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낮,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열린 환경보건시민센터와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와 가족모임의 기자회견 도중 산소호흡기를 단 피해자 윤정혜씨가 기침을 하고 있다. 환경보건시민센터 등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옥시레킷벤키저사의 사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영국 본사 레킷벤키저의 최고경영자 라케시 카푸르 등 8명의 이사진을 형사고발한다고 밝혔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생활자금·간병비 추가 대책 발표
피해자 “몇명 지원받나 묻고싶다”
피해자 “몇명 지원받나 묻고싶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에게 생활자금과 간병비가 추가로 지원된다. 정신적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피해자 가족들에게는 전문의 상담과 치료 지원이 이뤄진다. 하지만 기존 가습기 살균제 1·2등급 피해자들 위주의 대책인데다 최저임금(월 약 126만원) 이상 소득이 있는 피해자에겐 적용되지 않는 이번 발표에 대해 ‘생색내기용’이라는 비판이 거세게 일고 있다.
정연만 환경부 차관은 3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정부의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추가 지원 대책을 발표했다. 정부는 우선 피해자들을 기존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판정등급이 아닌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의 폐기능 장해 등급에 따라 구분해, 1등급(고도장해)에는 매달 약 94만원, 2등급(중등도장해)에는 매달 약 64만원, 3등급(경도장해)에는 매달 약 31만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산업재해보상보험의 간병비 판정 기준과 의료기관의 감정을 거쳐 간병이 필요하다고 인정된 피해자에게는 하루 평균 7만원씩의 간병비도 지원할 계획이다. 생활자금과 간병비 지원은 올해 7월부터 시작해 피해자들이 가해 기업과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소송이 끝날 때까지 또는 최대 5년까지 이뤄질 예정이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와 가족 모임’(피해자·가족모임)과 환경보건시민센터는 이에 대해 논평을 내 “피해자들의 생활을 지원하기 위한 긴급구제 목적이라면 기존 1~4등급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모두를 대상으로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이번 지원이 장해 등급을 받았더라도 최저임금(월 약 126만원) 이상의 소득이 있는 피해자에게는 적용되지 않는 데 대해 피해자·가족모임은 “이에 해당할 피해자가 몇 명이나 되겠는가? 당정은 이 대책으로 피해자 몇 명이나 지원받을 수 있을지 파악이나 했는지 되묻고 싶다”며 반발했다. 실제 가습기 살균제는 소득 수준과 상관없이 일반 소비자들이 보편적으로 이용했던 제품이다.
게다가 정부의 이번 추가 지원 대책은 기존의 치료비와 장례비처럼 ‘선 지원 후 구상권 청구’ 방식이다. 정부 예산으로 먼저 구제한 뒤 가해 기업들을 상대로 구상권을 행사해 받아내겠다는 것이다. 최예용 환경보건시민센터 소장은 “나중에 피해자들이 제조사들로부터 받아야 할 피해배상을 정부가 빌려주는 것밖에 안 된다. 실질적으로 피해자들에게 도움도 안 되는 일을 생색내는 것밖에 안 된다”고 비판했다.
정부는 또 폐 이식 수술처럼 피해자가 일시에 많은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경우에는 환경산업기술원 담당자가 직접 병원에 나가 수술비를 납부할 수 있도록 지원 절차를 개선하기로 했다. 가습기 살균제로 가족을 잃은 사람들이 마음의 상처를 극복하는 것을 돕기 위해, 지금까지 피해 판정자만 대상으로 했던 정신건강 모니터링도 가족까지 확대된다. 이밖에 가습기 살균제 피해심사 신청 접수 기한을 없애 상시화하고, 심사가 빨리 진행될 수 있도록 현재 서울아산병원 한 곳인 조사·판정 병원을 하반기부터 9곳으로 늘리기로 했다.
정부는 특히 현재 폐 손상에 국한돼 있는 피해 인정 범위를 장기 손상, 비염 등 경증 피해로까지 확대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하지만 여기서도 기존 4등급 피해자들은 제외됐다. 피해자·가족모임과 환경보건시민센터는 적용 대상을 3~4등급 피해자로 확대해 실시하고, 4등급 피해자들에 대한 최소한의 모니터링 대책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김정수 선임기자, 이승준 기자 jsk21@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