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6년 5월20일 서울에 그해 처음 폭염주의보가 내려졌다. 서울 종묘공원을 찾은 노인들이 그늘에 앉아 휴식을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서히 진행되는 기후변화가 건강에 어떻게 영향을 주는지 알기는 쉽지 않다. 이런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2017년 보건의료기본법에서는 5년마다 기후변화가 국민 건강에 미치는 건강 영향을 조사·평가하기로 했다. 영·미도 유사한 보고서를 만들어 국민들의 건강을 지키고 있다. 미국은 2023년 5번째 보고서를 종합하고, 영국도 지난해 4번째 보고서를 발간했다.
지난 22일 질병관리청이 공개한 제1차 기후보건영향평가 보고서는 폭염과 한파, 미세먼지, 감염병과 기후변화의 상관관계를 알기 위해 기온·대기질·감염병 등 31개 지표를 중심으로 응급실 감시체계와 건강보험 자료 분석을 통해 최근 10년 동안의 기후변화가 국민들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했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보고서 서문에서 “이 보고서가 사회 각 분야에서 기후변화 적응대책을 수립할 때 유용한 기초자료로 활용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 보고서는 폭염·한파·미세먼지와 오존 등 대기질·감염병에 대해 분석하는데, 기후변화로 가장 먼저 쓰러지는 이들은 65살 이상 노인, 여성보다는 남성일 가능성이 높다고 지목했다.
2014~2019년 폭염으로 인한 응급실 방문자 수. 제1차 기후보건영향평가 보고서 갈무리.
지난 10년 동안 가장 더웠던 해는 2018년 여름이었다. 이때 폭염으로 인한 온열질환 사망·응급실 방문·입원환자의 수가 증가했다. 특히 65살 이상 남성에서 더 많이 발생했다는 특징이 있다. 국민건강정보 데이터베이스에 나타난 온열질환으로 인한 입원환자 수는 65살 이상이 38%이고 남성이 61%였다. 통계청 사망원인 통계에서도 온열질환 사망자는 65살 이상이 68.5%, 남성이 61.9%였다.
연도별 한랭질환자 수. 제1차 기후보건영향평가 보고서 갈무리.
동상과 같은 한랭질환·추위로 인한 사망도 65살 이상 남성에서 가장 많이 발생했다. 2017년이 가장 한랭질환자가 많이 발생했다. 통계청 통계결과 10년 동안 65살 이상이 사망자의 48.1%였고 남성이 68.3%였다. 추위로 인한 사망은 65살 이상이 65.3%였고 남성이 57.7%였다.
오존 농도의 상승률. 제1차 기후보건영향평가 보고서 갈무리.
최근 10년 동안 대기 중 초미세먼지로 인한 피해는 줄었지만 오존 농도가 상승해 사망자도 2배 늘었다. 2010년 1248명이던 사망자는 2019년 2890명으로 늘었다. 대기 중 초미세먼지와 오존에 노출되어 사망하는 이들 역시 65살 이상과 남성이 많았다.
국내에서 모기 종별, 지역별 2주 전 평균기온과 모기 개체 수 밀도와의 연관성. 평균 기온이 높을 수록 모기 개체수가 늘었다. 제1차 기후보건영향평가 보고서 갈무리.
기후변화로 온난화가 이어지면 온도 상승에 따라 개체수가 늘어날 수 있는 모기나 진드기 매개 감염병이 우려된다.
최근 10년 동안 노로바이러스 감염증·살모넬라감염증이 장 감염 질환이 늘어나는 것도 특이한 변화다. 국민건강정보 데이터베이스를 통해 보면 인구 1000명 당 장 감염 질환 입원환자 연평균 발생률이 2010년 6.1명이었으나 2019년에는 1.7배로 증가한다. 5~64세까지는 2.1배 이상 증가했다.
최우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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