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2월12일 폴란드 카토비체에서 열린 제24차 유엔기후변화당사국총회(COP24)에서 연설하고 있는 그레타 툰베리. 유류브 갈무리
“25년 동안 수많은 사람이 유엔 기후회의에 참석해 세계 지도자들에게 탄소 배출을 멈출 것을 간청했지만 효과는 없었습니다. 그래서 나는 세계 지도자들에게 우리의 미래를 돌봐달라고 간청하지 않겠습니다. 대신 그들이 좋아하든 싫어하든 변화가 오고 있음을 알게 할 것입니다.”
2018년 12월4일 폴란드 카토비체에서 열리고 있는 제24차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4) 본회의장 연단에 오른 한 소녀가 당찬 목소리로 각국 정상과 어른들을 질타했다. 스웨덴에서 온 청소년 기후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였다.
당시 15살인 툰베리는 그해 8월 여름부터 금요일마다 스웨덴 국회의사당 앞에서 기후위기 대응을 촉구하는 금요일 등교거부 시위를 시작했다. 이 모습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언론을 통해 소개되며 순식간에 폭발적 관심을 불러일으켰고, 그를 190여개국의 대표단과 주요국 정상들이 참여하는 회의 연단에 세운 것이다. 툰베리는 그해 12일에도 기후정의네트워크 대표 자격으로 총회에 참석해 “당신들은 아이들을 사랑한다고 말하면서도 그들의 눈앞에서 그들의 미래를 훔쳐가고 있다. 정치적으로 가능한 것이 아니라 해야 할 일에 집중하기 전까지는 희망이 없다”며 정치 지도자와 어른들을 비판했다.
카토비체 총회에서의 이 연설은 툰베리를 세계 기후운동의 상징으로 떠오르게 해, 이듬해 노벨평화상 후보에 이름을 올리고 미국 주간지 <타임>의 올해의 인물로 선정되게 하는 계기가 됐다.
새기후체제의 설계도에 해당하는 파리협정은 파리 총회에서 채택된 지 11개월 만인 2016년 11월 발효됐다. 하지만 파리협정에 따른 새기후체제가 2021년부터 차질 없이 출발하기 위해서는 다시 합의해야 할 것이 많이 남아 있었다.
예를 들면 당사국들이 파리협정에 따라 5년마다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충실히 제출하려면 배출량 전망치(BAU), 절대량, 집약도(국내총생산 단위당 배출량) 등 당사국들이 제출할 감축 목표 기준별로 꼭 포함돼야 할 내용이 확정될 필요가 있다. 이에 따라 국제사회는 2016년 모로코 마라케시에서 열린 22차 당사국 총회에서 2018년을 이행규칙 타결의 마감시한으로 정하고 협상을 진행해 왔다.
카토비체 총회에서 당사국들은 파리협정 이행규칙인 ‘카토비체 패키지’에 합의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이 패키지 꾸러미에는 탄소시장 관련 이행규칙이 빠졌다. 탄소시장은 당사국들이 서로 협력해 온실가스를 감축하거나, 감축한 실적을 주고받아 자국의 감축 목표 달성에 활용할 수 있게 하는 메커니즘이다.
카토비체에서 당사국들은 탄소시장 거래금액 일부를 개도국 지원 자금으로 공제하는 문제, 온실가스 감축 실적의 이중계산 방지 방안 등의 쟁점에서 끝내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탄소시장 이행규칙 협상은 다음해 스페인 제25차 총회에서도 타결되지 못하고 한 해를 건너뛰어 지난해 영국 글래스고 제26차 총회에서 타결됐다.
김정수 선임기자
jsk21@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