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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환경

상상도 못한 ‘모래 부족’ 온다…모래 위에 선 지구의 운명은

등록 2022-05-06 15:09수정 2022-05-06 17:58

유넵, ‘모래와 지속가능성’ 보고서에서 권고
세계 골재사용량 연 500억t·1인 하루 18㎏꼴
건축물부터 반도체·디스플레이 등 소재

“모래 사용 속도, 자연적 보충 속도 초과해
생물 다양성 악화 기후변화에까지 악영향
해안 모래 유지하는 게 기후변화 적응전략”
환경부 지정 생태환경보전지역인 강원 강릉시 강동면 하시동·안인사구가 심각한 해안침식으로 사라지고 있다. 사진은 지난 2월22일 현장. 연합뉴스
환경부 지정 생태환경보전지역인 강원 강릉시 강동면 하시동·안인사구가 심각한 해안침식으로 사라지고 있다. 사진은 지난 2월22일 현장. 연합뉴스

인간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자원은 물이다. 그다음으로 인간이 많이 소비하는 자원은 뭘까? 이 물음에 유엔환경계획(UNEP)이 내놓은 답은 모래와 자갈이다. 유넵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골재’로 불리는 이 자원의 사용량은 지난 20년간 약 3배 증가해 2019년 기준 연간 최대 500억톤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지구인 한명당 하루 사용량이 18㎏에 해당하고, 지구를 폭 27m, 높이 27m로 두르기에 충분한 양이라고 한다.

엄청난 양으로 느껴지지만 그렇다고 모래가 부족해질 수 있다는 생각을 하기는 쉽지 않다. 바닷가에 가보면 언제나 바닷속까지 펼쳐지는 모래밭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퍼 올려 써도 어디선가 끝없이 만들어져서 채워지는 자원으로 인식하기 쉬운 이유다. 유넵은 이런 시각을 바꿔야 한다고 지적한다. 인간이 모래를 채취해 이용하는 속도가 수천 수백만년에 걸쳐 자연적으로 보충되는 속도를 초과하면서 나타나는 문제에 주목해야 한다는 것이다.

유넵은 최근 ‘모래와 지속 가능성:위기를 피할 10가지 권고’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모래에 대한 인류의 의존도를 감안할 때 모래를 전략적 자원으로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모래가 건축물과 각종 구조물을 짓기 위한 골재, 반도체·디스플레이 제조와 같은 첨단산업의 소재 등으로 활용되는 것을 넘어 지구의 환경과 생태계 서비스 유지에 중요한 기능을 수행하기 때문이다. 과도한 모래 채취에 따른 이런 기능의 약화는 인간의 안전을 위협하고 어업과 관광 산업에 의존하는 주민의 생계에까지 타격을 줄 수 있다.

피해는 이미 세계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해안과 강의 침식, 삼각주 축소, 해안 대수층의 염분화, 생물다양성 악화 등이 그런 사례다. 유넵 보고서를 보면, 스리랑카에서는 2004년까지 연간 800만㎥이던 모래 수요가 건설 붐으로 2018년 7000만㎥까지 늘어나면서 강에서 모래 채취가 급증했다. 이에 따라 강 주변의 지하수 수위가 내려가면서 우물이 말라 여성들이 물을 찾아 3~4㎞를 이동해야 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특히 주목할 점은 과도한 모래 채취와 기후변화와의 관련성이다. 보고서를 보면, 바닷모래 채취는 퇴적물에 갇혀 있던 온실가스를 방출할 뿐 아니라 해안침식으로 이어져 폭풍 해일, 해안 범람 등에 대한 방어력을 약화하게 된다. 이것은 지구 온난화로 해수면이 지속해서 상승하고 있는 상황에서 특히 심각한 문제다.

보고서는 “세계 해변의 70%가 해수면 상승과 파도의 강도 증가, 해안에 도달하는 퇴적물의 감소로 인해 침식되고 있고, 세계 인구의 20% 이상과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거대 도시의 절반이 저지대 퇴적성 해안에 있다”며 “해안에 모래를 유지하는 것이 가장 비용효율적 기후변화 적응전략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모래가 유엔의 지속 가능한 개발 목표(SDGs) 17개와 모두 직간접 연결된다는 점도 유넵이 특히 강조하는 대목이다. 17개 지속가능 개발목표는 2015년 유엔 총회에서 설정된 빈곤 퇴치, 기아 제로화, 깨끗한 물과 위생, 저렴하고 깨끗한 에너지, 불평등 축소, 기후 행동 등의 목표를 담고 있다. 보고서는 “그런 전략적 중요성에도 모래의 채취와 사용, 관리는 세계 많은 지역에서 여전히 통제되지 않아 수많은 환경적·사회적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앞으로 인구 증가와 도시화에 따른 모래 수요가 계속 늘어날 것이라는 점이다. 유넵은 이에 따라 제기되는 모래와 지속가능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 세계가 부문과 국경을 넘어 포괄적으로 접근할 것을 권고했다. 모래를 전략적 자원으로 인식하고, 모래 자원에 대한 소유권과 접근 권한을 설정하며, 영향을 받는 모든 사람의 목소리가 (모래 채취·이용 관련) 의사 결정에 반영되게 하라는 것이다. 또한 투명하고 과학과 데이터에 기반을 둔 의사 결정을 위해 모래 자원을 모니터링하는 것과 동시에 모래를 윤리적 방식으로 조달하며 대체재 사용과 재활용 등을 통해 모래 사용을 줄일 것도 권고했다.

유넵 경제부문 책임자인 쉴라 아가르왈-칸은 “우리가 지금 행동하면 모래 위기를 피할 수 있다”며 “정부, 산업체, 시민사회를 포함한 모든 이해 관계자가 모래를 관리하고 사용하는 방식에서 필요한 변화에 나서기 바란다”고 말했다.

김정수 선임기자 js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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