요한 시기이고, 그 핵심은 기후위기 대응과 탈탄소에 있다”며 “그런데 인수위에 그런 부분을 힘 있게 쥐고 챙겨줄 전문가가 보이지 않는 것이 아쉽다”고 말했다.

김정수 선임기자 js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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