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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환경

Q. 내가 뀌는 방귀도 온실가스예요? 왜 소만 갖고 그러지…

등록 2022-08-03 12:16수정 2022-08-03 15:29

기후변화 ‘쫌’ 아는 기자들

소처럼 되새김질하는 반추동물
방귀엔 핵심 온실가스 ‘메탄’ 포함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A. 맞아요. 사람의 방귀에는 질소와 이산화탄소, 수소, 암모니아, 황화수소 등이 들어 있대요.

기후변화 ‘인싸’인 이산화탄소(CO₂)가 온실가스인 건 다들 아시죠. 그런데 질소는 왜 온실가스라 하지 않을까요?

한마디로 말하면 분자 구조가 달라서예요. 지구 대기의 99%를 차지하고 있는 질소와 산소는 구조가 단순해 태양의 모든 빛에너지를 거의 흡수하지 않고 통과시켜요. 이산화탄소는 빛에너지 가운데 가시광선을 흡수하지 않기는 마찬가지인데, 분자 구조 때문에 적외선 같은 특정 파장은 잘 흡수할 수 있어요. 그래서 대기에 이산화탄소가 많으면 지구에서 방출되는 복사에너지가 우주로 되돌아가는 길이 막혀요. 지구가 적절한 온도(평형)를 유지하려면 태양에서 지구로 들어온 에너지를 다시 우주로 되돌려 보내야 해요. 대기중 이산화탄소가 이를 막고 있으니 지구가 온실 속에 있는 것처럼 뜨거워지는 ‘온실효과’가 생기는 것이죠.

전 세계 80억 인구가 방귀를 뀌어대면 이산화탄소가 많아져 온실효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겠지만, 기후변화를 일으킬 정도는 아니에요. 아, 참고로 인간 방귀의 냄새는 썩은 달걀 냄새를 풍기는 황화수소 때문이에요.

“왜 나만(이산화탄소) 미워하는 거야, 쟨(메탄) 온실효과도 심한데.”

하지만 소의 방귀와 트림은 사람의 그것과는 얘기가 달라요. 소처럼 되새김질하는 반추동물들의 트림과 방귀에는 메탄(CH₄)이 많이 들어 있어요. 메탄의 분자 구조는 이산화탄소보다 에너지를 흡수하는 데 훨씬 효과적이예요. 메탄은 중앙에 탄소가 하나 있고, 그 주변에 4개의 수소가 결합된 형태로 돼 있어요. 기체(가스)는 진동을 통해 에너지를 흡수하는데, 메탄은 변화무쌍하게 운동할 수 있어 이산화탄소보다 28배 더 많은 태양 에너지를 빨아들이는 ‘에너지 스펀지’예요. 

소의 방귀와 트림에서 나오는 메탄은 핵심적인 온실가스다. 지난해 메탄 농도 증가율이 곱절 이상 늘어나 양의 되먹임(피드백)이 시작한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소의 방귀와 트림에서 나오는 메탄은 핵심적인 온실가스다. 지난해 메탄 농도 증가율이 곱절 이상 늘어나 양의 되먹임(피드백)이 시작한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최근 기상청 국립기상과학원이 발간한 ‘지구대기감시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안면도에서 측정한 우리나라 메탄의 농도가 지난 10년 동안의 증가율보다 약 2.2배 빨라진 것으로 나타났어요. 이해영 국립기상과학원 연구사의 말을 들어볼까요. “메탄의 기원은 소의 트림뿐만 아니라 습지, 벼농사, 석유와 천연가스 등의 화석연료에 이르기까지 다양합니다. 메탄 농도는 2006년까지 큰 변화가 없다가 2007년부터 서서히 증가를 하기 시작했어요. 지난해에는 증가율이 급기야 2배 넘게 상승했고요.”

그런데 메탄 농도의 급증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지구 평균도 비슷한 추세를 보이고 있다고 해요. 왜 그럴까요? 이 연구사는 이렇게 설명해요. “기후변화로 인해 이상기온이 나타나고 이상기온들이 영구동토층이나 우리가 살고 있는 땅과 습지에 포함됐던 메탄이 재방출됐다는 분석들이 제기되고 있어요. 우리가 양의 기후 되먹임(피드백)으로 가는 것이 아니냐라는 얘기가 나오는 배경이지요.” 온실가스 때문에 기온이 상승하고 기온이 올라가니 영구동토층이 녹으면서 이곳에 저장돼 있던 온실가스가 재방출되고 다시 온실가스 농도가 더 올라가고 이상기온이 더 많이 나타나는 ‘악순환’에 들어섰다는 것이지요. 하지만 자연에 저장된 것이 재방출되는 것을 막을 수는 없어요. 우리가 줄일 수 있는 온실가스를 줄여야 이 효과를 멈추게 할 수 있다는 결론이 나오는 거지요.

코로나19로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줄어들었다면서요?

코로나19 봉쇄 정책으로 2020년 전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7% 가량 줄어들었다는 분석들이 나왔어요. 하지만 대기중 이산화탄소 농도는 줄어들지 않아 지난해 또다시 최고치를 경신했어요. 왜 배출량은 감소했는데 농도는 줄어들지 않을까요?

한번 배출되면 대기에 아주 오래 체류하는 온실가스 특성 때문이에요. 이산화탄소는 100년, 메탄은 9년 동안 머물러요. 그렇다고 손을 놓고 있을 수는 없어요. 프레온가스로 알려져 있는 염화불화탄소(CFC)의 경우 1989년 몬트리올의정서에서 줄이기로 약속했지만 실제로 감소 효과가 나타난 건 10년 뒤인 2000년대 들어서입니다. 프레온가스도 한 번 배출되면 10∼100년 이상을 대기에서 살아요. 프레온가스는 아예 사용하지 않기로 했는데도 효과가 10년 걸린 걸 보면 이산화탄소 7% 줄인 걸로 당장 효과를 보기는 어렵죠. 온실가스를 정말 파격적으로 빨리 줄이지 않으면 그 효과를 실제로 보기가 쉽지 않다는 얘기지요. 메탄은 9년 동안 대기에 머물기 때문에 현 세대에 감축 효과를 빨리 볼 수 있는 유일한 온실가스입니다.

이해영 국립기상과학원 연구사가 가스크로마토그래피 기법으로 육불화황의 농도를 측정하는 방법을 설명하고 있다. 이근영 기자 kylee@hani.co.kr
이해영 국립기상과학원 연구사가 가스크로마토그래피 기법으로 육불화황의 농도를 측정하는 방법을 설명하고 있다. 이근영 기자 kylee@hani.co.kr

눈에 보이지도 않는 온실가스를 어떻게 찾아내요?

온실효과를 일으키는 모든 기체가 온실가스이지만, 1997년 체결된 기후변화 국제협약인 교토의정서에서는 이산화탄소, 메탄, 아산화질소(N₂O), 수소불화탄소(HFCs), 과불화탄소(PFCs), 육불화황(SF6)을 6대 온실가스로 분류했어요. 국립기상과학원의 3개 기후변화감시소에서는 이 가운데 이산화탄소, 메탄, 아산화질소, 육불화황과 프레온가스 3종(CFC-11, 12, 113) 등 모두 7종의 온실가스 농도를 측정하고 있어요.

감시소는 온실가스가 직접 배출되는 발전소나 공장, 대도시에서 멀리 떨어진 섬이나 3000m 이상 높은 산 꼭대기에 위치해요. 배출된 온실가스가 충분히 공기에 섞인 뒤에 측정하기 위해서지요. 우리나라 기후변화감시소도 안면도, 제주 고산, 울릉도·독도에 있어요. 감시소에 있는 십수미터의 높은 타워에서 ‘깨끗한’ 공기를 포집해요. 우선 공기에 섞여 있는 수분을 완전히 제거한 뒤 온실가스를 측정해요. 수분을 제거하는 이유는 습도가 3%만 돼도 온실가스 농도가 3∼4ppm 달라지기 때문이에요.

기상청 국립기상과학원 제공.
기상청 국립기상과학원 제공.

온실가스 농도를 측정하는 방법에는 크게 가스크로마토그래피 기법과 스펙트로스코피 기법 두가지가 있어요. 가스크로마토그래피 기법은 오래된 전통적인 방법으로, 컬럼이라는 꼬인 관을 가스종들이 통과하면서 분리되는 장치예요. 특수 코팅제가 관에 발라져 있어 어떤 가스종은 오래 붙잡아두고, 다른 종은 빨리 통과시키는 방법으로 가스를 골라내는 거죠. 이렇게 나온 가스량이 컴퓨터에 표시되면 그 면적을 계산해서 농도를 결정해요.

좀더 발전한 방법이 스펙트로스코피 기법인데, 진공으로 된 셀 안에 공기를 넣어주고 측정하고자 하는 가스종이 잘 흡수하는 광원을 쏘아줘요. 가령 이산화탄소가 많으면 광원을 빨리 흡수해 빛의 소멸 시간이 짧아지지요. 이 시간을 측정해 농도를 계산해요.

기상과학원에서는 광원이 개발된 이산화탄소, 메탄은 스펙트로스코피 기법으로, 아직 광원 개발이 덜 된 아산화질소, 육불화황, 염화불환탄소는 가스크로마토그래피 기법으로 측정하고 있어요.

측정한 이산화탄소가 내 방귀에서 나온 건지, 식물 광합성에서 배출된 건지, 화력발전소에서 나온 건지 어떻게 알아요?

국립기상과학원은 사실 지금은 어떤 발생원에서 생긴 이산화탄소인지 구별하지 않고 전체 농도만을 측정하고 있어요. 공기중 이산화탄소가 어디에서 생긴 것인지 구분하기 위해서는 동위원소를 이용해요. 학교 과학시간에 탄소 분자량은 보통 12라고 배우죠. 탄소 동위원소는 12인데요, 탄소의 98∼99%를 차지하고 있어요. 동위원소 13번이 1%를 차지하고, 아주 적은 양이지만 동위원소 14번도 있어요. 식물이 광합성을 할 때 가벼운 탄소 동위원소 12번을 가장 먼저 흡수하고, 내뱉을 때도 12번을 먼저 내보냅니다. 탄소 동위원소 분류를 하면 이산화탄소가 식생과 관련이 있는 것인지 화석연료에서 배출된 것인지 구분할 수 있는 것이지요. 메탄도 마찬가지 방법으로 여러 기원을 밝혀낼 수 있고요. 국립기상과학원은 올해부터는 이산화탄소 동위원소 비율을, 내년에는 메탄의 비율을 측정할 계획이라고 해요.

기상청 국립기상과학원의 기후변화감시소 3곳 가운데 하나인 고산기후변화감시소. 이근영 기자 kylee@hani.co.kr
기상청 국립기상과학원의 기후변화감시소 3곳 가운데 하나인 고산기후변화감시소. 이근영 기자 kylee@hani.co.kr

왜 기후변화감시소가 세 군데나 필요해요?

지정학적 이유 곧 우리나라의 지리적 위치 때문이에요. “온실가스는 우리나라 자체에서 배출되는 것뿐만 아니라 국외에서 유입되는 것도 있습니다. 우리나라가 서쪽에서 동쪽으로 부는 편서풍 때문에 아시아 대륙의 풍하측(바람이 불어드는 쪽)에 위치해 안면도와 고산에서는 국외 유입 온실가스와 우리나라 대도시권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를 모두 측정할 수 있습니다. 울릉도·독도에서는 우리나라의 풍하측에 있어 국내 발생 온실가스 측정에 유리합니다.”(이해영 연구사)

안면도는 중국과 서울 등 대도시, 충청권 화력발전소 등에 영향을 많이 받아 농도가 높은 반면 울릉도는 상대적으로 대륙의 영향이 적어 감시소 가운데 가장 낮은 농도를 보이고 있다고 합니다.

그러면 이산화탄소가 어느 곳에서 발생했는지도 알 수 있나요?

이해영 연구사는 “기상청의 기상모델과 기상과학원의 온실가스 관측자료를 합치면 온실가스가 어디서부터 오는지를 바람에 따라서 알 수가 있다”고 말했어요. 세계기상기구(WMO)는 ‘통합전지구온실가스과학정보시스템’(IG3IS)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어요. 지난해 5월 우리나라는 이 프로젝트 시스템 구축을 아시아 최초로 승인을 받았어요. 현재 개발중인 시스템이 완성되면 아시아에서는 처음으로 이산화탄소 기원을 밝혀낼 수 있을 거예요.

기후변화 ‘쫌’ 아는 이근영 기자 ky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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