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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① 아물지 않은 상처-평창

등록 2006-08-30 18:44수정 2006-09-19 16:06

강원도 평창군 용평면 도사리 도사천 옆에 둑을 쌓고 지은 집 다섯 채가 지난 큰물 피해 때 송두리째 떠내려가 집터만 남아 있다. 산림청 헬기/이종근 기자 <A href="mailto:root2@hani.co.kr">root2@hani.co.kr</A>
강원도 평창군 용평면 도사리 도사천 옆에 둑을 쌓고 지은 집 다섯 채가 지난 큰물 피해 때 송두리째 떠내려가 집터만 남아 있다. 산림청 헬기/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한·일 전문가 수해현장 입체진단
제1부 다시 찾은 강원 수해현장
산마다 찰기없는 흙, 꼭대기부터 ‘와르르’
지난 28일 산림청 헬기를 타고 둘러본 강원도 평창 지역은 산사태가 난 지 한달 보름이 지났지만, 대부분 산에 손톱으로 할퀴어놓은 형상이 그대로 남아 그날의 상처를 뚜렷이 보여주고 있었다. 전날부터 오락가락하던 비와 안개로 이륙이 지연되던 헬기는 28일 점심때가 지나서야 진부면 체육공원을 먼지와 굉음으로 뒤덮으면서 이륙했다. 헬기는 곧바로 평창군에서도 가장 피해가 컸던 진부면과 용평면 등을 중심으로 1시간 가까이 현장 상공을 비행했다.

구리하라 준이치 수석연구원은 “위에서 내려다보니 좁고 얇은 산사태 자국이 보였는데 전형적인 화강암 지역의 산사태 유형으로 일본에서도 자주 일어나는 형태”라며 “단위면적당 개수가 많은 것을 보니 비가 상당히 많이 왔음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높은 산은 물론이려니와 야산도 곳곳이 무너졌다. 보이는 곳뿐만 아니라 숲으로 가려진 나무그늘 속도 자세히 들여다보니 사태의 흔적이 역력했다. 붉은 흙이 드러났고 토사의 힘을 이기지 못하고 쓰러진 나무들도 어렴풋이 보인다. 구리하라 연구원은 “사면의 밭이 산의 경사를 그대로 가지고 있는데 비가 오면 토사가 휩쓸려 나오기 쉽다”며 “일본의 경우는 계단식으로 만들어 토사 유실을 방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그것이 사태의 원인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동승한 두 나라 전문가들은 한결같이 산꼭대기부터 산사태가 시작된 점을 특징으로 꼽았다. 대체로 산사태는 산에 내린 비가 모여 물길을 이루는 중턱에서 시작되는 점을 고려할 때 새로운 현상이었다. 이승호 교수는 “노년기 지형이어서 그런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구리하라 연구원은 일본의 산사태와 달리 수많은 곳에서 동시에 일어난 것이 특이하다고 지적했다.

진부면 마평리 지역에서는 오래된 임도를 따라 사태가 이어진 곳이 눈에 띄었다. 하시노키 도시히로 기술과장 대리는 그러나 “임도만 산사태가 났다면 설득력이 있지만 다른 곳에서 더 많이 난 것을 보면 임도가 사태의 원인이 됐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별로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사태의 깊이를 볼 때 뿌리가 깊은 다른 나무를 심었다 해도 이런 폭우에는 사태를 막을 수는 없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부 산사태 지역에서는 말발굽 모양이 여러 곳에서 눈에 띄었다. 산사태에서 비롯돼 흙과 돌이 흘러내리는 토석류는 산골짜기, 밭의 흙 등 약한 지표면의 흙을 긁어모아 하천으로 밀려들면서 하천과 경작지의 경계를 허물었다. 하시노키 대리는 “화강암 지역의 산사태는 세립토가 강 먼 곳까지 이르러 퇴적되고 피해를 남긴다”고 설명했다.

쌍굴이 뚜렷이 보이는 영동고속도로는 지난날의 상처를 잊은 듯 차량들이 쌩쌩 달리고 있다. 그러나 대규모 산사태가 발생했던 평창휴게소 부근 물길은 둑이 여러 곳에서 무너진 흔적이 남아 있다. 마대로 쌓은 임시둑, 삽차로 급히 쌓은 제방이 채 제 모습을 갖추지도 못했다. 구리하라 연구원은 “토사가 유입돼 강바닥이 너무 높아진 것을 유의해야 한다”며 “이런 비가 다시 올 수 있기 때문에 큰 피해가 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헬기는 강원도에서 가장 많은 인명피해를 낸 설악산의 한계령과 인근 인제 지역으로 가기 위해 기수를 돌리려 했으나, 국방부가 을지훈련을 이유로 불허하는 바람에 그 이상의 비행은 포기해야 했다.


평창/김학준 기자 kimh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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