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네스코가 기후변화와 과잉관광(오버투어리즘) 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이탈리아의 수상 도시 베네치아를 ‘위험에 처한 세계문화유산’ 목록에 올려야 한다고 권고했다.
유네스코는 31일(현지시각) “기후변화와 많은 관광객의 영향으로 도시와 건축물이 손상되고, 유산의 문화적 가치가 위협받고 있다”며 이렇게 밝혔다고 로이터 통신 등이 보도했다.
120여개의 섬과 177개의 운하로 이뤄진 수상 도시인 베네치아는 최근 기상이변으로 지속적인 문제를 겪어왔다. 지난달 중순 이탈리아 전역이 ‘지옥 주간’이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강한 폭염에 시달린 가운데, 베네치아의 기온도 38도까지 치솟았다. 문화재가 폭염에 빈번하게 노출되면서 화재 등 2차 위험에 놓일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베네치아는 지난 2월에는 곤돌라와 수상택시 등이 운하를 통과할 수 없을 정도의 심한 가뭄을 겪기도 했다.
베네치아는 또 기후변화로 인해 해수면이 높아질 경우, 심각한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큰 대표적 도시로 꼽히기도 한다. 독일 뮌헨에 본부를 둔 유럽지구과학연합(EGU)은 2021년 발표한 ‘베네치아 해수면 상승의 과거 및 미래 추세’ 보고서에서, 지구 평균 기온이 산업화 이전과 비교해 2도 이상 오르지 않더라도, 2100년쯤 베네치아의 해수면이 32㎝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해수면이 높아지면 폭풍과 파도의 최저수위도 높아지기 때문에 홍수의 강도와 빈도가 증가할 수 있다.
유네스코는 오는 9월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열리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 제45차 회의에서 베네치아를 위험에 처한 세계문화유산 목록에 추가할지 여부를 의제로 택해 논의할 전망이다.
신소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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