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가 세계 18개 자동차 제조업체의 기후·인권 대응 순위에서 하위권을 차지했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이번 조사는 기후위기 시대를 맞아 자동차 제조업체가 기후, 환경, 인권 측면에서 책임 있는 전환의 주체가 되도록 독려하는 세계 동시 캠페인 ‘리드 더 차지’(Lead the Charge, 선봉을 이끌다)의 출범을 맞아 공개됐다.
한국의 기후솔루션을 비롯해 미국 선라이즈 프로젝트 등 세계 각국의 기후와 인권 단체 연대체 11곳이 함께 만든 이 캠페인은 7일 세계 18개 대표 자동차 제조업체의 기후·인권 대응 순위를 분석한 업계 리더보드를 발표했다.
이번 분석은 각 제조업체가 제공하는 공개된 자료를 바탕으로 진행됐다. 리드 더 차지는 △각 제조사가 자사의 제조 공급망 전반에서 얼마나 공정한지(각 지역 원주민·노동자·지역 공동체를 얼마나 존중하는지) △지속 가능한지(환경과 인간의 건강 영향에 피해를 줄이고 생물 다양성을 지키는지) △탈 화석연료를 지키는지(화석연료를 사용하지 않는 공급원을 이용해 100% 전기로 생산하는지 여부) 등에 대해 평가했다.
전 세계 18개 자동차 제조업체의 기후 및 환경 영향 평가와 인권 및 책임성 평가의 종합점수. 기후솔루션 제공.
이에 따른 분석 결과를 보면, 현대자동차는 100점 만점 기준 11점으로 전체 11위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아자동차는 6점으로 14위에 머물렀다. 리더보드 보고서는 “세계 3위의 자동차 제조업체이자 전기차 시장 점유율을 높여가고 있는 현대-기아차는 지속 가능한 원재료 확보를 하고 있긴 하지만, 큰 그림에서 기회를 놓치고 있다”고 평가했다. 또한 보고서는 세부적인 문제점으로 “협력업체와 미국 내 자회사의 아동 노동 문제(현대차), 국내 철강 제조 과정에서 발생하는 대기오염 등”을 지적했다.
리더보드 1위는 37점을 기록한 독일의 메르세데스(Mercedes)가 차지했다. 33점으로 2위에 오른 미국의 포드(Ford)는 자사와 협력업체 전반의 노동자 인권 분야에서 뛰어난 성적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3위(31점)인 볼보(Volvo)는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청정 철강 및 알루미늄 분야에서 선두를 달린 것으로 분석됐다. 반면 기후 대응의 선두 주자로 알려진 테슬라(Tesla·9위)와 일본 도요타(Toyota·13위) 등은 경쟁 업체보다 뒤처져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분석을 이끈 유럽의 교통 분야 전문 기후 단체인 트랜스포트·인바이런먼트의 줄리아 피올리스카노바 수석 이사는 “진정 ‘깨끗한 자동차’(클린 카)로의 전환은 배기관을 없애는 데 있는 게 아니라 그와 함께 지속돼 왔던 더럽고 학대가 만연한 공급망을 버리는 것을 의미한다”고 강조했다.
송애나 기후솔루션 철강 부문 연구원은 “자동차 제조업체는 글로벌 공급망에서 막대한 영향력과 구매력을 행사하고 있다”며 “이제 이러한 영향력을 활용해 철강, 알루미늄 및 배터리 산업을 화석연료에서 벗어나 노동자, 지역 주민 및 지역 사회에 도움이 되도록 전환하는 데 힘을 써야 할 때”라고 말했다.
기민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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