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배터리 ‘전주기 이력 관리’…폐배터리 순환자원으로 지정

경제규제혁신TF, 순환경제 활성화 방안 공개
폐플라스틱 열분해유 등 화학적 재활용 활성화

전기차 폐배터리는 2030년까지 42만개가 나올 것으로 예상돼, 재활용 체계의 구축이 시급하다. 전기차를 충전하는 모습. 연합뉴스

정부가 전기차 폐배터리를 순환자원으로 지정하고, 이에 대한 전주기 이력관리 체계를 전기차와 별도로 구축하기로 했다. 개인용 전기차 충전기를 플랫폼 기업을 통해 공유할 수 있도록 규제도 완화한다.

5일 정부는 경제규제혁신 태스크포스(TF) 회의에서 이런 내용을 포함한 ‘순환경제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전기차 배터리는 수명이 최대 20년으로, 2030년까지 42만개의 폐배터리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폐배터리를 땅에 묻으면 환경오염이 발생하기 때문에 이를 모바일 전원장치나 에너지전원장치(ESS) 등으로 만드는 실증 사업이 진행 중이다.

정부는 올해 말까지 자원순환기본법을 개정해 ‘순환자원 선인정제’를 도입해 전기차 폐배터리를 순환자원으로 인정하겠다고 밝혔다. 순환자원은 환경부 장관이 폐기물 가운데 건강과 환경에 무해하고 경제성 있는 것을 신청받아 사업장 단위로 지정하는데, 전기차 폐배터리처럼 일정 품목에 대해서는 선지정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또한, 정부는 자동차관리법을 개정해 전기차 등록 때 전기차 배터리를 별도로 등록해 ‘전주기 이력’을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이 제도를 시행하면 공공 데이터베이스에서 해당 배터리가 언제 생산됐고 언제 재활용됐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전기차와 독자적으로 전기차 배터리를 유통, 임대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업계가 중심이 돼 ‘사용후 배터리 통합관리체계와 지원방안’ 초안을 마련하도록 유도한 뒤, 이 초안을 바탕으로 정부안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전기차 산업 활성화를 위한 조처도 마련된다. 현재 개인용 전기차 충전기는 남에게 빌려주는 게 불가능했지만, 공유 플랫폼을 이용해 이를 다른 사람도 공유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또한, 전기차 충전소가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발전설비를 이용해 전기 충전과 판매를 허용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수소차 셀프충전소도 안전성 검증 후 설치를 추진하기로 했다.

정부는 폐플라스틱에서 뽑아내는 열분해유를 이용하는 산업도 활성화하기로 했다. 열분해유는 석유화학제품 원료인 나프타를 만드는 데 이용되는데, 현재 재활용 유형에 추가돼 입법예고된 상태다.

정부는 열분해유처럼 화학적으로 재활용된 플라스틱 제품 제조·수입업자에게 내년부터 폐기물 분담금을 감면하기로 했다. 또한, 플라스틱 열분해 재활용에 대해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EPR) 지원금 단가를 높인다고 밝혔다.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는 제품 생산자에게 재활용 의무를 부과하는 제도다.

기존에 한국형 녹색분류체계(K-택소노미)에 반영된 열분해유 말고도 다른 화학적 재활용 방식에 대해서도 이에 포함할 수 있을지 검토할 예정이다. 녹색분류체계는 온실가스 감축, 기후변화 적응, 자원순환 등 6대 환경목표에 기여하는 녹색경제활동 목록으로, 더 많은 민간, 공공자금이 투자되도록 정부가 지원하는 제도다.

남종영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