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전문가 “효과 봤다…뿌리깊은 나무도 심어야” 조언
강원도 평창 지역 수해현장을 걸어서 둘러본 한·일 전문가들은 2002년 태풍 ‘루사’, 2003년 태풍 ‘매미’에 이어 올해 7월 발생한 초대형 산사태의 원인과 대책에 대체로 의견을 같이했다.
이들은 우선 암반 위에 얹혀 있는 찰기 없는 화강풍화토(마사토)가 대형 산사태의 가장 큰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토심이 얕은 화강풍화토양에 장마와 태풍에 의한 집중호우가 계속돼 무게를 이기지 못한 땅이 암반과 분리되면서 엄청난 토사와 바위, 아름드리 나무를 산 아래로 쏟아냈다는 것이다. 당시 주민들이 “나무가 서서 쓸려왔다”고 말한 것이 바로 이런 경우다.
구리하라 준이치 연구원은 “상류에 사방댐을 설치한 뒤 하류 지역은 다리의 교각 간격과 강폭을 넓히고 제방을 높이 보강하면 통수 능력이 좋아져 수해가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진단했다.
사방댐을 설치할 때 계곡 최상류부터 슬릿댐(바위 유출 방지)→버트레스댐(통나무 〃 )→저사댐(토사 〃 )을 3개 1조로 차례로 설치하면 웬만한 산사태는 막아준다고 일본 전문가들은 말했다.
하시노키 도시히로 기술과장 대리는 “과거 일본에서도 산사태로 바위가 많이 쏟아졌지만 사방댐을 많이 늘린 뒤로는 바위 유입량이 크게 줄었다”고 설명했다.
평창 지역 고랭지 밭의 토사 유출도 수해를 가중시키는 요인으로 지적됐다.
보통 3년에 한 번 객토를 하는 고랭지 채소밭 가운데 여러차례 새로운 흙을 부은 지역은 원래 밭 위에 1m에 이르는 객토 흙이 얹혀 있는 상태다. 폭우 때 객토 흙은 도랑을 타고 하천으로 쏟아져 강바닥이 높아지게 하고 하천이 범람해 엄청난 침수 피해를 불러오게 된다.
산간에 심은 일부 나무도 뿌리가 얕아 산사태의 원인이 되고 있다. 50년생 나무를 기준으로 떡갈나무 뿌리는 4m30㎝에 이르지만 잣나무와 낙엽송은 각각 2m, 2m30㎝에 불과하다. 특히 낙엽송은 1970년대 들어 치산녹화사업을 하면서 속성수로 많이 심었다. 하지만 뿌리가 얕아 폭우와 강풍에 쓰러진 뒤 하천으로 떠내려와 교각에 걸리면서 다리를 무너뜨리고 있다.
간벌 등의 숲가꾸기 사업을 하지 않은 산림도 산사태 위험을 높이는 요인으로 진단됐다. 숲의 ‘울폐도’(햇빛이 차단되는 정도)가 40~70%일 경우 나무의 생장이 가장 촉진되고 뿌리가 발달해 산사태를 줄여준다. 간벌이 필요한 이유다. 하천변 등 재해위험 지구 주민들의 안전지대 집단이주도 피해 예방에 중요한 요소다. 그러나 사유재산 침해에다, 정든 고향을 떠나지 않으려는 주민들의 반발, 집단이주 대책에 필요한 재원 마련의 어려움 등으로 해결이 쉽지 않다. 구리하라 연구원은 “주민들이 이주를 거부하는 일이 많기 때문에 일본에서는 재해를 당한 지역에 집을 다시 못 짓게 하거나 재해에 견딜 정도로 튼튼하게 짓도록 하고 있다”며 “계속 살기를 원하는 주민들을 위해 사전에 대피교육을 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평창/김종화 기자 kimjh@hani.co.kr
*화강풍화토란? 화강암이 오랜 세월 바람에 풍화돼 잘게 부서진 흙으로, 일반적으로 일본어인 ‘마사토’로 많이 사용되고 있다.
간벌 등의 숲가꾸기 사업을 하지 않은 산림도 산사태 위험을 높이는 요인으로 진단됐다. 숲의 ‘울폐도’(햇빛이 차단되는 정도)가 40~70%일 경우 나무의 생장이 가장 촉진되고 뿌리가 발달해 산사태를 줄여준다. 간벌이 필요한 이유다. 하천변 등 재해위험 지구 주민들의 안전지대 집단이주도 피해 예방에 중요한 요소다. 그러나 사유재산 침해에다, 정든 고향을 떠나지 않으려는 주민들의 반발, 집단이주 대책에 필요한 재원 마련의 어려움 등으로 해결이 쉽지 않다. 구리하라 연구원은 “주민들이 이주를 거부하는 일이 많기 때문에 일본에서는 재해를 당한 지역에 집을 다시 못 짓게 하거나 재해에 견딜 정도로 튼튼하게 짓도록 하고 있다”며 “계속 살기를 원하는 주민들을 위해 사전에 대피교육을 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평창/김종화 기자 kimjh@hani.co.kr
*화강풍화토란? 화강암이 오랜 세월 바람에 풍화돼 잘게 부서진 흙으로, 일반적으로 일본어인 ‘마사토’로 많이 사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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