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19일 새벽 일본 나가노현 오카야시 미나토 지역의 산사태로 사라진 집터에 지난 12일 누군가가 가져다놓은 국화와 담배가 가랑비에 젖고 있어 그날의 참상을 되돌아보게 한다. 오카야/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철저한 지질조사 최우선
[한·일 전문가 수해현장 입체진단: 제2부 ‘방재 선진국’ 일본을 가다]
③ 오카야의 교훈 처마 밑까지 토사가 차오르는 가운데 필사의 탈출로 목숨을 건진 지노 쓰네코(65)는 “새벽에 우르르 하는 소리가 들려 깨어 보니 시커먼 산사태가 몰려와 잠옷만 걸친 채 산으로 도망가 살았다”며 “앞집 노부부는 짐을 꺼내려다 집과 함께 50여m를 쓸려가 고속도로 상판에 부딪혀 숨졌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이곳에 사는 것이 무섭기는 하지만, 고향이고 살기가 좋아 이사가고 싶은 생각은 없다”며 “상류에 사방댐도 짓는다니 앞으로는 안심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 12일 찾은 일본 나가노현 오카야시 산사태 현장의 빈집터에는 누군가에게 바쳐진 담배와 국화가 빗줄기 속에 덩그러니 놓여 그날의 참상을 전했다. 지형적인 이유로 장마전선의 영향이 계속되던 올 7월19일 새벽 4시30분께 몰아닥친 산사태는 깊이 잠든 마을을 덮쳐 8명의 목숨을 앗아갔고 14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200여가구 1천여명이 사는 마을은 50㎝ 내지 1m의 토사로 뒤덮였다. 2만㎥ 가량의 바위와 자갈, 흙, 물이 뒤섞인 토석류가 밀려올 당시 오카야시의 대피 사이렌은 침묵을 하다가 아침 6시30분에야 울렸다. 시는 앞서 5시30분께 마을 주민의 신고를 받았으나 1시간이 지난 뒤에야 대피령을 내렸다. 마을덮쳐 8명 목숨 앗아가
“위험지역 아니라 대비 소홀” 야나세 가쓰히로 나가노현 사방팀 계장은 “오카야시가 산사태 위험지역이 아닌 화산암 지대여서 대비를 하지 못했다”며 “비도 많이 오는 지역이 아니었으나 이번에는 3일 동안 400㎜(100년 빈도)가 왔다”고 설명했다. 재단법인 사방·산사태기술센터 하시노키 도시히로 기술과장 대리도 현장을 둘러보고는 “토석류보다는 흙탕물이 더 많이 내려온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나가노현은 마대 자루로 임시둑을 쌓은 데 이어 산사태가 발생했던 양쪽 계곡의 최상류 사면에는 약 10m 길이의 철선을 설치해 산사태가 다시 일어날 조짐이 보이면 자동으로 경보가 울리도록 응급조처를 했다. 또 항구적인 복구를 위해 두 계곡에 3개의 사방댐을 설치키로 했고, 호박돌과 콘크리트로 하천 바닥을 단단히 하는 공사(상고공)도 두 곳에 하기로 했다. 복구 앞서 조사 더 중시
“무작정 복구 한국과 달라”
복구공사는 정부가 3분의 2, 현이 3분의 1의 비용을 대고 현이 추진하는데 2년을 예상하고 있다. 왼쪽 계곡 부근에는 이를 위해 지질조사가 한창이었다. 가장 적절한 위치와 댐 종류를 찾는 작업이다. 8월 중순부터 지금까지 한달여 진행된 3곳에서 9개의 구멍을 뚫어 지질조사를 하고 있다. 야나세 계장은 “복구도 중요하지만 조사가 더 중요하다”며 “지질·형질 등을 철저히 조사해야만 사방댐의 규모·위치·수·성질 등이 효과적으로 나온다”고 말했다. 한국에서는 일본과 달리 정밀 조사 없이 대략적인 위치를 정해 하는 실정이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 백용 팀장은 “일본은 산사태를 사전에 예측하는 데는 실패했지만 복구는 올바른 절차를 밟고 있다”며 “한국 정부가 올여름 산사태 뒤 사방댐 200여개를 만든다고 하는데, 지표조사와 지질조사 등을 철저히 해 댐의 위치와 종류를 제대로 결정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백 팀장은 “일본의 방재 시스템 가운데 가장 효율적이고 중요한 부분이 바로 철저한 사전조사”라며 “우리는 철저한 조사 없이 바로 복구에 들어가기 때문에 해마다 피해가 되풀이 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오카야(나가노현)/김학준 오윤주 기자 kimhj@hani.co.kr
“집중호우 정확한 예측이 방재 첫걸음” 2003년 새 방재계획 세워 시설 확충·현대화 힘쏟아
가메에 국토교통성 사방부장
일본의 방재 사령탑인 국토교통성 가메에 고지 사방부장은 정확한 기후 예측, 방재시설 완비, 방재의식 강화 등을 현대 방재의 3대 요소로 꼽았다. 가메에 부장은 “시간당 50㎜ 이상 호우 빈도를 보면 1976~85년 209회, 86~95년 234회, 96~2003년 271회였고 같은 기간 100㎜ 이상 호우가 각각 2.2회, 2.3회, 4.8회였다”며 “급증하는 집중호우에 대한 정확한 예측과 대비가 방재의 첫걸음”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상 기후에 따른 재해에 대비해 비슷한 재난 위험대에 놓여 있는 한국과 일본 등 국가간 기후 정보, 방재기술 교류 등 국제적 협력의 필요성과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방재시설 완비 등 철저한 준비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오카야를 예로 들었다. 그는 “지난 7월 오카야 참사는 100년 만에 내린 400㎜의 집중호우가 주원인이었지만 준비도 부족했다”며 “선상지에 쌓인 퇴적물 등 산사태 징후를 미리 파악하고 대비하지 못한 것이 후회스럽다”고 밝혔다. 방재시설의 확충과 현실화도 역설했다. 그는 “일본도 겨우 20% 정도만 방재시설이 갖춰져 있다”며 “2003년 새로운 방재 종합계획을 세워 사방댐 등 방재시설을 단계적으로 늘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기상·지질·지형 등의 정보를 광범위하게 수집하고 첨단 기술을 적용하는 등 시설 현대화에도 힘을 쏟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소통과 대국민 홍보 강화 등 방재 시스템의 정비도 주요 방재대책으로 꼽았다. 그는 “재해가 나면 복구비 산정 등 막대한 예산 때문에 정부 부처 간, 정부와 지자체 간에 마찰이 있을 수 있지만 중요한 것은 주민 편에서 생각하고 꾸준히 협의하는 것”이라며 “효율적인 복구·지원·방재대책 마련을 위해 정부와 지자체 사이의 원활한 소통구조를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정부나 현이 재해위험지구로 지정하고 방재대책을 세울 때 주민들에게 충분히 설명을 하고 이해시켜 나가는 것 또한 중요하다”며 “이때 언론의 역할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도쿄/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
③ 오카야의 교훈 처마 밑까지 토사가 차오르는 가운데 필사의 탈출로 목숨을 건진 지노 쓰네코(65)는 “새벽에 우르르 하는 소리가 들려 깨어 보니 시커먼 산사태가 몰려와 잠옷만 걸친 채 산으로 도망가 살았다”며 “앞집 노부부는 짐을 꺼내려다 집과 함께 50여m를 쓸려가 고속도로 상판에 부딪혀 숨졌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이곳에 사는 것이 무섭기는 하지만, 고향이고 살기가 좋아 이사가고 싶은 생각은 없다”며 “상류에 사방댐도 짓는다니 앞으로는 안심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 12일 찾은 일본 나가노현 오카야시 산사태 현장의 빈집터에는 누군가에게 바쳐진 담배와 국화가 빗줄기 속에 덩그러니 놓여 그날의 참상을 전했다. 지형적인 이유로 장마전선의 영향이 계속되던 올 7월19일 새벽 4시30분께 몰아닥친 산사태는 깊이 잠든 마을을 덮쳐 8명의 목숨을 앗아갔고 14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200여가구 1천여명이 사는 마을은 50㎝ 내지 1m의 토사로 뒤덮였다. 2만㎥ 가량의 바위와 자갈, 흙, 물이 뒤섞인 토석류가 밀려올 당시 오카야시의 대피 사이렌은 침묵을 하다가 아침 6시30분에야 울렸다. 시는 앞서 5시30분께 마을 주민의 신고를 받았으나 1시간이 지난 뒤에야 대피령을 내렸다. 마을덮쳐 8명 목숨 앗아가
“위험지역 아니라 대비 소홀” 야나세 가쓰히로 나가노현 사방팀 계장은 “오카야시가 산사태 위험지역이 아닌 화산암 지대여서 대비를 하지 못했다”며 “비도 많이 오는 지역이 아니었으나 이번에는 3일 동안 400㎜(100년 빈도)가 왔다”고 설명했다. 재단법인 사방·산사태기술센터 하시노키 도시히로 기술과장 대리도 현장을 둘러보고는 “토석류보다는 흙탕물이 더 많이 내려온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나가노현은 마대 자루로 임시둑을 쌓은 데 이어 산사태가 발생했던 양쪽 계곡의 최상류 사면에는 약 10m 길이의 철선을 설치해 산사태가 다시 일어날 조짐이 보이면 자동으로 경보가 울리도록 응급조처를 했다. 또 항구적인 복구를 위해 두 계곡에 3개의 사방댐을 설치키로 했고, 호박돌과 콘크리트로 하천 바닥을 단단히 하는 공사(상고공)도 두 곳에 하기로 했다. 복구 앞서 조사 더 중시
“무작정 복구 한국과 달라”
복구공사는 정부가 3분의 2, 현이 3분의 1의 비용을 대고 현이 추진하는데 2년을 예상하고 있다. 왼쪽 계곡 부근에는 이를 위해 지질조사가 한창이었다. 가장 적절한 위치와 댐 종류를 찾는 작업이다. 8월 중순부터 지금까지 한달여 진행된 3곳에서 9개의 구멍을 뚫어 지질조사를 하고 있다. 야나세 계장은 “복구도 중요하지만 조사가 더 중요하다”며 “지질·형질 등을 철저히 조사해야만 사방댐의 규모·위치·수·성질 등이 효과적으로 나온다”고 말했다. 한국에서는 일본과 달리 정밀 조사 없이 대략적인 위치를 정해 하는 실정이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 백용 팀장은 “일본은 산사태를 사전에 예측하는 데는 실패했지만 복구는 올바른 절차를 밟고 있다”며 “한국 정부가 올여름 산사태 뒤 사방댐 200여개를 만든다고 하는데, 지표조사와 지질조사 등을 철저히 해 댐의 위치와 종류를 제대로 결정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백 팀장은 “일본의 방재 시스템 가운데 가장 효율적이고 중요한 부분이 바로 철저한 사전조사”라며 “우리는 철저한 조사 없이 바로 복구에 들어가기 때문에 해마다 피해가 되풀이 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오카야(나가노현)/김학준 오윤주 기자 kimhj@hani.co.kr
지난 7월19일 새벽 산사태가 일어나 8명이 숨진 일본 나가노현 오카야시 미나토 지역. 마대를 쌓아 만든 임시둑 밑으로 집은 사라지고 집터만 남았고, 도로 옆 옹벽도 굴러내린 바위에 부딪혀 깨진 흔적이 역력하다. 오카야/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집중호우 정확한 예측이 방재 첫걸음” 2003년 새 방재계획 세워 시설 확충·현대화 힘쏟아
일본의 방재 사령탑인 국토교통성 가메에 고지 사방부장은 정확한 기후 예측, 방재시설 완비, 방재의식 강화 등을 현대 방재의 3대 요소로 꼽았다. 가메에 부장은 “시간당 50㎜ 이상 호우 빈도를 보면 1976~85년 209회, 86~95년 234회, 96~2003년 271회였고 같은 기간 100㎜ 이상 호우가 각각 2.2회, 2.3회, 4.8회였다”며 “급증하는 집중호우에 대한 정확한 예측과 대비가 방재의 첫걸음”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상 기후에 따른 재해에 대비해 비슷한 재난 위험대에 놓여 있는 한국과 일본 등 국가간 기후 정보, 방재기술 교류 등 국제적 협력의 필요성과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방재시설 완비 등 철저한 준비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오카야를 예로 들었다. 그는 “지난 7월 오카야 참사는 100년 만에 내린 400㎜의 집중호우가 주원인이었지만 준비도 부족했다”며 “선상지에 쌓인 퇴적물 등 산사태 징후를 미리 파악하고 대비하지 못한 것이 후회스럽다”고 밝혔다. 방재시설의 확충과 현실화도 역설했다. 그는 “일본도 겨우 20% 정도만 방재시설이 갖춰져 있다”며 “2003년 새로운 방재 종합계획을 세워 사방댐 등 방재시설을 단계적으로 늘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기상·지질·지형 등의 정보를 광범위하게 수집하고 첨단 기술을 적용하는 등 시설 현대화에도 힘을 쏟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소통과 대국민 홍보 강화 등 방재 시스템의 정비도 주요 방재대책으로 꼽았다. 그는 “재해가 나면 복구비 산정 등 막대한 예산 때문에 정부 부처 간, 정부와 지자체 간에 마찰이 있을 수 있지만 중요한 것은 주민 편에서 생각하고 꾸준히 협의하는 것”이라며 “효율적인 복구·지원·방재대책 마련을 위해 정부와 지자체 사이의 원활한 소통구조를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정부나 현이 재해위험지구로 지정하고 방재대책을 세울 때 주민들에게 충분히 설명을 하고 이해시켜 나가는 것 또한 중요하다”며 “이때 언론의 역할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도쿄/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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