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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환경

방치할 수 없는 ‘기후우울’ MZ세대가 더 많이 아팠다

등록 2022-07-16 07:30수정 2022-07-16 10:10

[한겨레S] 커버스토리
정신건강에 악영향 끼치는 기후변화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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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온도를 산업화 이전보다 1.5℃ 상승으로 막는 마지노선까지) 불과 7년 남았다는 데이터를 보면 두려움과 무력감을 느낀다. 미래가 예측되지 않는 시대에 살고 있어서 장기 계획은 세우지 않게 된 지 몇년 됐다.”

기후위기 문제를 심각하게 바라보는 박은주(가명)씨는 이렇게 말했다. 그는 좀처럼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 상황을 보며 요즘 기후우울(기후불안)을 느낀다. 기후위기로 불안이나 분노, 무기력을 느끼거나 희망이 없다고 생각하는 증상을 말한다. 그동안 기후위기가 낳는 피해는 물리적 피해에 집중됐지만 최근 학계에서 기후우울에 대한 연구가 조금씩 진행되고 있는 단계다. 지난 6월 세계보건기구(WHO)는 “기후변화가 정신건강과 웰빙에 심각한 위험을 초래한다”며 “기후변화에 대응할 정신건강 지원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내용의 정책브리핑을 발표한 바 있다. 이는 올해 2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가 공개한 ‘제6차 평가보고서’ 제2실무그룹(WG2) 보고서 내용과 일치한다. 기후변화 협의체는 이 보고서에서 기후변화가 정신건강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음을 처음으로 언급했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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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후우울에 대한 감정은 무력감, 불안, 죄책감, 우울 등 다양하다. 유은영(가명)씨는 기후위기를 생각할 때마다 서서히 죽어가는 느낌을 떠올린다. 세상을 바꾸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적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유씨는 “주변에서 기후위기에 공감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볼 때면 우울하다”고 말했다. 비건인 고민지(가명)씨는 자녀에게 먹일 고기와 생선을 요리할 때, 이혜정(가명)씨는 일회용 기저귀를 쓸 때 죄책감을 느낀다. 이씨는 “큰애는 천 기저귀를 쓰다가 몇가지 어려움을 겪으면서 둘째는 일회용 기저귀를 사용하는데 쓰레기가 무더기로 나오는 걸 볼 때마다 내가 지구에 해를 끼치는 존재인 것만 같아 괴롭다”고 말했다. 미국 심리학회가 2019년 진행한 설문조사를 보면, 미국 성인의 68%가 기후변화로 인한 불안을 느꼈고, 18~34살 성인 47%는 기후변화로 인한 스트레스가 일상생활에 영향을 미친다고 답했다. 기후우울을 호소하는 이들은 주로 환경 감수성이 높은 엠제트(MZ)세대로 추정된다.

이들은 기후우울을 떨치기 위해 실천과 연대를 택한다. 고씨는 김천에 하나밖에 없는 제로웨이스트숍에 가거나, 뜻이 같은 이들과 플로깅(조깅하면서 쓰레기 줍기)을 한다. 개인적 실천뿐 아니라 외로운 싸움이 아님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씨는 최근 지인에게서 위로의 말을 들었다. “기저귀 사용에 대한 고민을 털어놨더니 지인이 ‘일회용 기저귀 써. 내가 쓰레기 배출을 줄일게’라고 하더라. 굉장히 큰 위로가 됐다”고 말했다.

여성환경연대가 기후우울을 겪는 2030 여성을 대상으로 진행한 워크숍에서 글쓰기 수업을 맡았던 하리타씨도 연대의 힘을 언급했다. 하리타씨는 “(모임이) 서로 지지할 수 있는 안전한 커뮤니티가 되는 게 목표였다”며 “기후위기에 뒷짐을 진 정부에 분노 등을 느끼는 기후우울 당사자로서 공감을 받고 연대할 사람을 만났다는 든든함을 느꼈다”고 말했다.

기후우울을 느끼는 사람은 기후 문제에 관심이 많고 실천하는 사람일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기후우울을 겪는 이들을 주목해야 한다고 하리타씨는 말했다. “생태계에서 지표생물을 잘 관찰해야 생태계 변화 방향을 포착할 수 있듯 이들의 호소에 귀 기울이길 바란다.”

장수경 기자 flying71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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