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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환경

바이킹이 15세기 그린란드서 홀연 사라졌다…왜?

등록 2022-03-30 10:12수정 2022-03-30 12:01

이근영의 기상천외한 기후이야기

985년 그린란드 정착 뒤 15세기 초 ‘증발’
그간 “소빙하기 추위 탓” 추정이 지배적
새 연구, 가설 뒤집고 ‘가뭄 원인’ 제기
“건기 지속돼 식량인 목축 불가능해져”
컴퓨터 게임 ‘어새신 크리드’에 나오는 바이킹 전사 모습. 배경화면 업체 hdqwalls 제공
컴퓨터 게임 ‘어새신 크리드’에 나오는 바이킹 전사 모습. 배경화면 업체 hdqwalls 제공

2년 전 타계한 미국 유명배우 커크 더글러스가 1958년 주연을 맡은 영화 <바이킹>은 8∼9세기 북유럽 대서양을 주름잡던 바이킹족 이야기다. 바이킹은 중세에 스칸디나비아와 덴마크 등지에 살면서 유럽 각지로 진출해 습격과 약탈, 살해를 자행한 노르만족을 일컫는 이름이다. 당시 공포의 대상이었던 바이킹은 스칸디나비아반도의 피오르 해안을 배로 주로 이동하며 살아 항해술이 뛰어났다. ‘협강에서 온 자’라는 뜻의 바이킹도 피오르 해안에 많은 협강(vik)에서 유래했다.

바이킹의 그린란드 동·서 정착지와 레이크 578 위치.
바이킹의 그린란드 동·서 정착지와 레이크 578 위치.

9세기께 온난기에 접어들면서 양호한 기후 조건으로 노르웨이의 인구가 급증하자 좁은 토지 문제를 해결하려 외부로 나가 약탈자가 되거나 그곳에 정착하게 된다. 이 가운데 일부는 985년 그린란드에 정착지를 개척한다. 그린란드 동·서 정착지에서 최고 수천명까지 인구가 늘어났지만 15세기 초 바이킹들은 갑자기 사라졌다.

많은 인류학자와 과학자들은 바이킹의 그린란드 정착지 몰락이 북대서양에서 이례적으로 추운 시기였던 소빙하기 출현 때문이라고 추정해왔다. 소빙하기는 중세 온난기(10∼14세기)가 끝난 이후 15세기부터 19세기 중반까지 기온이 전 지구적으로 크게 내려간 시기를 말한다. 우리나라에서도 17세기 후반 ‘경신대기근’(1670∼1671년)과 ‘을병대기근’(1695∼1696년) 등 두 차례의 극심한 기근이 닥쳤다.

과학계에서 수십년 동안 합의된 가설은 바이킹들이 그린란드에서 관목을 베어내고 풀을 길러 목축을 하며 정착했다가 살인적인 추위가 닥치면서 더이상 가축을 기를 수 없어 떠났거나 몰살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미국 애머스트 매사추세츠대 연구팀은 최근 과학저널 <사이언스 어드밴시스>에 오래된 ‘소빙하기 한랭 원인설’을 뒤집는 논문을 실었다. 연구팀은 “바이킹이 그린란드를 떠나도록 한 것은 추위가 아니라 가뭄 때문”이라고 주장했다.(DOI : 10.1126/sciadv.abm4346)

논문 공동 교신저자인 레이먼드 브래들리 매사추세츠대 지질학 명예교수는 “이전의 연구들은 바이킹 정착지에서 산출한 자료를 근거로 하지 않았다. 그린란드에서 온도 역사를 재건하는 데 사용된 기존 연구들의 얼음 코어 자료는 (정착지에서) 북쪽으로 1000㎞나 떨어진 곳, 고도도 2000m나 높은 곳에서 채취한 것들이다. (그와 달리) 연구팀은 정착지 농장 인근의 기후가 어떠했는지를 알아내려 했다”고 말했다.

그린란드 레이크 578에서 애머스트 매사추세츠대 연구팀이 침전물을 채취하고 있다. 매사추세츠대 제공
그린란드 레이크 578에서 애머스트 매사추세츠대 연구팀이 침전물을 채취하고 있다. 매사추세츠대 제공

연구 결과는 놀라웠다. 연구팀은 레이크 578로 불리는 호수에서 3년 동안 퇴적물을 채취했다. 레이크 578은 과거 바이킹 농장의 인근에 위치해 있다. 퇴적물에는 과거 2000년의 역사가 기록돼 있다.

연구팀이 사용한 두 가지 표지 중 첫번째는 ‘BrGDGT’라는 지질(리피드)로, 기온의 역사를 재건하는 데 쓰였다. 지질의 구조 변화와 온도 변화를 직접 연관지을 수 있기 때문이다. 두번째 표지는 나뭇잎에 코팅된 왁스에서 뽑아냈는데, 이는 풀과 다른 가축용 초목이 증발로 인해 물을 잃는 속도를 결정하는 데 쓰였다. 가뭄 상황을 가늠할 수 있다.

바이킹이 그린란드에 정착한 이후 가뭄이 계속됐다. ‘사이언스 어드밴시스’ 제공
바이킹이 그린란드에 정착한 이후 가뭄이 계속됐다. ‘사이언스 어드밴시스’ 제공

논문 제1저자로 박사학위 과정에 이번 연구를 진행한 보양 자오(현 브라운대 박사후연구원)는 “연구팀이 발견한 것은 그린란드 남부(동 정착지)에 바이킹들이 정착한 시기에 기온은 거의 변하지 않은 반면 전 기간에 걸쳐 가뭄은 꾸준히 계속됐다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바이킹 정착민들은 가축들이 겨울을 나도록 사료를 저장해야 했다. 기후가 양호한 해에도 동물들은 겨우내 약해지고 눈이 녹는 봄이 돼야 들판으로 옮겨져 생기를 되찾았다. 이런 환경에서 연속된 가뭄은 상황을 심각하게 만들 수 있다. 브래들리 교수는 “장기간의 가뭄이 남부 정착촌을 지속 불가능하게 만들기에 충분할 정도로 삶의 균형을 깨뜨렸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근영 기자 ky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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