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 가습기 살균제로 인해 목숨을 잃은 희생자 가족들이 고인들의 유품 전시를 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가습기살균제 참사 공론화 11주기를 맞아 피해자와 유족들이 정부와 국회, 가습기살균제 가해 기업에 피해 구제를 촉구했다.
환경보건시민센터와 가습기살균제 피해자·유족들은 31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가습기살균제 참사가 알려진 지 11년이 지났지만 아직 무엇하나 제대로 해결된 게 없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날 가습기살균제로 목숨을 잃은 피해자들의 유품을 전시해 추모하고, 가해 기업인 옥시·애경에 대한 불매운동을 촉구했다. 이날 기자회견은 경기 성남, 대전, 포항, 진주 등 전국 9곳에서 동시다발로 진행됐다.
이날 환경보건시민센터가 발표한 가습기살균제 피해자와 이들이 사용한 제품 등에 대해 분석한 보고서를 보면, 가습기살균제 피해를 신고한 7768명 가운데 피해를 인정받은 사람은 4350명이었다. 피해 인정자의 88.3%인 3842명은 기업으로부터 배·보상을 받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피해 인정자 가운데 사망자는 1066명으로, 4명 중 1명꼴이었다.
피해 인정자를 연령대별로 살펴보면, 영유아와 청소년의 피해가 눈에 띈다. 피해 인정자 가운데 사망자는 60살 이상 고령층이 593명(56%)으로 가장 많았고, 10대 이하 영유아와 청소년이 205명(19%)으로 뒤를 이었다. 특히 9살 이하 영유아가 189명으로 전체의 18%에 달했다. 피해 인정자 가운데 생존자는 10대 피해자가 1221명(전체의 37%)으로 가장 많았다. 환경보건시민센터는 “가습기살균제가 사용됐던 2002∼2011년 9살 이하였던 노출 피해자가 가장 많았는데, 이들 중 상당수가 사망했고 현재도 생존자 중 가장 피해자가 많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피해 인정자 4350명 가운데 75%는 옥시·애경 제품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옥시 제품을 사용한 피해 인정자는 53%, 애경 제품을 사용한 피해 인정자는 22%였다. 환경보건시민센터는 “절대 책임이 있는 두 기업의 거부로 피해지원 조정안이 실행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정부와 국회가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법을 개정해 피해자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최예용 환경보건시민센터 소장은 “옥시와 애경을 제외한 기업들은 피해조정안에 합의한 만큼, 피해조정안을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법에 담아 법으로 강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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