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지난해 불소계 온실가스 저감률은 전년대비 2%포인트가량 낮아진 것으로 파악됐다. 게티이미지뱅크
삼성전자가 반도체·디스플레이·전기전자 업종 온실가스 배출량 상위 5개 기업 가운데 2년 연속 ‘불소계 온실가스’ 저감률 최하위를 기록했다. 불소계 온실가스는 반도체 산업 공정과 에어컨·냉장고 냉매 등에 사용되는 물질로, 기후변화에 미치는 영향이 이산화탄소보다 크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환경부로부터 제출받은 ‘반도체·디스플레이·전기전자 업종 불소계 가스 사용량과 배출량’ 자료를 <한겨레>가 기후환경단체 ‘플랜1.5’와 분석해보니, 삼성전자의 지난해 불소계 온실가스 저감률은 71.1%로, 전년 73%보다 2%포인트가량 낮아진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삼성전자, 엘지(LG)디스플레이, 에스케이(SK)하이닉스, 삼성디스플레이, 엘지전자 등 5개 대기업의 ‘불소계 온실가스 배출량’(사용량 기준)은 반도체·디스플레이·전기전자 업종의 배출권거래제 대상 총 28개 업체가 배출한 양의 94%를 차지했다.
이들 기업 가운데 삼성전자의 배출량은 1295만톤으로 가장 많았다. 5개 대기업 배출량의 36.5%를 삼성전자가 단독으로 배출한 것이다. 반면, 저감률은 71.1%로 최하위를 기록했다. 업계 평균 저감률은 83.9%였다. 지난해 저감률은 엘지전자가 97.7%로 가장 높았고, 이어 삼성디스플레이(97%), 에스케이하이닉스(95.5%), 엘지디스플레이(82.7%) 순이었다. 삼성전자의 불소계 온실가스 저감률은 2017년 78.2%를 기록한 이후 2019년 전년 대비 1.5%포인트 소폭 오른 것을 제외하면, 지난해 71.1%에 이르기까지 하향 추세를 보이고 있다.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의 관리 대상 온실가스는 이산화탄소, 메탄, 아산화질소, 수소불화탄소(HFCs), 과불화탄소(PFCs), 육불화황(SF6) 등 여섯종류다. 이 가운데 수소불화탄소, 과불화탄소, 육불화황 3개는 모두 불소가 포함된 것으로 ‘불소계 온실가스’(F가스)로 불린다. 이 가스는 반도체·디스플레이 산업 공정과 냉매, 발포제 등에 사용된다. 불소계 온실가스는 이산화탄소에 견줘 지구온난화지수(GWP·온실가스가 기후변화에 미치는 영향을 수치화한 것)가 140~2만3900배에 이를 정도로 매우 높고, 대기 체류시간도 1천~5만년으로 매우 긴 특징을 갖고 있다.
앞서 삼성전자는 온실가스 저감률을 개선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지난해 10월5일 국회 환노위 국정감사에서, “(삼성전자가) 온실가스 저감 설비를 제대로 갖춘 것인지 의심스럽다”는 안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지적에, 국감 증인으로 출석한 박찬훈 삼성전자 글로벌인프라총괄 부사장은 “저감률이 저조한 것에 대해 송구하게 생각한다”며 “(저감시설) 설치를 확대하고 온실가스 저감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또 지난해 삼성전자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이 기업은 사업장별로 2009년부터 7개 설치라인에 14대의 온실가스 저감시설을 설치했고, 2021년부터 5개 설치라인에 10대의 추가 설치 공사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2023년 이후 경기 화성과 평택 사업장 등에 약 6천억원을 투입해 총 8개 설치라인에 40대의 통합처리시설을 추가로 설치해 불소계 온실가스 저감률을 2025년 94%, 2030년 99%로 끌어올리겠다는 중장기 목표도 세웠다. 그러나 삼성전자는 지난달 15일 ‘아르이(RE)100’ 가입을 선언하는 등 ‘신환경경영전략’을 발표했지만, 이때 불소계 온실가스 배출 저감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아르이100은 사용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하겠다는 것을 목표로 하는 국제 민간 캠페인이다.
삼성전자는 2년 연속 불소계 온실가스 저감률 최하위를 기록한 것과 관련해 “계획한 대로 온실가스 저감설비를 추가로 설치했고, 또한 설치하고 있다”며 “실제 가동까지 1년 정도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올해부터 온실가스 저감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앞으로도 저감률을 높일 수 있도록 관련 개선 계획을 세워놓은 상태”라고 말했다.
김규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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