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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환경

녹조 스며든 쌀 먹어도 될까?…정부는 답을 모른다 [뉴스AS]

등록 2022-09-01 14:28수정 2022-09-01 17:44

녹조에서 발생하는 간∙생식 독성 물질
마이크로시스틴, 농작물 이어 수돗물 검출
녹조 연구 축적되며 인체 허용량 강화 추세
‘안전하다’만 하지 말고 정부 대책 세워야
부산, 대구, 김해, 창원 등 영남의 일부 도시 수돗물에서 녹조의 독성물질인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돼 논란이 되고 있다. 사진은 녹조를 컵에 담은 모습. 서울환경운동연합 제공
부산, 대구, 김해, 창원 등 영남의 일부 도시 수돗물에서 녹조의 독성물질인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돼 논란이 되고 있다. 사진은 녹조를 컵에 담은 모습. 서울환경운동연합 제공

영남 전역의 수돗물에서 독성물질인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됐다는 환경단체의 발표가 31일 있었습니다. 마이크로시스틴은 매해 여름 낙동강에서 번성하는 녹조에서 생기는데, 간 독성과 생식 독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죠.

4대강 녹조가 단지 ‘강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일상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발표는 충격적인데요. 환경단체는 수돗물은 물론 낙동강 농업용수로 지은 쌀∙무∙배추 등 농작물에서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주무 부처인 환경부는 문제 될 게 없다는 태도를 보입니다.

낙동강 물에서 수영해도 될까요? 수돗물은 마셔도 될까요? 농작물은 먹어도 될까요? 아직 ‘과학적 불확실성’이 큽니다만, 현재까지 논의된 바를 알려드릴게요.

녹조 강물에서 수영해도 될까요?

이것은 비교적 명확한 편입니다. 강물에 녹조가 보이면 수상스키나 낚시, 수영 등 친수활동은 하는 게 좋지 않습니다.

녹조 독성이 몸에 가장 빨리 영향을 미치는 통로는 에어로졸(액체 상태의 작은 입자) 형태로 인체에 흡수되는 겁니다. 코로 들어가 혈관을 통해 퍼지지요. 그런 점에서 물방울이 튀겨 분사되는 수상스키가 가장 위험하다고 볼 수 있겠네요.

미국에서는 친수활동과 관련한 녹조 독성에 대한 관심이 최근 커졌습니다. 주로 날씨가 따뜻한 남부지방을 중심으로 반려동물에 영향을 미친다는 뉴스도 자주 나오죠. 한국 정부 또한 이 사실을 모르고 있진 않은 듯 합니다. 환경부가 조류경보제를 운용하고 있거든요. 하지만 정작 녹조가 가장 심한 낙동강에서는 4곳에서만 운영하고, 그 지점 또한 사람들이 친수활동을 하는 곳과 동떨어져 있다는 게 문제입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녹조가 인체에 해롭다는 인식을 하는 사람이 많지 않아요.

녹조물로 농사지은 쌀은 먹어도 될까요?

환경운동연합이 지난 3월 낙동강 주변에서 재배한 쌀을 분석했더니, 1㎏당 최고 3.18㎍(마이크로그램, 1㎍=100만분의 1g)의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됐습니다. 이 쌀을 하루 300g 섭취한다고 가정했을 때, 0.954㎍의 마이크로시스틴을 먹는 셈이죠. 마이크로시스틴은 섭씨 300도 이상에서도 분해되지 않는다고 해요.

미국 캘리포니아주 환경보호국(EPA) 환경건강위험평가소(OEHHA)가 권고한 바로는 하루 0.384㎍가 제한치인데 0.954㎍은 이보다 2.48배나 높은 수치죠. 생식 독성 기준을 두고 있는 프랑스 식품환경노동위생안전청(ANSES)의 기준치보다는 15.9배 높습니다. 반면, 세계보건기구(WHO) 기준에 비춰보면, 그리 높지 않은 것으로 볼 수 있어요. 간 손상 기준이 2.4㎍(체중 60㎏ 성인)이니, 0.954㎍은 이 기준의 약 40% 수준인 거죠.

8월11일 부산 시민들의 식수 원수를 취수하는 경남 물금·매리 취수장 인근 낙동강이 녹조로 초록색을 띠고 있다. 연합뉴스
8월11일 부산 시민들의 식수 원수를 취수하는 경남 물금·매리 취수장 인근 낙동강이 녹조로 초록색을 띠고 있다. 연합뉴스

그러니까, 미국 캘리포니아주와 프랑스 기준에 비춰보면 위험하고, 세계보건기구 기준에 비춰보면 괜찮은 건데요. 왜 이렇게 기준이 판이하게 다를까요?

그 이유는 녹조에 대해 세계가 경각심을 가진 게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 우리가 녹조에 대해 아는 게 많지 않아 과학적 불확실성이 크다는 얘기죠. 최근 환경단체와 함께 낙동강 마이크로시스틴 검출 결과를 내놓고 있는 이승준 부경대 교수(식품영양학)의 말입니다.

“세계보건기구 기준은 비교적 과거에 나온 연구 자료를 토대로 만든 거예요. 반면에 프랑스나 미국 캘리포니아는 최신 연구를 토대로 하고 있죠. 그리고 간 독성뿐만 아니라 생식 독성까지 다루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어떨까요? 환경단체가 말하기 전까지, 우리는 농작물에 마이크로시스틴이 들어있는 줄도 몰랐습니다. 지난 31일 식약처는 저에게 이런 답변을 보내왔어요.

“마이크로시스틴에 대한 독성시험법을 확립하는 막바지 단계에 있습니다. 쌀·무·배추 등 3대 농작물에 대한 모니터링을 11월말까지 완료할 계획입니다.”

11월말이라고요? 너무 느긋하신 거 아닌가요?

그럼 수돗물은 마셔도 될까요?

수돗물에 대한 안전성에 대해선 환경단체와 환경부의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습니다.

환경단체는 부산, 대구, 창원, 김해 등 영남 전역 수돗물에서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된 이상 정부가 심각하게 들여다봐야 한다고 주장해요. 반면, 환경부는 8월 초와 8월 말 자체 정수장 조사 결과, 마이크로시스틴이 나오지 않았다며 불필요한 걱정은 필요없다는 입장이죠.

여기에는 ‘마이크로시스틴 검출법의 효과’에 대한 견해차가 크게 자리잡고 있습니다. 환경단체는 정밀효소면역측정법(ELISA)에 따른 측정기기(키트)를 사용했는데요. 이에 대해 환경부는 31일 미국 환경보호청(EPA)의 자료를 제시하면서, ‘ELISA 분석법에서 0.3㎍/ℓ 미만의 값은 신뢰도가 낮아 쓰지 않는 게 맞다’고 주장했죠.

환경단체가 발표한 수돗물의 마이크로시스틴 농도는 캘리포니아주 기준을 최대 5.83배 초과하긴 했지만, 모두 0.3㎍/ℓ 미만의 수치인 건 맞습니다. 하지만 검사를 진행한 이승준 교수는 “(같은 ELISA 분석법이라도) 어떤 측정 키트를 쓰는지와 실험자의 숙련도에 따라 한계가 달라진다”고 반박했죠. 그러면서, 이번 검사의 검출한계(0.016㎍/ℓ)와 정량한계(0.05㎍/ℓ)를 공개했습니다. 이 뜻은 △0.016㎍/ℓ 미만의 값은 쓰지 않고 △0.016∼0.05㎍/ℓ의 값은 검출 사실만 밝히고 △0.05㎍/ℓ 이상의 값은 수치를 쓸 수 있을 정도의 정확도를 갖췄다는 얘기예요. 즉, 미국 환경보호청이 쓰는 측정 키트보다 훨씬 민감도가 높은 키트라는 거죠.

반려동물이 녹조가 번성한 강물에 들어가지 말도록 경고하는 미국의 뉴스. <폭스뉴스> 갈무리
반려동물이 녹조가 번성한 강물에 들어가지 말도록 경고하는 미국의 뉴스. <폭스뉴스> 갈무리

최근 들어 녹조는 수질관리 차원이 아니라 공중보건 문제로 접근하는 추세입니다. 녹조에 의한 인체 독성이 점차 드러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미국에서 ‘녹조가 번성하는 면적이 1% 늘어나면, 비알콜성 간질환 사망률이 0.3% 늘어나는 경향을 보인다’는 2015년 논문은 이같은 관심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지요. 앞으로 연구 결과가 쌓이면, 녹조에 의한 인체 안전 기준치도 강화될 겁니다.

‘녹조라떼’라는 말이 나온 지 10년이 넘었습니다. 4대강 사업 이후 낙동강은 2018년 ‘최악의 녹조’를 경험한 이후 올해 또다시 최악의 상태를 보이고 있지요. 기후변화는 녹조 현상을 더 키울 겁니다. 그동안 정부는 무얼 하고 있었을까요? 이명박 정부에서 4대강 사업을 추진했던 관료들이 재등장한 이번 정부 들어, 감사원이 ‘지난 정부에서 수질항목을 조작했다’며 4대강 재자연화를 표적 삼는 게 한심하게 느껴집니다.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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