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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환경

‘기후변화 고통’ 개도국 지원…첫걸음 떼는 데 그쳤다

등록 2022-11-20 19:47수정 2022-11-20 20:35

[제27차 유엔기후변화총회]
제27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7) 의장인 사미흐 슈크리 이집트 외교장관이 20일(현지시각) 이집트 샤름엘셰이크에서 열린 폐회 총회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샤름엘셰이크/AP 연합뉴스
제27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7) 의장인 사미흐 슈크리 이집트 외교장관이 20일(현지시각) 이집트 샤름엘셰이크에서 열린 폐회 총회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샤름엘셰이크/AP 연합뉴스

국제사회가 기후변화로 고통받는 개발도상국의 ‘손실과 피해’를 지원하기 위해 별도의 기금을 마련하기로 제27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7)에서 합의했다. 30년 동안 국제 기후협상에서 주목받지 못해온 개도국의 기후재난 피해와 관련한 지원 문제를 해소할 발판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역사적 합의’라는 평가가 나오지만, 재원 마련 방안이나 지원 규모·대상, 기금 운용 방식 등 구체적 내용에 대해서는 합의를 이루지 못해, 앞으로도 이 문제를 둘러싼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사미흐 슈크리 이집트 외교장관은 20일 새벽 4시(이하 현지시각) 이집트 샤름엘셰이크에서 열린 이번 총회에서 개도국에 대한 ‘손실과 피해’ 기금 조성 등을 담은 총회 결정문을 발표했다고 <가디언> 등 외신이 보도했다. 선진국이 경제성장 과정에서 주로 야기한 기후변화로 재난 피해가 집중된 개도국에 기금을 지원하기로 뜻을 모은 것이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정의를 향한 중요한 첫걸음”이라고 평가했다. 올해 홍수로 1700여명이 숨진 파키스탄의 셰리 레만 기후장관도 “이번 발표는 기후재난으로부터 살아남기 위해 싸우고 있는 전세계 취약한 지역 사회에 희망을 준다”고 했다.

당사국 합의문에 사상 처음으로 개도국의 ‘손실과 피해’ 지원 기금이 명시됐지만, 합의를 이루기까지는 순탄치 않았다. 이번 총회는 애초 18일 폐막할 예정이었으나, 당사국 간 의견이 맞서면서 이날 새벽까지 연장 협상을 벌인 끝에 극적으로 합의문을 채택했다.

문제는 넘어야 할 산이 여전히 적지 않다는 점이다. 개도국 지원을 위한 기금 마련에는 큰 틀에서 합의를 이뤘지만, 구체적인 사항에 대한 논쟁적인 결정은 내년 당사국총회로 미뤄뒀기 때문이다. 어떤 피해를 어느 시점부터 지원할지, 누가 어떤 방식으로 기금을 부담할지 등을 두고 선진국과 개도국의 갈등이 또다시 불거질 수밖에 없다.

그동안 미국 등 선진국들은 수조달러의 법적 책임을 지게 될 것이라는 우려 때문에 오랫동안 손실피해 기금 구상을 반대해왔다.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 고위 관계자는 “(개도국의) 손실과 피해를 지원하기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초점을 맞출 것”이라면서도 “기금은 (온실가스를 배출한 선진국의 역사적) 책임이나 (법적인) 보상을 포함하지 않는다”고 <시엔엔>(CNN)에 말했다. 이번 기금 조성 합의가 온실가스의 역사적 배출 책임에서 비롯된 개도국에 대한 ‘보상’이 아니라, 인도적 차원의 ‘지원’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이번 총회에서는 2015년 파리기후협정에서 언급된 ‘산업화 이전 대비 지구 온도 상승 폭 1.5도 제한’ 목표와 지난해 글래스고 총회에서 합의한 ‘석탄화력발전의 단계적 축소’ 목표도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프란스 티메르만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부위원장은 “주요 온실가스 배출국의 배출가스 저감을 위한 충분한 노력이 담기지 않았다. 더 많은 것을 이뤄냈어야 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헌석 에너지정의행동 정책위원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개도국 입장에서는 기금 만든 것에 의미를 부여할 수 있지만, 현재 (2009년에 합의한 기후기금) 1천억달러도 선진국이 안 내는 상황에서 잘됐다고 평가하기는 쉽지 않다”며 “석탄 외 화석연료 감축도 진전되지 못했고, 협상 과정에서 일부 국가가 지구 온도 상승 폭 1.5도 제한을 완화하자는 이야기까지 나오면서 더 어려운 상황으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기민도 기자 key@hani.co.kr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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