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후쿠시마 원전에 설치돼 있는 오염수 저장탱크. 일본은 삼중수소(트리튬)와 같은 방사성 물질이 대량 함유돼 있는 이 오염수의 해양 방류를 추진하고 있다. 연합뉴스
내년 봄부터 후쿠시마 원전사고 오염수를 바다로 방출하는 것을 목표로 한 일본의 준비 작업이 본 궤도에 올랐으나, 한국에서는 바다로 흘러들 방사성 물질의 영향을 전혀 파악하지 못하는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일본의 협조 부족에 한국의 준비 부족까지 더해져 영향 파악에 필수적인 오염 확산 모델 분석조차 이뤄지지 못했기 때문이다.
일본 원자력규제위원회는 지난달 18일 도쿄전력의 후쿠시마 원전사고 오염수 해양 방출 계획을 승인했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원자력규제위는 국민 의견을 듣는 절차를 밟아 이르면 다음달 중 방출을 위한 실시계획을 정식 인가할 예정이다. 이렇게 되면 도쿄전력은 관할 지방자치단체 동의만 받으면 방출에 필요한 설비 공사에 들어갈 수 있게 된다.
일본의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 방출은 1년여 전인 지난해 4월13일 일본 정부 각료회의에서 공식 결정됐다. 일본 정부는 오염수에 함유된 방사성 핵종 대부분을 배출기준치 이내로 처리하고, 처리가 안 되는 삼중수소는 바닷물로 희석해 배출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경우 바다로 들어가는 삼중수소 총량은 달라지지 않는다.
이에 따라 어민들을 중심으로 오염수의 국내 유입 영향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졌으나, 상반된 정보가 뒤섞여 혼란스러운 상황이다. 한편에서는 오염수 방출이 인류 역사상 최악의 해양 방사능 오염이 돼 국민들이 암과 유전병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된다고 주장하고, 다른 한편에서는
일본이 오염수를 다시 정화하지 않고 방류해도 국내 영향은 무시할 만한 수준이라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의 오염수 해양 방출이 국내 환경에 끼칠 영향을 예측해보는 것은 이런 논란 속에서 오염수 문제에 대한 합리적인 대응 방안을 찾기 위한 전제로 꼽힌다.
이에 따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해양수산부, 원자력안전위원회 등도 일본 정부의 해양 방출 결정 직후 “해양 확산 평가 모델을 통해 우리 환경과 국민 건강에 영향이 없는지 철저하게 분석하고 검증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그 후 1년 여가 지났지만 모델 분석은 시작도 하지 못한 상태다. 그 이유에 대해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 확산 모델링 분석 주관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관계자는 “원자력연구원에서 개발 중인 모델을 고도화하는 작업이 아직 끝나지 않았고. 일본의 데이터도 받아야 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컴퓨터 모델링 분석에 필요한 해양 방출 예정 방사성 핵종의 농도와 방출량, 방출 기간 등에 대한 구체적 정보를 일본이 제공하지 않고 있다는 이야기다.
현재 성능 향상 과정에 있는 해양 확산 평가 모델은 관련 기관이 후쿠시마 원전사고 직후부터 구축작업에 들어가 2017년에 일단 개발이 완료됐다. 따라서 일단 일본 쪽 자료만 제공되면 돌려보는 것이 불가능한 상태는 아니다. 원자력연구원 관계자는 “시뮬레이션(모의)에 관한 기본 입력자료를 받은 게 없기 때문에 해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한국 정부는 2일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관련 부처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한·일 국장급 화상회의에서도 자료 제공 문제를 제기했다. 하지만 일본 쪽으로부터 속시원한 답을 얻지 못했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오염수 내에 존재하는 모든 핵종의 농도와 같은 구체적 정보를 요청한데 대해 (일본 쪽에서는) 자기들도 조사를 해야 된다. 확보가 되면 투명하게 공개하겠다고 답변했다”고 전했다.
이런 상황에 대해 환경단체들은 한국과 일본 정부 양쪽을 함께 비판하고 있다. 장마리 그린피스 캠페이너는 “한국 정부는 이미 2019년부터 국민 대다수가 후쿠시마 오염수의 해양 방류를 강력히 반대해 오고 있는데도 이렇다할 직접적인 대응책을 마련하지 않고 있다. 또 일본은 방사선 영향평가 보고서에서 방사능 농도, 환경 및 인체에 미치는 영향 등 핵심적인 내용을 누락하는 등 오염수에 관한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김정수 선임기자 jsk21@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