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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환경

2025년부터 개인도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미봉책에 불과”

등록 2023-09-20 17:44수정 2023-09-20 18:03

정부, 배출권 가격 정상화 방안 마련
기후환경단체 “산업계 눈치 보기” 비판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역대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온실가스 배출권 가격을 정상화하기 위해 정부가 활성화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정부는 온실가스 배출권 상장지수펀드(ETF) 등 금융상품을 도입하고 2025년에 선물시장을 만들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정부는 2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제18차 배출권할당위원회를 열고 이런 내용의 배출권 거래 시장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배출권 거래제는 일정량 이상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사업장에 배출권을 할당한 뒤, 그만큼 온실가스를 배출할 수 있게 하고, 배출량을 줄여 남은 배출권은 거래할 수 있도록 하는 시장 원리가 적용된 온실가스 감축 방안이다.

그러나 국내 배출권 거래 시장은 거래량이 적고, 가격 변동성은 주식시장 대비 4배 정도 높아 제 기능을 못 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았다. 특히 지난 7월24일에는 배출권 가격이 1t에 7020원까지 떨어지며 가장 높았던 때(2019년 12월 4만950원)의 5분에 1에도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 나타났다. 배출권 가격이 낮으면 기업은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기보다 값싼 배출권을 사서 온실가스를 배출할 수 있기에 제도의 실효성이 떨어진다.

이에 정부가 △상품 다양화 △참여자 확대 △거래기반 강화 △시장 안정화 등 4대 개선방안을 내놓은 것이다.

우선 상품 다양화 방안에 ETF와 상장지수증권(ETN) 출시를 내년부터 허용하는 계획이 담겼다. ETF와 ETN은 각각 자산운용사와 증권사의 간접투자상품으로, 누구나 배출권 시장에 참가할 수 있게 문을 넓힌다는 취지다. 또한 정부는 2025년에 배출권 선물시장도 도입할 계획이다. 선물시장이 도입되면 시장 참가자들은 배출권 가격 등락에 따른 위험을 회피할 수 있고, 가격 변동성이 줄어드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정부는 참여자 확대 방안으로 배출권 위탁거래(중개업)를 도입하기로 했다. 배출권 위탁거래는 기업이 증권사 등에 배출권 거래를 맡길 수 있도록 허용하는 제도다. 배출권 거래 절차가 복잡해 거래를 꺼리는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다.

현재 위탁거래를 위한 배출권거래법 개정안은 국회 상임위에 계류 중이다. 정부는 증권사를 시작으로 금융기관(자산운용사 등)의 거래를 우선 허용하고, 시장 여건에 따라 2025년부터는 개인에게도 위탁거래를 허용할 방침이다.

정부는 위탁거래 시행에 앞서 금융시장과 비슷한 수준의 감독체계를 구축하고 관련 교육을 강화하는 거래기반 강화 방안도 내놨다. 증권사의 배출권 보유에 대한 위험도 평가 값을 유사한 금융상품과 같은 수준으로 할 계획이다.

시장 안정화 조치에는 배출권 이월제한 기준 완화 등이 담겼다. 정부는 기업이 외부에서 달성한 탄소 배출량 감축 실적을 ‘상쇄배출권’으로 전환해야 하는 기간을 2년에서 5년으로 연장하기로 했다. 배출권 이월 한도는 ‘순매도량만큼’에서 ‘순매도량 3배’로 늘어난다. 배출권을 사야 했던 업체는 초과 매수한 경우 전량을 이월할 수 있게 됐다. 기업들이 이월이 어려운 배출권을 내다 팔면서 가격이 요동치는 일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이에 김용건 한국환경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배출권 거래를 활성화하는 측면에서 이번 방안이 의미는 있지만, 온실가스 감축이라는 큰 목표를 봤을 때 중요한 것은 시장에 대한 신뢰를 확보하는 것”이라며 “우리나라는 정부의 시장 안정화 조치에 대한 부분이 구체적이지 않고 모호해서 정부가 뭘 할지를 사실 알 수가 없다. 그런 부분이 좀 더 개선될 필요가 있다”고 평가했다.

기후·환경단체는 “단순히 단기 거래량 확대를 위한 미봉책에 불과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플랜 1.5’는 이날 논평을 내어 “현재 배출권 거래시장에서 배출권 가격이 폭락하고, 거래량이 낮은 근본적인 이유는 기업들의 배출량 대비 배출허용 총량이 너무 느슨하게 설정돼 있어서, 배출권 구매에 대한 기업들이 수요가 창출되지 않기 때문”이라며 “배출허용 총량을 축소하는 것이 아닌 참여자 확대 및 이월 제한 등 미봉책에 불과한 조치만 시행하는 것은 산업계 눈치 보기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기민도 기자, 김정수 선임기자 ke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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