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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환경

말잔치로 끝난 작년 기후총회…석탄도 온실가스도 되레 늘어

등록 2022-11-09 05:00수정 2022-11-09 13:45

7일(현지시간) 이집트 샤름 엘 셰이크에서 열린 27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회의(COP27) 개막 행사장 입구에서 환경운동가가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샤름 엘 셰이크/로이터 연합뉴스)
7일(현지시간) 이집트 샤름 엘 셰이크에서 열린 27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회의(COP27) 개막 행사장 입구에서 환경운동가가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샤름 엘 셰이크/로이터 연합뉴스)

“우리의 꿈과 희망은 지도자들의 미사여구와 ‘약속’에 잠겨 익사했습니다. 그들은 지난 30년 동안 ‘블라블라블라’(어쩌고저쩌고)만 늘어놓았습니다.”

스웨덴 출신의 청년 기후운동가인 그레타 툰베리는 지난해 9월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린 청소년기후행동 개막식에서 세계 지도자들이 30년 동안 ‘블라블라’만 했다고 비판했다.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행동하지 않고 말만 남발했다는 지적이다.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린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를 한달여 앞둔 시점이었다.

툰베리가 비판한 세계 정상들은 글래스고에서 한 약속을 잘 이행했을까? 당시 세계 정상들은 대담한 계획과 약속을 쏟아냈지만, 실제 지난 1년간 이행 실적은 지지부진하다고 <뉴욕 타임스>가 7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지난해 총회에서 주목받았던 협약 가운데 하나는 ‘탈석탄’ 관련 내용이다. 인도가 마지막에 표현 수정을 요구하면서 석탄발전 ‘중단’이 ‘감축’으로 후퇴했지만, 합의문에 석탄과 화석연료가 처음으로 언급됐기 때문이다. 협약에는 ‘탄소저감장치가 없는 석탄발전을 단계적으로 감축하고 비효율적인 화석연료 보조금을 단계적으로 중단하기 위한 노력을 가속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7일(현지시각) 이집트 샤름 엘 셰이크에서 열린 27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회의(COP27) 행사장 밖에서 유엔 회원국 국기들이 휘날리고 있다. 이날 100여개국 정상들이 모여 기후위기 대응책에 대해 논의했지만, 세계 10대 온실가스 배출국 가운데 9개국 정상이 행사에 불참하거나 뒤늦게 참가해 개발도상국 지원문제 논의는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샤름 엘 셰이크/AFP 연합뉴스)
7일(현지시각) 이집트 샤름 엘 셰이크에서 열린 27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회의(COP27) 행사장 밖에서 유엔 회원국 국기들이 휘날리고 있다. 이날 100여개국 정상들이 모여 기후위기 대응책에 대해 논의했지만, 세계 10대 온실가스 배출국 가운데 9개국 정상이 행사에 불참하거나 뒤늦게 참가해 개발도상국 지원문제 논의는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샤름 엘 셰이크/AFP 연합뉴스)

그러나 1년이 지난 현재, 석탄발전량은 ‘감축’되지 않고 있다. <블룸버그>는 지난 4일 “영국 에너지 싱크탱크 ‘엠버’ 자료를 보면, 지난해 9월부터 올해 8월까지 1년간 세계 석탄발전량이 전년 같은 기간보다 오히려 1% 증가한 것으로 추산됐다”고 보도했다. 올여름 가뭄으로 수력발전에 차질을 빚은 중국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로 러시아산 천연가스 공급이 막힌 유럽의 석탄 소비가 늘었기 때문이다.

각국은 지난해 총회에서 올해 말까지 더욱 강화된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제출하기로 했지만, 이 또한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지금까지 새로운 감축 계획을 유엔에 제출한 나라는 당사국 193개국 가운데 28개국에 불과하다. 온실가스 1위 배출국인 중국은 감축 목표를 새롭게 수정할지에 대해 아무 언급이 없고, 2위 배출국 미국도 2030년까지 2005년 수준의 절반으로 감축하겠다는 애초 계획을 고수하고 있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는 지구 온도 상승을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 미만으로 유지하려면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0년 대비 45% 이상 줄여야 한다고 권고한 바 있다. 2도 미만으로 하려면 25% 이상 줄여야 한다. 그러나 유엔기후변화협약 사무국이 지난달 발표한 ‘2022 엔디시 종합 보고서’를 보면, 전세계 국가가 지난 9월 기준으로 엔디시를 이행하더라도 온실가스 배출량은 2010년 수준보다 10.6% 증가할 것으로 예측됐다. 이행 목표가 느슨하기 때문이다.

부자 나라들이 가난한 나라들의 기후변화 대처를 돕기 위해 지원하겠다는 약속도 제대로 이행되지 않고 있다. 2010년 멕시코 칸쿤에서 개최된 제16차 총회에서 부자 나라들은 2020년까지 기후기금으로 해마다 1천억달러(138조원)를 조성해 가난한 나라를 돕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2020년 미국과 유럽연합, 세계은행 등이 조성한 기후기금은 모두 833억달러(115조원)에 그쳤으며, 이마저도 일부는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사업에 제대로 쓰였는지 확인이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산화탄소와 함께 온난화 2대 주범으로 꼽히는 메탄가스 감축 이행도 이제 막 걸음을 뗀 단계에 머물고 있다. 지난해 총회에서 100여개의 나라가 2030년까지 메탄가스를 30% 줄이겠다고 약속했으나, 실적은 미미하다. 메탄가스는 이산화탄소와 함께 기후 온난화의 2대 주범으로 꼽히는 물질로, 주로 가축사육과 매립, 석유·천연가스 생산 과정에서 나온다.

산림보존 약속도 말 잔치에 그칠 공산이 높아지고 있다. 130개가 넘는 나라가 지난해 글래스고에서 2030년까지 ‘산림훼손을 멈추겠다’고 약속했다. 여기에는 방대한 열대우림을 자랑하는 브라질과 인도네시아, 콩고민주공화국도 참여했다. 그러나 약속이행은 더디기만 하다. 2020년~2021년 사이에 전 세계 산림훼손은 6.3% 줄었지만, 이런 수치로는 각국이 제시한 감축 목표 달성을 보장할 수 없다. 약속한 2030년 목표치에 이르려면, 산림훼손 감소가 해마다 적어도 10%씩은 되어야 한다.

‘손실과 피해’ 기금 논의를 위한 글래스고 대화는 이번 27차 총회에서 관련 의제가 처음으로 공식 채택되면서 발전하게 됐다. ‘손실과 피해’란 해수면 상승, 홍수, 가뭄, 폭염 등 기후변화가 유발한 자연재해로 발생한 경제적 및 비경제적 손실을 의미한다. 개발도상국들은 그동안 값싼 화석연료를 이용해 경제발전을 이루면서 기후위기를 가져온 선진국이 기후변화 피해를 본 개도국에 보상하라고 30년 동안 요구해왔다. 지난해 26차 총회에서 2024년까지 결론을 열어놓는 ‘대화’ 수준의 합의를 했지만, 이번 총회에서 손실과 피해가 공식 의제로 채택되면서 논의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기민도 기자 key@hani.co.kr, 박병수 선임기자 su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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