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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환경

교토의정서, 과학적 절충 아닌 ‘정치적 타협’ 그친 기후대응

등록 2022-11-08 15:26수정 2022-11-10 16:51

[제27차 유엔기후변화총회]
기후협상 대표장면|①제3차 교토 총회(COP3)
1997년 12월11일 일본 교토 제3차 기후변화협약당사국회의(COP3)에서 교토의정서 채택을 알리는 데 사용됐던 의사봉. 위키미디어코먼스
1997년 12월11일 일본 교토 제3차 기후변화협약당사국회의(COP3)에서 교토의정서 채택을 알리는 데 사용됐던 의사봉. 위키미디어코먼스

1997년 12월 일본 교토에서 열린 제3차 기후변화협약당사국총회(COP3)는 1992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지구정상회의 이후 기후변화 대응과 관련해 가장 중요한 합의에 도달한 회의다. 2015년 타결된 파리기후협정으로 모든 국가가 기후변화 대응에 참여하는 새 기후체제가 지난해 출범하기 전까지 기후변화 대응은 3차 당사국총회에서 채택된 교토의정서에 따라 움직였다.

교토의정서는 선진국들에 처음으로 구체적인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할당하고, 이것을 달성하는 것을 강제성 있는 의무로 부여했다. 1992년 지구정상회의에서 채택된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도 선진국들에 200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1990년 수준으로 줄일 것을 규정했다. 하지만 이는 구속력이 없는 권고에 지나지 않았다.

교토의정서에 따라 계획경제에서 시장경제 체제로 전환하는 과정에 있는 동유럽 나라들을 포함한 38개 당사국이 의무 감축국이 됐다. 하지만 이렇게 각 선진국이 나눠 가진 감축 목표를 모두 더 하면, 2008~2012년 배출량을 기준연도인 1990년 대비 평균 5.2% 줄이는 것에 불과했다.

이는 의정서 채택을 위한 협상 과정에 기후변화 대응을 고려한 과학적 판단보다는 원칙 없는 정치적 타협이 우선한 결과였다. 교토 총회 초반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전·현직 의장들이 기자회견을 열어 “과학적인 의견을 좀 더 반영해 논의해 달라”고 촉구하기도 했으나, 협상에 아무 영향을 주지 못했다. 당시 그린피스와 세계야생기금 등 환경단체들은 협상 결과를 두고 “지구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채 철저히 정치적인 거래와 담합에 의해 이뤄진 협상”이라는 비판을 쏟아냈다.

감축 목표 설정을 두고 난항을 겪던 협상은 미국이 ‘2008~2012년 배출량을 1990년 수준까지 줄이는 것 이상의 감축은 어렵다’는 기존 입장에서 물러서며 타결의 실마리를 잡게 됐다. 미국 대표단은 회의 막바지 앨 고어 부통령이 다녀간 뒤 유연한 태도로 돌아서 1990년 대비 7% 감축 목표를 수용했다.

미국 클린턴 정부의 적극적인 교토의정서 참여는 ‘개도국에도 구속력 있는 감축 목표를 부여하지 않는 협정에는 참여하지 말라’는 미국 의회 결의와 충돌하는 것이었다. 이에 따라 클린턴 정부는 의회 비준을 미뤘고, 이어 등장한 부시 정부는 2001년 3월 교토의정서 불참을 공식화했다.

교토의정서는 채택 7년이 지난 2005년 2월16일 마침내 발효됐다. 비준을 미루던 러시아가 뒤늦게 비준국이 되면서다. 하지만 미국의 불참으로 나머지 나라의 감축 목표 이행 여부와 관계없이 교토의정서는 절반가량 실패한 상태에서 출발하게 됐다. 당시 미국의 의무감축 온실가스 배출량은 1990년 감축 의무국 전체 배출량의 36.1%에 이르렀다.

교토의정서는 감축 의무국들이 다른 나라의 배출권을 사서 감축 목표 달성에 활용할 수 있게 했다. 그렇게 하면 감축 목표를 지키면서도 실제 감축 목표 이상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것이 가능하다. 이 배출권은 다른 감축 의무국이 감축 노력을 통해 절약한 것일 수도 있지만, 할당을 많이 받아 남긴 것일 수도 있다. 후자는 감축 노력이 선행되지 않아 온난화를 가속화한다는 의미에서 ‘핫 에어(뜨거운 공기)’로 불린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등 시장경제 전환국들은 경제 활동이 위축돼 배출량이 1990년보다 줄어들었음에도 교토에서 1990년 배출량과 같거나 다소 적은 수준의 감축 목표를 챙겨 배출권을 여유 있게 확보했다. 이렇게 대량의 핫 에어를 발생시킨 것은 교토의정서의 태생적 한계로 꼽힌다. 핫 에어는 실제 일본을 비롯한 일부 감축 의무국들의 감축 목표 달성에 활용됐다.

김정수 선임기자 js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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