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중부 나가노현 하쿠바 시내 집들이 몰린 골짝 상류에 설치된 사방댐. 보통 때 물은 댐 밑과 가운데 뚫린 구멍으로 흐르고, 산사태나 큰물이 났을 때는 돌과 나무둥치들이 댐에 걸려 피해를 줄여준다. 하쿠바/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한·일 전문가 수해현장 입체진단
제2부 ‘방재 선진국’ 일본을 가다
제2부 ‘방재 선진국’ 일본을 가다
95년 산사태 덮친 나가노 주니사와 계곡
13호 태풍 ‘산산’이 큰 영향을 주지 않고 한반도를 스쳐갔으나, 일본 열도는 많은 인명과 재산 피해를 봤다. 일본은 태풍·홍수·지진·화산 활동이 잦은 탓에 ‘재해 왕국’이란 이름까지 붙어다니지만 재해를 극복하려는 일본의 노력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여서 ‘방재 선진국’이라는 찬사도 함께 듣는다.
지난 8월 강원도 산사태 지역을 점검한 한·일 전문가들은 지난 10~15일 일본 현지를 방문해 수해복구 과정과 예방노력을 점검했다. 이에는 한국방재협회 박경부 회장과 한국건설기술연구원(건기연) 지반방재팀장 백용 박사, 소방방재청 재해경감팀 김부생 기술사가 참여했고, 1부 때 강원도를 돌아봤던 재단법인 사방·산사태 기술연구센터(STC)의 하시노키 도시히로 기술과장 대리도 함께했다.
지형 지질 맞는 새 공법 도입
선제예방 과감한 투자 ‘귀감’
지질이 대부분 신생대 3기층인 일본 중부 나가노현은 화산활동으로 발생한 화산암 위에 퇴적층이 쌓여 산사태가 발생하기 쉬운 지역이다. 3천m에 이르는 높은 산도 많아 여름철 장마전선이 걸치기 일쑤다. 지난 7월에도 산사태가 나 12명이 목숨을 잃었다. 나가노현 오타리촌의 주니사와 골짝은 지금 12년째 공사 중이다. 1995년 산사태가 일어나 마을을 덮친 뒤 사방댐 두 곳을 만들었으나 이것으로는 부족하다고 여겨 연차별로 다양한 사방공사를 하느라 완공을 하자면 아직도 몇 해는 걸릴 것으로 보인다.
산사태 당시 마을 앞 나카야강과 합류하는 지점에 있는 마을에서 집 세 채가 파묻혔으나, 다행히 인명 피해는 나지 않았다. 나가노현은 그 해 콘크리트 사방댐 공사를 시작해 2년 뒤 둘을 완공했다. 그러나 그것으로는 뒷산에서 무너져 내리는 흙더미를 막기에는 부족하다는 진단이 나오자 2003년 두 사방댐 위로 철강재로 만든 거푸집에 자갈을 채워넣어 물은 통과시키고 통나무나 큰돌을 포함한 토사는 막는 새로운 개념의 돌망태형 사방댐을 만들었다. 이곳은 아래의 두 곳과 달리 계곡 땅속에 암반이 없어 바탕을 고정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 댐은 콘크리트 사방댐보다 단면을 1.5배 더 두텁게 만들고 자갈과 호박돌을 채워 무게를 늘렸다. 또 두번째 사방댐 오른쪽의 산사태가 우려되는 지역에 우물통을 박아 지하수를 모아 하천으로 내보내는 물길(도수로)을 만들었다. 이곳은 이미 산사태가 났던 지역이어서 물이 땅으로 스며들면 또다시 산사태가 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사전에 사태의 원인인 물을 제거하는 것이다. 맨 위 사방댐 왼쪽 급사면은 지금도 거의 눈에 띄지 않을 정도로 토사가 흘러내리고 있어서 최근 공사를 시작했다. 한 변이 2m 가량 되는 사각형 콘크리트 판을 만들어 가운데에 20~30m 깊이의 심을 박는 작업이다. 심이 들어갈 구멍을 뚫고 강봉이나 철근을 넣은 뒤 콘크리트를 넣어 흘러내리는 토사를 땅속에 있는 암반에 고정하는 작업(록앵커공법)이다. 현장을 안내한 야나세 가쓰히로 나가노현 사방팀 계장은 “사태가 또 나더라도 골짝 들머리 마을의 피해는 없겠지만 토석류가 흘러내려가면 마을 앞의 큰 하천을 메우고 그 아래 중심지인 하쿠바까지 영향을 줄 것이 우려돼 만전에 만전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얼마 전, 한국을 방문해 수해현장을 점검했던 사방산사태기술연구센터의 하시노키 도시히로 기술과장 대리는 “이곳 사방공사는 토사와 유목을 거의 완벽하게 막아줄 수 있도록 다양한 댐과 사방공사를 했으며, 하천 하류도 정비를 잘 한 모범적인 사방공사 지역”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일본에서도 산사태를 예방하고자 하는 공사는 예산을 따기가 쉽지 않다”며 “과감한 투자가 방재의 첫걸음”이라고 덧붙였다. 한국방재협회 박경부 회장은 “이들은 오랜 기간 조사를 철저히 해 지형과 지질에 맞는 공사를 하고 있다”며 “우리도 이런 점은 본받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소방방재청 재해경감팀 김부생 기술사도 “완공 기한을 먼저 설정하는 우리와 달리 서두르지 않고 장기적인 계획을 세워 일을 진행하는 절차가 잘 돼 있다”고 평했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 백용 박사는 “산의 비탈면에서부터 댐 아래 하천 정비까지 완벽에 가까운 산사태 방지시설을 갖추고 있다”며 “그러나 맨 아래 사방댐에 토사가 가득 찬 것은 준설을 해야 제대로 효과를 보는데, 그렇지 않은 게 약간의 흠”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한국에서는 사면의 산사태 방지 공사 등 근원적인 방지책은 고사하고 사방댐도 제대로 못 만드는 게 현실”이라고 아쉬워했다. 일본에는 현재 사방댐 5만8000여 곳이 있고, 나가노현에는 2400여 곳이 건설돼 있다. 오타리/김학준 오윤주 기자 kimhj@hani.co.kr
선제예방 과감한 투자 ‘귀감’
일본 중부 나가노현 하쿠바 시내 집들이 몰린 골짝 상류에 설치된 사방댐. 보통 때 물은 댐 밑과 가운데 뚫린 구멍으로 흐르고, 산사태나 큰물이 났을 때는 돌과 나무둥치들이 댐에 걸려 피해를 줄여준다. 하쿠바/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지질이 대부분 신생대 3기층인 일본 중부 나가노현은 화산활동으로 발생한 화산암 위에 퇴적층이 쌓여 산사태가 발생하기 쉬운 지역이다. 3천m에 이르는 높은 산도 많아 여름철 장마전선이 걸치기 일쑤다. 지난 7월에도 산사태가 나 12명이 목숨을 잃었다. 나가노현 오타리촌의 주니사와 골짝은 지금 12년째 공사 중이다. 1995년 산사태가 일어나 마을을 덮친 뒤 사방댐 두 곳을 만들었으나 이것으로는 부족하다고 여겨 연차별로 다양한 사방공사를 하느라 완공을 하자면 아직도 몇 해는 걸릴 것으로 보인다.
산사태 당시 마을 앞 나카야강과 합류하는 지점에 있는 마을에서 집 세 채가 파묻혔으나, 다행히 인명 피해는 나지 않았다. 나가노현은 그 해 콘크리트 사방댐 공사를 시작해 2년 뒤 둘을 완공했다. 그러나 그것으로는 뒷산에서 무너져 내리는 흙더미를 막기에는 부족하다는 진단이 나오자 2003년 두 사방댐 위로 철강재로 만든 거푸집에 자갈을 채워넣어 물은 통과시키고 통나무나 큰돌을 포함한 토사는 막는 새로운 개념의 돌망태형 사방댐을 만들었다. 이곳은 아래의 두 곳과 달리 계곡 땅속에 암반이 없어 바탕을 고정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 댐은 콘크리트 사방댐보다 단면을 1.5배 더 두텁게 만들고 자갈과 호박돌을 채워 무게를 늘렸다. 또 두번째 사방댐 오른쪽의 산사태가 우려되는 지역에 우물통을 박아 지하수를 모아 하천으로 내보내는 물길(도수로)을 만들었다. 이곳은 이미 산사태가 났던 지역이어서 물이 땅으로 스며들면 또다시 산사태가 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사전에 사태의 원인인 물을 제거하는 것이다. 맨 위 사방댐 왼쪽 급사면은 지금도 거의 눈에 띄지 않을 정도로 토사가 흘러내리고 있어서 최근 공사를 시작했다. 한 변이 2m 가량 되는 사각형 콘크리트 판을 만들어 가운데에 20~30m 깊이의 심을 박는 작업이다. 심이 들어갈 구멍을 뚫고 강봉이나 철근을 넣은 뒤 콘크리트를 넣어 흘러내리는 토사를 땅속에 있는 암반에 고정하는 작업(록앵커공법)이다. 현장을 안내한 야나세 가쓰히로 나가노현 사방팀 계장은 “사태가 또 나더라도 골짝 들머리 마을의 피해는 없겠지만 토석류가 흘러내려가면 마을 앞의 큰 하천을 메우고 그 아래 중심지인 하쿠바까지 영향을 줄 것이 우려돼 만전에 만전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얼마 전, 한국을 방문해 수해현장을 점검했던 사방산사태기술연구센터의 하시노키 도시히로 기술과장 대리는 “이곳 사방공사는 토사와 유목을 거의 완벽하게 막아줄 수 있도록 다양한 댐과 사방공사를 했으며, 하천 하류도 정비를 잘 한 모범적인 사방공사 지역”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일본에서도 산사태를 예방하고자 하는 공사는 예산을 따기가 쉽지 않다”며 “과감한 투자가 방재의 첫걸음”이라고 덧붙였다. 한국방재협회 박경부 회장은 “이들은 오랜 기간 조사를 철저히 해 지형과 지질에 맞는 공사를 하고 있다”며 “우리도 이런 점은 본받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소방방재청 재해경감팀 김부생 기술사도 “완공 기한을 먼저 설정하는 우리와 달리 서두르지 않고 장기적인 계획을 세워 일을 진행하는 절차가 잘 돼 있다”고 평했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 백용 박사는 “산의 비탈면에서부터 댐 아래 하천 정비까지 완벽에 가까운 산사태 방지시설을 갖추고 있다”며 “그러나 맨 아래 사방댐에 토사가 가득 찬 것은 준설을 해야 제대로 효과를 보는데, 그렇지 않은 게 약간의 흠”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한국에서는 사면의 산사태 방지 공사 등 근원적인 방지책은 고사하고 사방댐도 제대로 못 만드는 게 현실”이라고 아쉬워했다. 일본에는 현재 사방댐 5만8000여 곳이 있고, 나가노현에는 2400여 곳이 건설돼 있다. 오타리/김학준 오윤주 기자 kimh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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