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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환경

동물카페는 카페일까요, 동물원일까요?

등록 2017-05-26 19:38수정 2017-05-26 19:56

[토요판] 친절한 기자들
최우리
미래라이프에디터석 미래팀 기자 ecowoori@hani.co.kr

안녕하세요. 저는 <한겨레>에서 ‘덕업일치’(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는 것)를 누리고 있는 최우리 기자입니다. 미래팀은 ‘한겨레 이과반 학생들’ 정도라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과학·환경·생태·동물 영역의 기사를 씁니다. 평소 동물과 함께 사는 삶에 관심이 많은데, 올 한해는 동물 기사를 많이 쓸 수 있을 것 같아 행복합니다. 오늘 저는 동물을 만지고 사진 찍을 수 있는 ‘동물카페’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도시에 사는 우리가 야생동물을 볼 수 있는 곳은 동물원밖에 없습니다. 서울동물원같이 규모가 큰 동물원과, 마트나 복합쇼핑몰 건물에 한두 층을 빌려 만든 실내동물원이죠. 최근에는 동물카페를 추가할 수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주인이 데리고 다니는 개나 고양이가 있는 곳 말고, 라쿤이나 미어캣같이 반려동물이라고 보기 어색한 동물이 있다고 많이 알려진 곳을 동물카페라고 부르려 합니다.

동물카페에는 왜 가는 걸까요. 저라면 차를 마시러 굳이 그곳을 찾아가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입장료를 더 받듯이 음료 가격이 일반 카페보다 1000~2000원은 더 비싼 곳도 있죠. 그래도 동물을 볼 수 있으니 수용할 만한 금액입니다. 결국 동물을 보기 위해 또는 동물을 만져보고 싶고 사진 찍고 싶어서 동물카페에 가고, 거기서 차를 파니 (또는 찻값을 내야 하니) 차도 마시는 건 아닐까요? 동물카페에서 동물을 빼고 장사하면 영업이 잘 될까요? 동물을 빼고 장사하라고 하면 그렇게 할까요? 동물은 카페의 ‘킬러콘텐츠’입니다. 동물원과 동물카페는 규모만 다를 뿐 동물을 상업적으로 이용한다는 점에서는 같습니다.

제가 이런 생각을 하는 이유는 우리 사회가 동물카페를 두고 ‘동물’보다 ‘카페’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입니다. 동물원과 수족관을 관리해야 하는 환경부 자연보전국 생물다양성과 노희경 과장도 지난 23일 이렇게 말했습니다.

“동물카페는 동물의 전시가 본업이 아닙니다. 음료나 식사 판매가 주요 목적이고 손님을 끌기 위해 동물을 갖다놓는 거죠. 이런 곳은 ‘동물원 및 수족관의 관리에 관한 법’(동물원법)의 대상은 아닙니다. (중략) 다만 (동물카페같이) 야생동물을 전시하는 것에 대해서도 (어떻게 관리를 할지)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정리하자면 ‘10종 50개체 미만의 동물을 보유한 곳은, 동물원을 규제하는 내용의 동물원법 적용을 받지 않는다’입니다. 일반 동물원과 동물카페를 같은 기준으로 볼 수는 없겠지만, 애써 만든 동물원법에 동물카페가 빠진 것은 아쉬운 일입니다. 내년 3월 시행하는 동물보호법에서도 개, 고양이 등 6종을 이용한 카페만 동물전시업으로 보고 있습니다. 역시 대부분의 동물카페가 이 법에서도 빠집니다.

저는 동물카페의 변화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돌고래에 익숙해진 사람들이 색다른 외모의 벨루가(흰고래)에 열광했던 것처럼 사람들은 새로운 동물을 찾습니다. 실제로 왈라비와 카피바라, 북극여우, 미어캣 등 동물카페의 동물 종류는 다양해지고 있습니다.(<한겨레> 5월23일치 14면) 지금처럼 카페로만 본다면 또다른 동물을 이용한 카페는 늘어날 수 있습니다. 빈틈이 있을 때 인간의 탐욕은 힘이 더 세집니다.

취재하면서 카페 운영자들로부터 들은 반론은 주로 “동물을 좋아해서 이 일을 한다”, “집에서 키우던 애들이라 일반 야생동물과 다르다”였습니다. 동물원의 재산이 동물이듯 동물카페의 재산도 동물입니다. 일부러 학대하지 않을 것으로 믿습니다. 하지만 종일 사람들의 시선과 손짓에 노출되어 사는 동물이 행복할지는 의문입니다. 카페 안을 계속 뱅글뱅글 돌거나 앞발로 문을 30초 이상 긁는 식의 정형행동을 보이는 동물을 보고 행복하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겁니다.

집에서 키우던 야생동물이니 야생성이 없어 괜찮다는 것은, 우리가 그 동물이 돼보지 않고는 진실은 아무도 모릅니다만…. 사람이 길들인 늑대가 반려동물인 개가 된 시간만큼은 지나야 야생성이 사라졌다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요.

일본에서는 부엉이 카페가 인기였다고 합니다. 역시 동물학대 논란이 일었습니다. 야행성인 부엉이를 낮에도 깨어 있게 강요해서라고 하네요. 동물의 상업적 이용, 동물을 만지고 사진 찍으며 즐거워하는 부적절한 관람 태도 등 과거 동물원에서 문제가 됐고, 지금은 모두가 개선하자고 노력하는 것들이 동물카페에서 다시 재현되고 있는 게 안타깝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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