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산 이후 마스크만큼이나 비닐 소재의 마스크 포장재 역시 대량으로 버려지며 새로운 폐기물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하지만 이를 제조하는 생산자들은 재활용 책임의 사각지대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4일 환경부와 환경공단 등의 설명을 종합하면, 마스크 포장재 상당수가 현행법상 ‘생산자책임재활용’(이피알·EPR) 대상에서 제외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률’(자원재활용법) 시행령 18조에 나온 ‘내용량이 30㎖ 혹은 30g 이하인 의약외품의 포장재의 경우 재활용 의무 대상에서 면제한다’는 내용의 조항이 그 근거다. 개별 포장된 의약외품 마스크의 경우 그 무게가 30g 이하로 가볍기 때문에 이피알 면제 요건을 충족한다는 게 관련 당국의 해석이다.
이피알 제도는 생산 업체가 제품 사용 후 발생하는 폐기물의 재활용까지 책임지도록 한 제도다. 다만 생산 업체가 직접 수거·선별과 같은 재활용 작업을 하긴 어렵기 때문에 한국포장재재활용공제조합이라는 담당 기관에 분담금을 납부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소비자는 분리배출을 하면서 재활용에 기여한다면 생산자는 재활용에 필요한 비용을 지불하며 그 책임을 다하는 뜻이다.
마스크 포장재가 이러한 이피알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것은 생산자가 제품 재활용 비용을 부담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마스크 포장재는 비닐 소재로 이뤄져 있어 분리배출 및 재활용 대상이지만, 정작 생산 업체는 그 책임에서 자유로운 것이다.
이를 두고 코로나19 이후 많은 비닐 폐기물을 배출하는 대표적인 산업이 규제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해당 예외 조항은 부피가 매우 작은 소수 플라스틱 포장재가 선별 작업을 방해하는 것을 방지하려 만든 것인데, 코로나19 이후 대량으로 쏟아지는 마스크 포장재는 이러한 목적에는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실제로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발표한 주간 마스크 생산량을 보면, 이달 셋째 주 마스크 총 생산량은 1억145만개로 코로나19 확산 초기이던 2020년 2월 넷째 주 6690만개의 두배로 뛰어올랐다.
코로나19를 겪으며 마스크 산업 규모도 비대해졌다. 식약처 집계를 보면, 의약외품 마스크 제조업체는 2020년 1월 기준 137개였으나 2022년 3월 현재 1595개에 이른다. 허가된 마스크 품목도 2020년 1월 1012개 품목에서 2022년 3월 현재 8156개 품목으로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환경부를 비롯한 관련 당국이 사각지대가 발생하지 않도록 제도 정비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한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 소장은 “안약처럼 부피가 작아 재활용이 어려운 경우를 고려해 면제 대상을 둔 것인데, 코로나19 이후 어마어마하게 많이 나오는 마스크 포장재가 포함되는 건 적절치 않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소비자들은 분리배출을 하고 있는데 반해 기업은 비용 부담을 안 해도 되는 꼴”이라며 “개선해야 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홍 소장은 또 “가뜩이나 비닐 포장재의 경우 페트병 등 다른 자원에 비해 부가가치가 낮다보니 재활용에 쓸 비용이 부족한 상황이다. 여기서 분담금까지 제대로 안 걷히면 그만큼 재활용이 더욱 어려워진다”고 우려했다.
환경부 자원재활용과 담당자는 이러한 지적에 대해 “재활용 회수·선별 요건 등을 확인하고 관련 제도에 문제가 없는지 검토해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민제 기자
summer@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