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5월 울산시 북구 현대차 울산 3공장 모습. 연합뉴스
국내 완성차 업체 노동자 1천여명 중 80%가 내연기관차 신규 판매 금지 정책에 공감한다고 답한 설문조사 결과가 공개됐다. 이번 조사는 부품업체 등 자동차 산업 전체 종사자들을 상대로 조사하지 못한 한계가 있다. 그러나 최근 2~3년 동안 기후위기로 인한 산업 전환 움직임이 전세계적으로 빠르게 진행되면서 전환에 주저하던 노동계 인식이 달라졌음을 보여준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린피스·금속노조·정의당 강은미 의원실, 류호정 의원실, 더불어민주당 김성환 의원실, 국민의힘 박대수 의원실 등은 14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회 의원회관에서 ‘한국 자동차산업 노동자의 기후위기 및 정의로운 전환 인식 연구’ 보고서를 발표했다. 그린피스 의뢰로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는 노조와 함께 노조 소속 현대·기아차·한국지엠 노동자, 남양연구소 등 완성차 업계 노동자 11만5천명에게 지난해 9~10월 설문을 했다. 이중 1018명이 답변을 했다.
정부의 미래차 산업 전환 정책에 관해 얼마나 알고 있냐는 질문에 ‘알고 있다’고 답한 비율은 52.2%였다. 다만 ‘매우 잘 알고 있다’는 답변은 13.1%에 불과했다. 노동자들이 미래차 산업 전환 관련 정보를 얻는 곳은 언론·미디어가 72.7%로 가장 높았다.
완성차 노동자들은 내연기관차 신규 판매 금지 정책 도입에 82.1%가 공감했다. 기아차 응답자가 86.2%로 가장 높았다. 내연기관차 퇴출에 ‘긍정적’이라고 답한 노동자들은 기후위기가 삶에 영향을 미치고, 노동자들을 위한 일자리 전환 문제에 대한 인식 수준이 높았다. 내연기관차 퇴출 적정 시점으로는 윤석열 당선자가 대선 때 공약했고 유럽연합이 내연기관차 신규 판매 금지를 선언한 2035년이 적당하다고 답한 비율이 82.2%였다. 설문에 응답한 노동자 중 33.1%는 내연기관차 퇴출과 미래차로의 산업 전환 과정에서 ‘정부의 미래차 산업 인프라 구축과 재정 지원’이 가장 중요하다고 꼽았다.
이번 설문조사는 노동자의 미래차 전환에 대한 달라진 인식을 보여준다. 탄소배출량을 줄여야 하는 세계적 과제와 추세를 인정하는 흐름의 일부로 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뉴욕 국제오토쇼 참석차 미국을 방문 중인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도 13일 “2045년이 되면 수소연료차를 포함해 전기차가 80~90%가 되지 않을까 한다”고 예상하면서 “경쟁력 있는 전기차를 만드는 방향으로 계속 푸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여전히 대기업에 납품하는 부품회사들의 혼란은 계속되고 있다. 이번 조사에 참여한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은 “부품회사들의 어려움을 아는 정부도 2030년까지 부품업체 1200개를 미래차 산업으로 전환한다고 발표했는데, 회사 수를 늘리기 보다는 그 전환 시기를 앞당기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특히 현장에서 할 수 있는 재교육 훈련 시스템을 빨리 만들어서 고전압 부품으로 인한 사고예방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우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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