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4월2일 오후 서울 세종대로 원자력안전위원회 앞에서 열린 ‘한빛원전3·4호기 안전성 확보를 위한 영광군민 결의대회'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당선자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발전 연료가격 상승에 따른 전기요금 인상 압박에 대응하기 위해 원전 이용률을 높이는 방안을 검토할 것으로 알려져 원전 안전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원전의 이용률을 무리하게 늘리는 것은 원전의 안전한 운영과 상충될 수 있기 때문이다.
22일 일부 언론은 “인수위가 현재 70%대 수준인 원전 이용률을 90% 이상으로 끌어올리는 방안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인수위 관계자가 “최근 천연가스 가격이 높아진 데다 문재인 정부에서 원전 활용이 떨어지면서 전기요금을 올릴 수밖에 없게 됐다. 천연가스 가격은 어쩔 수 없다고 하더라도, 원전 이용률은 가능한 높여 전기요금을 인상해야 하는 구조를 바꿔야 한다. 미국이나 프랑스는 원전 이용률이 90%가 넘는다. 한국도 비효율적인 규제를 바꾸면 이 정도 수준까지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는 것이다.
한국수력원자력이 공개하는 열린원전운영정보를 보면, 국내 원전의 문재인 정부 5년(2017~2021년)간 평균 이용률은 71.5%다. 이전 정부 4년(2013~2016년)간 평균 이용률 81.4%보다 내려간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런 이용률 하락을 ‘비효율적 규제’나 탈원전 정책 탓이라고 하기는 어렵다. 현 정부의 탈원전 정책은 신규원전 건설 백지화와 노후원전 수명연장을 금지하겠다는 것일 뿐 가동 중인 기존 원전의 이용률 저감은 포함하고 있지 않다.
현 정부 들어 국내 원전의 평균 이용률이 내려간 데엔 원전에서 품질 인증서를 위조한 가짜 부품, 격납건물 공극과 철판 부식 등의 결함과 부실이 잇따라 발견된 것이 근본 원인으로 작동했다. 그에 따라 안전 진단을 통한 대책 마련을 위해 원전을 2~3개월 걸리는 통상적인 계획예방정비기간보다 오래 세울 수밖에 없었다. 전남 영광 한빛원전 3호기는 2018년 5월11일부터 2년6개월간, 한빛원전 1호기는 2018년 8월18일부터 1년3개월간 멈춰서야 했다. 특히 한빛원전 4호기는 2017년 5월18일 정지된 이후 만 5년이 가까워져 오는 지금까지도 여전히 정지된 상태다. 격납건물 공극 점검·보수는 물론 원자로 냉각재펌프 분해 점검, 증기 발생기 교체까지 시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정윤 원자력안전과미래 대표는 “국내 원전의 이용률이 미국보다 낮은 것은 안전성을 충족하지 못해 나타난 결과인데, 안전 점검과 대책 마련을 위한 가동 정지를 비효율적 규제로 여기고 이용률을 억지로 높이겠다는 것은 안전을 축소하겠다는 의도밖에 안 된다”고 말했다.
한병섭 원자력안전연구소장도 “원전에서 이용률은 안전을 최우선으로 해서 만들어지는 결과일 뿐인데 이용률 목표를 먼저 이야기하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며 “이용률 목표를 위해 원전을 운영하려면 지금보다 안전에 소홀할 수밖에 없는데 그러다 사고가 나면 누가 책임질 수 있겠는가”라고 말했다.
김정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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