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흔히 보기 힘든 파랑새가 서대문구 소재 건물 유리창에 부딪혀 떨어져 있다. 2023년 2월3일 관찰 기록. 녹색연합/네이처링 제공
서울시 3개 자치구를 제외한 대부분 자치구가 조류충돌 저감 조처를 시행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녹색연합은 12일 “서울시 25개 구청을 대상으로 유리창의 조류충돌 저감 조처 관련 설문을 진행한 결과, 대부분의 자치구가 저감조치를 시행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향후 계획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녹색연합의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구로∙금천∙노원구 등 3개 구만이 조류충돌 저감 조처를 시행했다. 구로구는 지난해 방음벽 12곳과 공공건축물 2곳, 유리 난간 1곳에 조류충돌 방지 스티커를 붙였다. 금천구는 방음벽 1곳에 저감 조처를 시행했고, 노원구는 화랑대 철도공원 카페, 상계근린공원 방음벽 등에 같은 조처를 시행했다.
반면,
설문에 응답하지 않은 15곳(강남∙강북∙강서∙관악∙도봉∙마포∙서대문∙서초∙성동∙성북∙송파∙양천∙영등포∙은평∙중구)을 포함해 서울시 자치구 대부분이 저감조치를 시행한 적이 없었고 앞으로도 계획이 없다고 밝힌 것으로 드러났다.
녹색연합에 따르면, 동작구는 “고가도로 등을 접하지 않고 구 내부에 조류 충돌 확률이 높은 인공구조물이 많지 않아 저감 조처 사업을 계획하지 않”고 있다고 답했으며, 용산구는 “조류 피해 민원 접수가 없으며, 대도시권에는 필요 없다고 판단”한다고 답했다.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야생생물 2급인 새매가 동작구 소재 방음벽에 부딪혀 죽어 있다. 2021년 7월28일 기록. 녹색연합/네이처링 제공
하지만, 자연관찰 플랫폼인 ‘네이처링’ 내 ‘야생조류 유리창 충돌조사’ 미션에 기록된 데이터를 보면, 2017년 4월부터 2023년 4월까지 서울 시내 유리창 새 충돌사고만 해도 2558건에 이른다.
피해 조류는 도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비둘기나 참새뿐 아니라 천연기념물인 솔부엉이, 소쩍새, 멸종위기생물 2급인 새매, 참매 등이 있었다. 이 밖에도 호랑지빠귀, 붉은머리오목눈이, 노랑딱새, 멧도요, 벙어리뻐꾸기, 흰눈썹황금새, 오색딱따구리, 파랑새 등 피해 조류는 매우 다양했다고 녹색연합은 덧붙였다.
녹색연합은 “조류충돌 문제에 관심 있는 시민들이 각지에서 발생한 사고를 기록하여 모은 데이터이기 때문에, 실제 충돌 건수는 훨씬 많을 것”이라고 밝혔다. 환경부와 국립생태원이 2018년에 발표한 ‘인공구조물에 의한 야생조류 폐사방지 대책 수립’ 보고서를 보면, 우리나라에서 일년에 약 800만마리, 하루 평균 약 2만여마리의 새가 투명 유리창 등에 부딪혀 목숨을 잃는다.
앞으로 공공기관은 지난 11일부터 개정안이 시행된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건축물, 방음벽, 수로 등 인공구조물에 의한 야생동물 충돌⋅추락 피해가 최소화될 수 있도록 저감조치를 시행하고 관리해야 한다.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