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오후 전날 밤부터 배수장 인근 지천 제방 붕괴로 물이 범람하며 충남 청양군 청남면 일대가 물에 잠겼다. 사진은 물에 잠긴 다리와 주택. 연합뉴스
주말을 포함해 지난 닷새간 전국에서 하룻동안 가장 많은 비가 내린 지역은 ‘전북 익산’이다. 이곳에선 지난 13일부터 17일 오전 6시까지 하루 평균 388㎜의 비가 내렸다. ‘물폭탄’에 비견됐던 지난해 수도권 집중호우 때 서울(381.5㎜)에서 내린 비의 양을 넘어선 수준이다.
기상청은 17일 올여름 장마가 시작된 지난달 25일부터 지난 16일까지 전국에 511.7㎜(누적 강수량)의 비가 내렸다고 밝혔다. 1973년 기상관측을 본격 시작한 이래, 같은 기간 동안 내린 비(평년 248.4㎜) 가운데 최고치 기록이다. 주말 사이 비 피해가 집중됐던 충청권(654.4㎜)과 전라권(614.4㎜), 경상권(481㎜)도 이 기간 동안 누적 강수량 역대 1위를 기록했다. 이런 기세라면, 전국에 가장 많은 비가 내렸던 ‘2020년 장마’ 때 기록(강수일수 28.5일, 강수량 696㎜)을 깨는 것도 시간 문제인 것으로 보인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지난 13일부터 이날 오전 6시까지 강수량을 집계한 결과, 경남권을 제외한 전국에서 300㎜ 이상이 기록됐다. 이 기간 동안, 충청·전북·경북 내륙·제주 산지에는 300~570㎜ , 수도권·강원 내륙·강원 산지·전남·경남·제주에는 100~390㎜ 등의 비가 내렸다.
큰 비로 인명 피해 등을 불러왔던 2011년 우면산 산사태(7월26~28일)와 지난해 수도권 집중호우(8월8~9일), 지난해 가을 태풍 ‘힌남노’(9월4~6일) 당시 경상권과 제주권에서만 300㎜를 넘는 강수량이 기록된 것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누적 강수량 ‘분포’로 본다라면 오히려 앞선 3개의 사례보다 더 많은 강수량이 기록된 상황이고, 그 폭도 전국에 걸쳐 있다고 할 수 있는 상황이다.
다만 최다 시간당 강수량을 비교해보면, 앞선 세 사례가 더욱 강력하다. 지난해 수도권 집중 호우 당시 서울에서 시간당 141.5㎜의 폭우가 집중되는 등 앞선 세 집중호우 사례에서 모두 시간당 110㎜ 이상의 폭우가 쏟아졌다. 반면, 이번에는 전남 광양시의 73.6㎜가 최대치로 기록됐다.
박정민 기상청 예보 분석관은 이와 관련 “(과거 세 사례의 경우) 대기 불안정 때문에 단시간 강수가 집중됐다면, 이번에는 두 개의 큰 기단 사이에 형성된 경계면이 계속해서 우리나라 쪽에 유지된 데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이 비는 언제까지 계속될까.
기상청은 이날 브리핑에서 “18일부터 19일 새벽까지는 정체전선에 더해 저기압까지 우리나라에 영향을 주고, 이후 19일 아침부터 정체전선과 저기압 영향권에서 벗어나기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충청과 남부 지방과 남해안 일대에 18~19일 또다시 최고 300~400㎜에 달하는 폭우가 쏟아지는 등 우리나라가 정체전선과 저기압 영향권에서 벗어나기 시작하는 19일 아침까지는 ‘많고 강한 비’가 이어질 것이라는 얘기다.
정체전선은 20~21일 강약을 반복하며 제주도나 제주도 남부 해상에 머물것으로 보인다. 22일 이후 또다시 정체전선 영향권 내에 들 가능성이 커, 흐리고 비 오는 날은 한동안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신소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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