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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환경

‘한국 온실가스 배출량 10% 미만’ 북한의 기후위기 대응 방법은?

등록 2022-04-15 06:59수정 2022-04-15 10:18

북한도 최근 30년 평년기온 0.4도 더 상승
북한도 국제사회에 온실가스 감축 목표 제시 노력
석탄·나무 대체할 재생에너지·원전 확대 목표도
“북한의 기후위기는 한국의 위기…협력 필요”
북한 함경남도 곳곳에서 폭우가 이어지면서 주민 5천명이 긴급 대피하고 주택 1천170여호가 침수됐다고 조선중앙TV가 5일 보도했다. 사진은 물에 잠긴 농경지. 연합뉴스
북한 함경남도 곳곳에서 폭우가 이어지면서 주민 5천명이 긴급 대피하고 주택 1천170여호가 침수됐다고 조선중앙TV가 5일 보도했다. 사진은 물에 잠긴 농경지. 연합뉴스

“산림복구전투 2단계 과업을 적극 추진하여 원림녹화와 도시경영, 도로관리사업을 개선하고 환경오염을 철저히 막아야 합니다”(2019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신년사 중)

“우리의 당면한 투쟁방향-생태환경 보호, 자연재해 대응을 위한 국가위기관리체계 수립” (2020년 신년사 대체한 제7기 제5차 당중앙위원회 전원회의 결정문)

북한도 기후위기 문제를 인식하고 있다는 흔적을 발견할 수 있다.

우선 산림을 통한 온실가스 감축 노력이 두드러진다. 2019년 최고인민회의에서는 국무위원회 직속으로 산림정책을 총괄하는 직책을 신설했다.

재생에너지 활용에도 노력 중이다. 2013년 8월 ‘재생에네르기법’을 제정해 태양광, 풍력, 지열 등 재생에너지의 개발과 이용을 도모하기 시작했다. 국가과학원 산하 연구소를 두고 30년 동안 재생에너지 5000㎿ 개발을 목표로 하는 계획을 수립했다. 특히 풍력발전으로 전력 수요의 15%를 채운다는 계획과 조력발전, 탄소제로 도시계획 등도 구상했다.

권숙도 국립통일연구원 교수는 북한의 이같은 대응 노력이 에너지 부문에서의 개선없이는 경제발전이 요원한 북한이 취할 수 있는 선택이라고 분석했다. 경제적 이익과 체제 유지방안을 찾기 위함이자 ‘정상국가’라는 대외이미지 개선의 목적이 있을 것이라는 것이다.

북한도 기후위기로 신음…산림 복구·재생에너지 확대 등 과제 제시

13일 오후 월드비전은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남북 협력 포럼’을 열고 북한의 기후변화 상황을 엿보고 남북이 함께 대응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했다. 

 주제 발표를 한 명수정 한국환경연구원 선임연구원은 한반도에서 1980년대 기준 연평균기온이 12.2도에서 2010년대 13.1도로 0.9도 올랐다고 설명했다. 남한 기준 최근 30년의 평균값인 기후평년값(1991~2020년)은 바뀌기 전 평년값(1980~2010년)보다 0.3도가 올라 12.8도가 되었다. 북한도 1981~2010년까지 평균기온이 8.5도였지만 1991~2020년 평년값은 8.9도로 0.4도 올랐다. 30년 평년값 상승 기온(0.3도)과 최근 10년 상승 기온(0.9도)을 비교할 때 최근 들어 더 많이 상승했음을 알 수 있다. 

 지난해 발표된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아이피시시·IPCC) 실무그룹1보고서에서는 산업화 이전 대비 2도 상승할 경우 폭염 발생 가능성이 3.8~6배 높아지고, 10년 빈도의 폭우가 발생할 가능성도 1.6~2배 높아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북한에서 지난해 7월12일부터 폭염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고 조선중앙TV가 16일 보도했다. 중앙TV는 2017년 여름의 혹심한 가뭄을 언급하며 폭염으로 농작물 생산에 차질이 빚어질까 우려했다. 조선중앙TV 화면/연합뉴스
북한에서 지난해 7월12일부터 폭염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고 조선중앙TV가 16일 보도했다. 중앙TV는 2017년 여름의 혹심한 가뭄을 언급하며 폭염으로 농작물 생산에 차질이 빚어질까 우려했다. 조선중앙TV 화면/연합뉴스

온난화 추세 속 북한도 이미 이상기후로 인한 자연재해가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2012년 평안북도와 평안남도에서 홍수가 발생해 24만여명이 피해를 입었다. 이중 231명이 사망했고 21만여 가구가 유실됐다. 2014년부터 18개월 이상 가뭄이 지속돼 농업 생산과 물 공급에 영향을 미쳤다. 1800만여명의 식량 공급이 불안정해졌다. 2016년 태풍 ‘라이어록’으로 함경북도 지역의 강이 범람해 138명이 사망하고 6만8천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지난해에도 함경남북도에 내린 폭우로 수재민 1300여명이 발생하고 4천㏊의 농경지가 피해를 입었다.

북한의 쌀 생산량은 한국의 51.7%다. 1990년대 중후반 대가뭄 이후 쌀 생산량은 40%로 급감했다. 옥수수 재배면적도 약 15% 감소했다. 단, 감자의 재배면적이 약 4배 정도 증가했다고 한다.

북한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한국의 1/10도 안된다

북한의 온실가스 배출량 추정치. 국제에너지기구(IEA) 자료. 통계청 제공.
북한의 온실가스 배출량 추정치. 국제에너지기구(IEA) 자료. 통계청 제공.

국제에너지기구(IEA) 자료를 바탕으로 한국 통계청은 북한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2000년대 초반 7천만톤(이산화탄소 환산량) 이상이었지만 2013~2016년 3천만톤대를 유지하다 이후 5천만톤 전후의 배출량이 이어진다고 분석했다. 2019년 기준 5044만톤이었다. 북한이 2012년 제2차 기후변화 국가보고서를 펴낸 당시 2000~2020년 온실가스 배출량이 연 평균 3.1%씩 증가할 것으로 예측해 2020년 1억2120만톤일 것으로 추정했지만 경제난으로 실제로는 5천만톤 내외에 그친 것으로 보인다.

한국과 북한의 격차는 배출량의 차이가 10배를 훌쩍 뛰어넘는다. 윤석열 정부 인수위원회가 12일 올해 기준 한국의 잠정 온실가스 배출량은 6억8500만톤이라고 밝혔다. 2019년으로보면 5억9700만톤을 배출했다. 한 해 국가 예산이 900조원대인 한국 예산의 15%가 국방비 예산인데, 북한의 한 해 예산이 한국 국방비보다 적다. 이를 고려할 때 북한의 에너지 소비와 산업 정도는 한국과 비교할 수 없게 규모가 적다. 도시에서는 석탄, 농촌에서는 땔감 나무를 사용해 주로 에너지를 얻고 있다.

북한의 도시 지역은 석탄, 농촌은 나무 땔감 사용 비중이 높았다. 2012년 유엔환경계획(UNEP) 북한 관련한 기록이라 최근 상황을 반영하지는 못할 수 있다. 명수정 한국환경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발표 자료 갈무리.
북한의 도시 지역은 석탄, 농촌은 나무 땔감 사용 비중이 높았다. 2012년 유엔환경계획(UNEP) 북한 관련한 기록이라 최근 상황을 반영하지는 못할 수 있다. 명수정 한국환경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발표 자료 갈무리.

북한의 산림 보호를 위해서는 식량과 에너지 문제를 함께 해결해야 한다. 줄어들고 있는 북한의 산림 비율. 유엔식량농업기구 자료. 명수정 한국환경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발표 자료 중
북한의 산림 보호를 위해서는 식량과 에너지 문제를 함께 해결해야 한다. 줄어들고 있는 북한의 산림 비율. 유엔식량농업기구 자료. 명수정 한국환경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발표 자료 중

1인당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한국보다 북한이 매우 적었다. 통계청의 북한통계포털 사이트를 참고하면 통계가 남아있는 2015년 기준 북한 인구 수를 기준으로 1인당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계산해보니 0.9톤이었다. 같은 해 한국은 11.41톤이었다. 약 11배 차이가 났다. 흥미로운 지점은 1975년 초반까지는 북한이 많았으나 이후에는 한국이 급속한 경제발전을 하면서 앞서고 북한은 정체상태에 들어갔다.

장 연구위원은 “측정 방법을 확인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지만, 남북한을 비교하기 위해 통계를 소개했다. 1975년 기준으로 연료·연소 총 배출량을 기준으로 봤을 때 양국이 비슷한 수치를 보이다 이후 격차가 생겼다”라고 설명했다.

북한이 국제사회에 2019년 9월 제출한 2차 국가온실가스감축계획(NDC)를 보면 2030년까지 국제 지원을 받는 것을 조건으로 배출전망치(BAU)인 2억1800만톤 기준 온실가스 36%를 추가로 감축하겠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2019년 기준 5천만톤의 실제 북한 국가온실가스 배출량을 고려할 때 기준이 지나치게 높아 이 계획 자체에 의구심을 갖는다. 

한국 통계청이 추정한 북한 배출량 등 기록.
한국 통계청이 추정한 북한 배출량 등 기록.

북한은 2012년 2차 국가보고서를 통해 기후변화 대응 관련한 국가기후변화센터 설립 및 역량 강화와 온실가스 감축과 기후변화 적응 부문의 사업과 예산, 사업 기간을 구체적으로 적어두었다. 1000㎿ 태양광 발전시설 설치, 500㎿ 육상 재생에너지 건설, 지속가능한 산림경영과 2000㎿ 규모의 원자력 발전소 건설 등의 감축 수단도 제시했다.

2012년 북한이 발표한 2차 기후변화 국가보고서 중.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19개 방안을 제시했다. 자료집 갈무리
2012년 북한이 발표한 2차 기후변화 국가보고서 중.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19개 방안을 제시했다. 자료집 갈무리

남북 기후변화 협력…“윤석열 당선자 공약에서도 언급…간접 협력부터 관계 개선 가능”

이날 토론회에서는 윤석열 당선자의 공약 중 ‘남북관계 정상화와 공동번영 추진’ 목표 아래 미세먼지, 재난, 기후변화 공동 대응과 산림·농업·수자원 협력이 가능하다는 제언도 나왔다. 

 이날 또다른 주제발표자인 권숙도 국립통일연구원 교수는 북한의 환경·기후 문제가 한국에도 안보 측면에서도 직접적 영향을 미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2020년 집중호우로 북한이 무단 방류하며 접경지역에 침수 피해가 발생했고 북한 지역 산림 황폐화로 야생멧돼지들이 먹이를 찾아 남하하면서 아프리카돼지열병이 전파된 사례를 들었다. 

 이와 관련해 토론자인 장철운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북한과 협력 중인 국제기구나 단체 등과의 협력을 통한 간접 협력부터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짚었다. 

 토론자인 송성호 한국농어촌공사 농어촌연구원 미래농어촌연구소장은 “북한 지역의 가뭄은 과거 3~4년 주기로 전역에서 반복되고 있고 특히 밭작물 생산량이 상대적으로 높은 양강도와 자강도에서 필요한 물의 양이 많았다. 지속된 가뭄을 대비하기 위한 지속가능한 용수공급 체계 구축이 필요해 보인다”고 짚었다.

 북한 역시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온실가스 감축을 해야 하지만, 더 직접적 피해는 식량과 에너지 부족 상황이 이어져 주민들이 나무나 숲 등 산림을 계속 이용하면서 생길 수 있다. 국제월드비전 토니 리나우두 수석 고문 등은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인간이 생태계의 회복 능력까지 훼손할 경우 어린이나 노약자들을 중심으로 기후위기 피해가 점점 커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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