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의 보호종 수달. 그린피스 타이베이 사무소 제공
대만의 외진 숲에 사는 보호종인 흑곰, 삼바사슴, 수달, 노란목도리담비, 삵의 배설물에서 미세플라스틱이 발견됐다. 인간과 멀리 떨어진 야생의 서식환경에서 살고 있음에도 인간이 사용한 플라스틱이 이 동물들의 몸에 들어가 배설물로 나온 것이다.
23일(현지시각) 그린피스 타이베이 사무소는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현지 전문가들과 동물 5종의 배설물 샘플 112개를 조사한 결과, 플라스틱 파편과 섬유 등 미세플라스틱 조각 604개가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들의 서식지 5곳의 물 샘플에서는 미세플라스틱 조각 1323개가 발견됐다. 그린피스는 “동물의 배설물에서 발견된 미세플라스틱 크기가 서식지의 물에서 발견된 것보다 약간 더 작았는데, 소화 과정을 거쳤기 때문일 수 있다”고 했다. 또 “동물의 배설물에서 발견된 일부 미세플라스틱 농도 수준은 다른 연구에서 가축 소의 분뇨에서 확인된 농도보다 높게 나타났다”고 밝혔다.
미세플라스틱은 작게 만들어졌거나 기존 제품이 조각나 작은 크기가 된 플라스틱 조각을 말한다. 미국 해양대기청은 길이 5㎜ 미만의 작은 플라스틱을, 한국 환경부 환경용어사전에서는 1㎜ 미만의 작은 플라스틱을 미세플라스틱으로 정의한다. 미세플라스틱은 하수처리시설에서 걸러지지 않고 바다와 강으로 유입돼 생태계를 교란하고, 생물의 몸에 축적되기도 한다. 체내에 흡수된 미세플라스틱은 조직염증, 괴사, 면역세포 억제 등 물리적 독성과 발암, 생식계 영향 등 화학적 독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고, 인체 유해성에 대한 연구는 계속 이뤄지고 있다.
대만의 보호종 흑곰. 그린피스 타이베이 사무소 제공
그린피스는 비닐봉지, 페트병, 플라스틱 컵, 빨대 등 플라스틱 일회용품을 이번 야생동물 배설물에서의 미세플라스틱 발견 원인으로 꼽았다. 그린피스는 “이번 조사에서 확인된 미세플라스틱이 대부분 폴리에틸렌(PE)과 폴리프로필렌(PP)”이라며 “이러한 폴리에틸렌과 폴리프로필렌 미세플라스틱은 음식이나 음료 용기와 포장에서 온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탕안 그린피스 타이베이 사무소 캠페이너는 “인간과 거의 상호작용하지 않고 인간 활동에서 멀리 떨어져 사는 보호종 동물의 서식지와 먹이사슬조차 심각하게 오염됐다”며 “바다와 산의 쓰레기를 치우고 플라스틱을 재활용하는 것만으로는 플라스틱 오염 문제를 해결하기에 충분치 않다. 기업이 일회용 플라스틱을 대량 생산하고, 이에 대한 정부 규제가 부족한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린피스는 대만 정부에 “단기적으로는 국립공원 내 플라스틱 일회용품 사용을 단계적으로 줄이고, 보호종 동물 서식지의 플라스틱 오염 수준을 모니터링해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플라스틱 일회용품 전반을 감축하기 위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그린피스는 또 기업을 향해 “일회용 플라스틱 포장을 줄이고, 재사용 포장재 비중을 늘려야 한다”고 요구했다.
김윤주 기자
kyj@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